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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감리교회, 성소수자 문제로 '교단 분리' 합의
전통주의 그룹에 약 290억 재정 지원…분리해도 개교회 재산 및 목사·직원 연금 유지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20.01.07 15:34

댈러스 제일연합감리교회가 12월 29일 모두를 위한 결혼 서약식을 열었다. 제일연합감리교회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 제일연합감리교회(First United Methodist Church of Dallas)는 지난해 12월 29일 특별한 예식을 준비했다. 교회는 이미 혼인 관계에 있는 '모든'(All) 커플이 다시 한번 서로를 향한 헌신을 하나님 앞에 맹세하는 예배를 열었다. 이성·동성 커플과 그의 자녀 250여 명이 참석했다.

제일연합감리교회 담임 앤디 스토커 목사는 <댈러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을 맞이하기 전 이 결혼 예배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일연합감리교회가 속한 교단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UMC)에서는 2020년 1월 1일부터 소속 목회자가 동성 결혼 주례를 설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 총회서 동성애 포용 거부
지역 연회들 반발
다양한 구성원 포함해 중재 논의

UMC는 지난해 2월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특별 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성소수자(LGBTQ)라고 밝힌 사람의 목사 안수 금지 △동성 결혼 주례 금지를 강화하는 '전통주의 플랜'(Traditional plan)을 채택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2020년 1월 1일부터 동성 결혼을 집례한 목회자는 1년간 무급 정직에 처하고, 다시 적발될 경우 자격을 박탈당한다.

미국에서 목회하는 UMC 소속 감독 대부분은 성소수자를 포용하자는 '하나의 플랜'을 지지했다. 이 플랜은 특별 총회에서 최종 표결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부결됐다. 아프리카·아시아 등 동성애에 반감이 높은 타 대륙 대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동성애를 포용하느냐 마느냐는 미국 내 교회들 사이에서 더 긴급한 이슈였음에도 해외 지역 의견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특별 총회가 끝난 후, UMC 내부에서도 '전통주의 플랜'이 미국 내 혼란을 가중한다는 데 동의했다. 실제로 미국 내 54개 연회 중 20곳 이상이 지난해 5월과 6월 사이 열린 회의에서 전통주의 플랜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볼티모어-워싱턴연회, 미시간연회, 북텍사스연회, 뉴욕연회 등 9개 연회는 공개적으로 자신을 LGBTQ라 밝힌 사람도 목사로 안수하고 파송했다.

반대로 LGBTQ 포용 여부가 논쟁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은 교단에서 '反전통주의' 입장이 지지를 얻는 모습을 보고 이탈을 결심했다. 미시시피연회 소속 7개 교회는 전통주의 플랜 통과와 관계없이 6월에 연회를 떠났다. 데니스연합감리교회 네이튼 호덤 목사는 UMC 기관지 <UM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회가 성 정체성에 대한 논의로 시간을 허비했다. (중략) 우리는 동성애가 논쟁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경은 이미 분명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정서가 5월 총회 통과하면
교리와장정 결혼 정의 수정
해외 총회, 연회·교회 각각 선택 가능

결국 UMC 구성원들은 다시 이 안건을 논의해야만 했다. 전통주의 플랜이 미국 내 UMC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에라리온연회 존 케이 얌바수 감독은 교단 내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시카고에서 해외 지역 총회 감독들 및 전통주의·중도주의·진보주의 진영 대표 5명과 만나 중재 그룹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현 UMC 구성원 각 그룹을 대표하는 이들이 균등하게 참여했다. 성소수자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역을 해 온 '화해사역네트워크'(Reconciling Ministry Network), '행동을위한감리교연맹'(Methodist Federation for Social Action and Affirmation) 대표들, 성소수자 목회자 그룹 멤버, 중도를 표방하는 'UMC넥스트'(UMCNext), '주류연합감리교회'(Mainstream UMC) 대표들,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웨슬리언약협회(WCA), 종교와민주주의연구소(The Institute on Religion & Democracy) 대표들과 시에라리온연회, 필리핀연회 감독 등 총 16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1월 3일 '결별을 통한 화해와 은혜의 의정서'(the Protocol of Reconciliation & Grace Through Separation)를 발표했다. 의정서는 △전통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감리회 형성 허용 △UMC는 그대로 유지 △UMC는 교단을 떠나는 전통주의 그룹에 일시적 재정 지원 △떠나는 개교회는 교회 재산 유지를 골자로 한다. 특별 총회에서 전통주의 플랜이 통과하기는 했지만 미국 내에는 이 플랜을 반대하는 교회가 더 많기 때문에, 전통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교단을 형성하기로 한 것이다.

먼저 의정서에는 UMC가 '분리 후 UMC'(Post-seperation UMC), 즉 전통주의를 지향하는 그룹에 향후 4년간 총 2500만 달러(한화 약 291억 원)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분리 후 UMC'는 UMC의 기관과 기구를 포함하는 자산에 대한 재산 청구를 포기한다. 전통주의 그룹과 함께하지 않지만 또 다른 감리교 교단 형성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추가로 200만 달러(한화 약 23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2020년 5월 열리는 총회에서 이 중재안이 통과할 경우, UMC에 남기로 한 이들은 특별 총회를 개최한다. 여기에서 이들은 지역별 총회를 구성하고, 교리와장정에서 성소수자를 포용하지 않는 모든 부분을 삭제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결혼의 정의 역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에서 '두 사람의 결합'으로 수정한다.

미국 외 지역 총회는 2021년 7월 1일까지 '분리 후 UMC'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지역 총회에서 2/3 이상에게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그때까지 투표하지 않는 해외 지역 총회는 UMC에 그대로 남게 된다. 해외·미국 상관없이 각 연회 또한 '분리 후 UMC' 가입을 원하면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교단을 탈퇴하기 위해서는 각 연회 구성원의 20% 이상이 투표를 요구해야 하며, 57% 이상에게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이것도 2021년 7월 1일까지 마감해야 한다.

각 연회가 투표를 마감하면 연회에 속한 개교회는 이 결정을 따를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기한은 2024년 12월 31일이다. '분리 후 UMC' 가입을 원하는 교회는 이 문제를 교인 총회에 부쳐 논의해야 한다. 교단 탈퇴를 고려하는 개교회는 자산과 부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교단을 떠날 수 있다.

이번 의정서에는 연금 관련 내용도 명확히 들어가 있다. 목회자들이 교단을 떠나고 싶어도 연금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중재 그룹은 "현재 UMC에 가입된 목회자 혹은 평신도 직원이 다른 감리교 교단에 가입하더라도 연금 프로그램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2월 열린 특별 총회 마지막 날, '전통주의 플랜'에 반대하는 대의원이 나와 발언하는 동안 또 다른 대의원들이 나와 동의 의사를 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UMC뉴스서비스

중재 그룹이 발표한 의정서는 5월 열리는 총회에서 표결을 거쳐야 하지만, 통과를 낙관하는 이가 많다. 각 그룹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들이 합의에 이른 것은 물론, 이번 총회 대의원 구성이 지난번과 비교할 때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5월 총회 참석할 미국 연회 대의원 482명 중 '전통주의 플랜'을 지지하는 대의원은 118명에 불과하다.

의정서 원안대로 통과한다면 연합감리교회는 1972년 논의를 시작한 이래 48년 만에 '교단 분리'로 성소수자 포용 여부에 종지부를 찍는다. 2020년 총회는 5월 5일부터 15일까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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