"이동환 목사님은 꽃잎으로, 꽃길로 (성소수자를) 축복해 줬다. 축복을 전하려는 사람을 단죄하려는 것은 모든 사람의 미래를 빼앗는 행위다. 재판위원님들은 어리석은 재판을 간절히 거두어 주길 바란다." - 성소수자부모모임 하늘 씨

이동환 목사를 응원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이 목사와 참가자들이 서로를 향해 축복송을 부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동환 목사를 응원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이 목사와 참가자들이 서로를 향해 축복송을 부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가 교단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를 응원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 감신대 도시빈민선교회,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18개 단체는 8월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 나가는 그날을 위한 기도회'를 공동 주관했다.

기도회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약 100명에 이르는 참가자는 '사랑이 이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며 기도회를 준비했다. 무지개 스톨을 목에 두른 이동환 목사가 가장 먼저 강단에 섰다. 그는 재판에 회부돼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일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목회자와 교인이 '동성애 처벌법'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성소수자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목회적·신학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고도 했다.

이 목사는 "이번 일은 이동환 개인 구명을 위한 게 아니다. 감리회 내 성소수자 인식 문제점, 국가보안법을 방불케 하는 사상 검증에 대한 발로라고 본다. 바라건대 각자의 아픔, 분노가 저항으로 터져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은 (내게) 평화로운 감리교회를 왜 분열하느냐. 법이 싫으면 교단을 나가라 한다. 이는 철저히 가진 자들, 기득권 논리다. 왜 (내가) 나가야 하나. 이곳이 부당하다면 더 나은 곳을 만들기 위해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다양함을 인정하는 교회, 어떤 이유로도 차별과 배제를 용납하지 않는 교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성소수자 축복식을 N번방에 비유한 이들의 저열한 협박에 신념을 꺾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 목사는 "축복이 죄가 될 수 없다. 당당히 나의 이야기를 해 나갈 것이다. 편견의 벽을 허물고, 땅끝으로 나가겠다. 사랑의 지경을 넓혀 가겠다. 단언컨대 어떤 존재도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모든 존재는 하나님 앞에서 존엄하다"고 말했다.

이날 영광제일교회 한 교인도 단상에 섰다. 그는 "성소수자를 축복했다고 재판에 세우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목사님이 쫓겨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목사님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불안함을 느낀다. 담임목사님과 같이 신앙생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하늘 씨는 "이동환 목사님의 축복은 조건 없는 사랑과 환대이며 이웃 사랑의 실천이다"면서 "예수님은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했다. 교회가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사랑인데, 차별하다니 어찌된 일이냐"고 꼬집었다.

남궁희수 목사(행복한사람들의교회)는 설교에서, 감리회가 성서와 교리와장정 문자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곳이 복음을 전하는 곳인지 장정 수호를 위한 결사대인지 묻고 싶다. 감리회 목회자로서 이런 현실이 무겁게 다가온다"면서 "나도, 우리도 (성소수자처럼) 낯선 이방인이 될 수 있다. 낯선 이를 환대하는 건 쉽지 않지만, 기독교인이라면 사랑과 포용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도회 마무리를 앞두고 참가자들은 다시 한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한 사람'을 불렀다. 서로를 향해 축복의 손길을 내민 채 노래했다. 기도회는 공동 축도로 마무리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빛나는 다양함과 더불어 하나 된 이들을 위한 예수님의 자비하심과, 거친 비를 맞으며 굳세게 나아갈 이들에게 있을 성령님의 연대하심이 여기에 모인 모든 이들과 지금도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언제까지나 함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이동환 목사는 교단의 압박에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양함을 인정하는 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동환 목사는 교단의 압박에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다양함을 인정하는 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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