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찬민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평화통일위원회(박신진 위원장)가 1월 14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에서 '제1차 감리회 평화통일 정책 심포지엄'을 열어, 반공 투사로 전락한 한국교회 모습과 교단 통일 정책을 반성했다.

발제자 이형규 교수(숭실대)는 '분단 체제와 종교 폭력으로서의 분단신학'이라는 주제로, 한국교회 대북 인식을 짚었다. 그는 직간접적으로 분단을 강화하거나 정당화해 온 신학을 '분단신학'이라고 정의했다. 교회가 분단신학을 통해 북한과 공산주의를 향한 증오와 혐오를 재생산해 분단 체제를 강화해 왔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대표회장이 주도하는 극우 광장 집회도 분단신학에 기초한 종교적 폭력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집회가 벌어지는 현상을 두고 "사라지는 냉전 세력의 부활이 아니라 신냉전이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포지엄에는 평화통일을 바라는 목회자와 평신도 7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감리회는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평화통일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하희정 교수(감신대)는 '기독교 통일운동과 감리교회가 걸어온 길'이라는 발제에서, 감리회 통일 정책이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감리회는 1991년 북한 선교를 목적으로 서북연회를 재건했다. 북한에 388개 교회 재건을 목표로 삼고, 북한 인도 지원과 선교사 양성을 추진했다. 하 교수는 이러한 사업이 "역사에 대한 성찰 없이 확장주의식 선교에 입각한 보수 진영의 북한 선교론에 가깝다"고 말했다.

감리회는 에큐메니컬 연대 기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이홍정 총무) 회원 교단이지만, 세계 교회가 지향하는 시대정신에 발맞추지 못했다고 했다. 하 교수는 "통일운동에서 확고한 정체성도, 정책도 확보하지 못했다. 목소리는 진보 진영인 교회협에 의탁하고, 몸은 보수 진영에 편승하는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하희정 교수(왼쪽)는 세계 교회가 지향하는 시대정신에 발맞추지 못한 감리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단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니 감리교인들도 적대적 대북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부연회에서 9년간 총무로 지내며 수십 차례 북한을 다녀온 전용호 목사(아가페감리교회)는 발제에서 "통일은 아쉽게도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교인들은 '빨갱이를 때려잡자'며 북한을 타도 대상으로 여기고, 평화통일 주장하는 이를 간첩으로 몬다. 목사들도 강단에서 바른 소리를 내려 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전 목사는 "예수가 우리에게 맡긴 사명은 화목과 화해의 직책이다. 통일은 언제 될지 모른다. 그런데 왜 아무도 예수의 정신을 따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증오심을 버리고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할 때, 점진적인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용호 목사는 기독교인이 북한 증오심을 버리고 화목과 화해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감리회는 이번 심포지엄에 이어 2월 25일 2차 심포지엄을 연다.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와 김영주 전 교회협 총무가 나와 감리회가 어떤 통일 정책을 수립해야 할지 이야기한다. 7월 21일에는 세계감리교회(WMC)·연합감리교회(UMC)·조선그리스도교연맹 대표를 초청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원탁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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