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종말론을 퍼뜨렸던 하나님의교회는 기성 언론을 동원해 홍보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시한부 종말론을 퍼뜨렸던 하나님의교회는 기성 언론을 동원해 홍보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어머니 하나님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신문에도 많이 소개됐어요. 어머니 하나님은 선생님을 사랑하십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석 달 전 일이다. 길을 걷다 마주친 중년의 남성이 말을 걸었다. 다짜고짜 '어머니 하나님'을 강조하면서 대화를 유도했다. 그는 네 면짜리 신문을 작게 접어 건넸다. 한 중앙 일간지 지면에 실린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김주철 총회장) 홍보 기사였다.

'어머니 하나님'은 하나님의교회 주된 교리 중 하나다. 고 안상홍 씨가 1964년 세운 하나님의교회는 시한부 종말론을 앞세워 성장했다. 신자들은 죽은 안 씨를 아버지 하나님으로, 장길자 씨를 어머니 하나님으로 믿는다. 시한부 종말론은 여러 병폐를 낳았다. 하나님의교회에 빠진 신자들은 재산을 갖다 바치는 등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지속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하나님의교회피해자가족모임'도 생겼다.

피해가 극심해지자 교계 주요 교단은 하나님의교회를 이단·사이비로 규정했다. 단순히 인간을 신격화하는 교리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1988년, 1999년, 2012년 반복해서 종말이 올 것처럼 호도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신천지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교회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았다.

기성 교회가 반사회적 집단으로 명명하자 하나님의교회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영향력 있는 언론에 광고를 내보내며 보편적인 종교 단체처럼 보이려 한 것이다. 신천지는 코로나19로 실체가 많이 알려져 언론 홍보가 줄었지만, 하나님의교회 홍보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나님의교회, 전방위적 홍보
신천지, 코로나19 문제로 '잠잠'
이재록, 주요 일간지에 칼럼 게재하기도

하나님의교회는 계속해서 언론을 동원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가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전송된 기사 중 '하나님의교회'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총 181개 기사가 나왔다. 4개를 제외한 모든 기사가 하나님의교회 행사와 봉사활동을 알리는 홍보 기사였다.

하나님의교회 홍보 기사는 주로 지역 언론이 중점적으로 다뤘다. <시사뉴스> 22건, <중부일보> 15건, <경기도민일보> 10건 등이었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아주경제>·<월간조선>·<신동아>도 각각 기사를 7건, 6건, 5건 내보냈다.

기사는 '헌당식', '초막절' 등 하나님의교회 행사 때 맞춰 쏟아져 나왔다. 보도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처럼 제목과 내용도 비슷했다. 지난해 9월 말 <아주경제>·<인천일보>·<중부일보>·<문화일보> 등에서 '하나님의 교회, 미국 텍사스·조지아주서 헌당식'이라는 똑같은 제목과 내용으로 기사가 나왔다. 지난해 설날에는 하나님의교회가 이불을 지원하는 등 이웃 사랑을 나눴다는 기사가 20개나 실렸다. 제목과 내용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하나님의교회는 올해에도 꾸준히 홍보해 오고 있다. 1월부터 5월 20일 현재까지 네이버에는 하나님의교회 관련 기사 40건이 게재됐다. 기사 대부분은 역시 홍보 기사였다. 자체 행사, 불우 이웃 돕기, 코로나19 관련 마스크·성금 지원 등이 주를 이뤘다. 비판 기사는 1건뿐이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일반 광고나 기사형 광고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간동아>는 2019년 1월 21일 하나님의교회가 주최한 '세계 문화 축제'와 관련해 기사형 광고 3개를 내보냈다. <신동아>도 6월 7일 김주철 총회장 인터뷰와 함께 "하나님의교회세계복음선교협회 설립 55주년 300만 성도 시대 열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외에도 <동아일보>·<신동아>·<중앙선데이>·<경인일보>·<시사인> 등 유력 언론들이 하나님의교회 광고를 실었다.

기성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하나님의교회와 신천지가 대표적이다. 신천지 역시 하나님의교회처럼 주요 일간지에 광고와 기사형 광고를 내고 활동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신천지 홍보 기사는 잠잠한 편이다. 논란이 일자 이미 나간 홍보성 기사를 삭제한 곳도 있다. <월간조선>은 2016년 게재한 이만희 총회장 인터뷰 기사를 올해 3월경 지웠다.

여성 교인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러 징역 16년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이재록 목사(만민중앙교회)는, 20년 전부터 오랜 기간 <중앙일보>·<한국경제신문>·<한국일보> 등 유력 신문에 신앙 칼럼을 게재했다. 이 칼럼들을 모아 2011년 <등불>(우림)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중국에서 건너온 전능신교로 불리는 동방번개 역시 2013년 주요 일간지 <경향신문>·<동아일보>·<서울신문>·<조선일보>·<한국일보>·<한겨레> 등에 수많은 광고를 냈다. 당시 한국교회언론회가 4개월간 동방번개 광고를 모니터링했는데, 총 101회 광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지 <신동아>도 하나님의교회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신동아 홈페이지 갈무리
월간지 <신동아>도 하나님의교회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신동아 홈페이지 갈무리
"종교 단체 광고는 부르는 게 값,
4P에 5000~6000만 원"
이단은 공신력 확보하고
언론은 돈 벌고

