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이동환 목사(사진 맨 오른쪽)가 축복식을 집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지난해 8월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이동환 목사(사진 맨 오른쪽)가 축복식을 집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목사가 축복했다고 징계하는 교회가 어디 있나. 같은 이치로 불교인을 축복하는 목사가 있다면 그 역시 출교할 건가? 교단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말도 안 나온다. 감리교의 바닥을 보는 것 같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위원회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 이야기를 꺼내자,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가 소리를 높였다. 6월 22일 '코로나19위험에대비한감독회장및감독선거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후 만난 박 목사는 이 목사 징계 절차를 밟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경양 목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축복해 준 젊은 목회자를 교단이 '동성애 옹호자'로 낙인찍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목사가 성소수자를 축복해 줬다고 교단 재판위에 회부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교단이 대놓고 '우리는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고 일침했다.

이동환 목사는 지난해 8월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를 맡았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을 축복하고 환대의 의미로 꽃잎을 뿌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이 목사를 기소했다. 교리와장정 재판법 3조 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감리회는 2015년 입법총회에서 이 조항을 만든 바 있다.

감리회 내부에서는 이동환 목사를 적극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경덕 목사(경서교회)는 이동환 목사를 기소한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목사는 기독교 정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차원에서 축복해 준 것이다. 연회 심사위원회는 행위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동성애 찬반 잣대만 들이댔다. 연회 재판위원회는 심사위와 달리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말 이 사안이 '죄'에 해당하는지 재판위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덕 목사는 교리와장정에 성소수자 단죄 조항이 들어간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입법총회에서 이 조항을 만들 때 신학적 논의와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성급했다. 우리 교단뿐만 아니라 다른 교단도 성소수자를 단죄하는 법을 만든 것으로 안다. 지금이라도 심도 있는 연구 및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리회는 2015년 입법총회에서 성소수자 단죄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는 2015년 입법총회에서 성소수자 단죄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단법보다 '성경 정신'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목사도 있었다. 엄상현 목사(수동교회)는 "교단법도 중요하지만 기독교인은 성경 정신에 따라 사람을 섬겨야 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내쳐서는 안 된다. 차별 대우받지 않도록 우리가 저들을 섬겨야 한다. 성경 말씀에 따라 열심히 섬겨 온 목사는 박수를 받아야지, 징계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도전이라고 했다. 엄 목사는 "태어날 때부터 형성된 타인의 성적 지향을 가타부타하는 일은 창조주와 조물주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그들도 하나의 존재이며 인권이 있다. 창조주 하나님이 만든 생명을 함부로 난도질하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구원과 사랑의 대상인 그들을 우리가 평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는 올해 3월 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 출석해 "동성애는 지지하거나 부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기자와 만나 "이동환 목사는 동성애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니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하자고 말한 것이다. 동성애는 찬반 대상이 아니라고 한 말을 심사위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예수님도 창녀와 세리를 다 받아 주고 인정해 줬는데, 믿는다는 사람들이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감리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너무 가볍게 취급하고 있다며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동성애에 대해 너무 가볍게 접근하고, 정죄하고, 아프게 말한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있었나. 목회자 중 동성애자 없으리라는 법 있나. 교회 안에도 동성애자가 있을 것이고, 자식이 동성애자인 부모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정죄하는 게 맞는가. 그게 과연 기독교 신앙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감신대 이정배 은퇴교수는 문자주의에 사로잡힌 기독교인들이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소수자는 하나님의 오발탄이 아니다. 기독교가 성서에 나오는 몇 개 구절을 가지고 (성소수자를) 악마화하고 있다. 문자를 바탕으로 약자를 악마화하는 기독교인이야말로 더 큰 죄악을 짓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감리회 목사들은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피조물이이다면서 함부로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감리회 목사들은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면서 함부로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KBS·MBN 방송사를 비롯해 <한겨레>·<연합뉴스> 등 일반 언론사도 이동환 목사 재판 회부 건을 보도했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교단 안팎에서는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는 6월 24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도 24일 이 목사를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한다. 이들은 △경기연회는 이 목사에 대한 단죄 시도를 즉각 중지하라 △경기연회는 그간 이 목사를 압박했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라 △감리회는 차별적 법 조항을 폐기하고 다양성 공존의 선교 현장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는 당시 교권주의자들이 혐오했던 이들 모두와 친구가 되는 삶을 사셨다. 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는 예수의 모범을 따라 사회적 소수자의 친구로 살아온 이동환 목사에게 지지를 보내며, 그의 친구로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기사 수정(2020년 6월 25일 11시 현재)
<뉴스앤조이>는 감리회 단체 새물결 목사들이 이동환 목사를 지지한다고 썼으나, 이 목사와 동성애에 대한 견해는 단체 소속 일부 목사의 의견이라는 새물결 측 요구를 받아들여 기사 제목과 내용 일부를 수정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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