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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위 424일 "하나님, 언제까지 더 울어야 합니까!"
고공 농성 이어 단식까지…파인텍 노동자와 함께한 기도회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1.09 13:24

"박준호 동지, 홍기탁 동지, 함께하겠습니다! 우리가 이깁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두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현장 밑에서 굴뚝 위를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외치는 소리가 울렸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에도 파인텍투쟁승리를위한개신교대책위원회(파개위)가 1월 8일 개최한 기도회에 개신교인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 모여, 굴뚝 위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파인텍 사태가 하루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도했다.

파개위가 파인텍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며 작년 1월 2일 시작한 정기 화요 기도회는 꼬박 1년을 맞았다. 모회사인 스타플렉스(김세권 대표)에 노사 합의 이행과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소속 노동자 두 명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로 올라간 지 424일(1월 9일 기준)째다.

파인텍투쟁승리를위한개신교대책위원회는 매주 화요 기도회를 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회사는 철저하게 이들을 무시했다. 2015년 두 노동자보다 먼저 굴뚝에 올라갔다가 408일 만에 합의를 이끌어 내고 땅으로 내려온 차광호 지회장도, 12월 10일부터 기한 없는 단식에 돌입했다. 굴뚝에 올라간 노동자들이 408일을 넘기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회사도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나왔지만 진전은 없었다.

지상에서 75m 떨어진 굴뚝 위에서 버티던 박준호·홍기탁 씨는 4차까지 이어진 협상에도 변화가 없자 더 극한의 방법을 택했다. 굴뚝 농성을 시작한 지 421일이 되던 1월 6일, 두 사람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 뒤로 도시락·물 등을 배달하던 생명줄은 한동안 땅에 내려오지 않았다. 두 노동자는 저혈당으로 쇼크 위험이 있다는 의료진의 설득에 1월 8일에야 효소를 섭취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회사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타플렉스 전무이자 파인텍 대표인 강민표 대표는 1월 8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파인텍 해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 노조가 회사에 들어오면 모회사가 없어진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노동자 측은 "전형적인 노조 혐오"라고 반발했다.

1월 8일 파인텍 사태 해결을 위한 기도회는 이처럼 좋지 않은 상황 가운데 열렸다. 기도회를 주관한 가향교회 장성경 청년은 "하나님 언제까지 더 울어야 합니까.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나야 합니까. 다 같은 인간이면서 무슨 권리로, 이유로 핍박할 수 있는 것입니까. 세상을 향해 외치는 저들의 절규를 듣고도 돌이키지 않는 김세권 대표를 불쌍히 여기시고, 교섭에 응하는 사측의 태도가 바뀌어 다섯 명의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구교준 목사는 '그들의 피가 존귀하게 여김받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가 진정으로 존경받는 경영인이 되고자 한다면 굴뚝 위에 올라가 투쟁하고 있는 두 형제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생명을 담보로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주 굴뚝 밑에서 기도회가 열릴 때면 두 노동자는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서 땅 아래로 불빛을 비춰 주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불빛을 볼 수 없었다. 단식 3일 차에 접어든 노동자들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듯했다.

파인텍지회 김옥배 수석지회장은 "많은 분이 이 투쟁을 끝낼 시기라고 얘기하고 있고 우리도 끝낼 마음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408일을 넘겨서 411일 되고 난 뒤에야 교섭에 임했으나, 한 번도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지 않았다. 사측은 우리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사태 해결이 어려운 것처럼 말한다. 돈에 초점을 맞추는 거다. 노동자가 파업하면 노동자 탓을 해 왔다. 이렇게 힘든 상황이지만 힘 모아 주는 많은 분이 있기에 투쟁이 가능했다. 부족하지만 두 노동자가 내려올 때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파개위가 예배하는 장소는 왕복 6차선 도로 바로 옆. 고개를 들면 열병합발전소 굴뚝이 보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2월 25일에 이어 1월 8일 굴뚝 위로 올라가 두 노동자를 만나고 온 이동환 목사(평화교회연구소)는 <뉴스앤조이>와의 대화에서 "상황이 안 좋다. 의료진이 진찰을 위해 상의를 올렸는데 정말 거죽밖에 남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우리가 올라갔던 그 시간에 회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를 받으면 회사가 망한다'고 발언했다.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는 이들에게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기독교 사회선교 단체들은 1월 9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이제홀에 모여 앞으로 어떻게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지지할 수 있을지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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