언론은 아무 대가 없이 광고와 기사형 광고를 실어 주지 않는다.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됐듯이 매체들은 비용을 받아 가며 지면을 할애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7월 31일 "동아일보출판국 '하나님의교회' 홍보 기사 등 12억 거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 출판국이 그해 1월부터 6월까지 하나님의교회 홍보 기사와 광고를 내주는 조건으로 12억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종교 단체가 내는 광고 등은 일반 단체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한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앙 일간지들의 전면 광고는 1000만 원 정도 한다. 다만 종교 단체는 부르는 게 값이라서, 많으면 1500만 원까지 올라간다. 따로 섹션으로 제작해 기사 형식으로 나갈 경우 4P에 5000~6000만 원에 이른다. 그뿐 아니라 종교 단체들은 거액을 주고 신문을 추가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언론사마다 광고를 심의하는 절차를 밟지만, 웬만하면 다 받아 주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는 하나님의교회나 신천지 광고는 받지 않는다. 교계에서 이단·사이비로 규정해서 그런 게 아니고, 논란이 있는 종교 단체라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언론사는 돈 벌어서 좋으니 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언론사가 특정 단체 대표의 홍보성 인터뷰를 실어 주고 그 단체에서 거액을 들여 대량으로 신문·잡지를 구매해 주는 행위는 잘못된 관행이다. 한 대형 교회 관계자는 "담임목사님이 한 월간지와 인터뷰하고 난 다음 3000만 원 상당의 잡지를 구매해 줬다. 이쪽 업계 관행이라더라"고 말했다.

매체들은 코로나19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신천지 홍보 기사를 실어 왔다. 동아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매체들은 코로나19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신천지 홍보 기사를 실어 왔다. 동아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이단·사이비로 규정된 집단이 거금을 부어 가며 홍보하는 목적은 역시 내·외부 공신력 확보다. 신천지 섭외부장을 지낸 김종철 씨는 5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신천지는 '우리도 정상적인 교회다', '우리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한다'는 걸 사회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광고를 냈다. 신문들은 신천지가 돈을 많이 주니 받아 주는 건데, 정작 신도들은 신천지가 잘해서 언론에 나오는 줄 안다"고 말했다.

언론사들이 처음부터 신천지 광고를 받아 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 씨는 "10년 전만 해도 신천지가 이단인 줄 아니까 메이저 언론들은 받아 주지 않았다.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같은 법인을 만들고 봉사활동하면서 접근하니까 그제야 언론들이 받아 줬다"고 말했다.

이재록 목사 일가의 전횡을 폭로한 만민중앙교회 김용훈 집사도 이단들이 내부 결속과 대외 이미지를 위해 언론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 집사는 "만민중앙교회 측은 주요 일간지에 실린 이재록의 칼럼을 매주 홍보했다. 교회에 처음 온 사람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목사 칼럼이 유력 일간지에 실리는 걸 보고 좋은 교회라고 받아들이는 거다. 나도 그랬다.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칼럼을 싣는 조건으로 광고비가 나갔는데, 교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재록 목사가 이단으로 찍혀 있으니까, 신천지와 같이 정상적인 교회인 척하려고 돈 주고 칼럼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록 목사는 일간지에 신앙 칼럼을 싣기도 했다. 이 목사 일가의 전횡을 폭로한 김용훈 집사는
이재록 목사는 일간지에 신앙 칼럼을 싣기도 했다. 이 목사 일가의 전횡을 폭로한 김용훈 집사는 "돈을 주고 칼럼을 게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단·사이비 홍보한 매체들
"광고는 어디든 실을 수 있어"
"세 큰 하나의 종교 단체일 뿐"
교계는 '무관심'

하나님의교회와 신천지 등을 홍보해 준 언론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동아> 관계자는 5월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어디든 다 광고는 실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광고 자체는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교계에서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단체라고 하자 "그 문제는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인일보> 관계자는 "종교 단체에서 하나님의교회에 뭐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하나님의교회는) 세가 큰 하나의 종교 단체다. 기사를 실어 주거나 별도 광고를 받는 건 관련 부서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기성 언론이 대놓고 돈을 받아 가며 이단·사이비를 홍보하고 있지만, 교계는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진용식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는 "교계 언론은 모르겠지만, 일반 언론을 상대하는 건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이단 옹호 언론'을 규정하는 건 총회인데, 정작 총회나 노회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지낸 최삼경 목사(빛과소금교회)는 "언론이야 돈만 주면 기사든 광고든 실어 주지 않나. 백날 비판하고 규탄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단이나 연합 기구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면 좋겠지만 이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주요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도 현재로서는 딱히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예장통합 이대위 서기 심상효 목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집단인 만큼 기성 언론에 안 실리면 좋겠지만,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과거 통일교가 그랬듯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합동 이대위원장 이억희 목사는 "안 그래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신천지나 안상홍을 이단으로 규정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경각심을 갖는 차원에서 한 번 더 (이단·사이비로) 결의하려 한다. 다시 한번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대위원장 황건구 목사는 "특별히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이단 광고를 많이 한다는 걸 안다. 8개교단이단대책위원회에서도 작년에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은 있는데 달리 대안이 없었다. 우리가 돈을 모아 반대 광고를 낼 수도 없는 거고. 차라리 한국교회총연합이나 교단장회의에서 심도 깊게 다뤄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주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는 이단·사이비는 필연적으로 반사회성을 보인다.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는 "일반 언론은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이단·사이비와 보통 교회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정 해체, 사회와의 단절, 금품 갈취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믿음 대표는 이단·사이비의 사회적 폐해를 널리 알려 기성 언론이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믿음 대표는 이단·사이비의 사회적 폐해를 널리 알려 기성 언론이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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