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신천지'가 연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자, 언론들은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신천지 교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2월 18일부터 2월 23일까지 '신천지' 키워드가 포함된 네이버 뉴스는 총 1만 6771건이다. 산술적으로 하루에 약 2800건씩 기사가 나온 셈이다.

이는 지난해 보도량과 비교할 때 수십 배 폭증한 수치다.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1년간 '신천지' 키워드가 포함된 뉴스는 총 2413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보도량보다 많은 기사가 하루 만에 나오고 있다. 신천지 유관 기관 <천지일보>를 제외한 대부분 언론이, 신천지가 폐쇄적 공간에서 정체를 숨기고 은밀하게 포교한다고 지적하며 이런 습성이 코로나19 확산을 낳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부터, 신천지 등 이단·사이비 단체 홍보 기사를 실어 준 언론사들을 분석하고 있었다.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기사를 정리하고, 신천지가 홍보 자료로 쓰는 기사들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마침 며칠 사이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주목받으면서, 언론들의 두 얼굴이 더 극적으로 드러나게 됐다.

신천지 주요 행사 때마다
유사한 제목·내용 기사 우르르
지금까지 이런 말씀은 없었다?
낯뜨거운 노골적 홍보도 다수

언론들은 신천지를 홍보하면서 가정 파괴나 종교 사기, 재산 피해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종교개혁'을 언급하며 기독교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경기일보 갈무리
언론들은 신천지를 홍보하면서 가정 파괴나 종교 사기, 재산 피해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종교개혁'을 언급하며 기독교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경기일보 갈무리

신천지는 1995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을 시작으로 2008년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이르기까지 교단 7곳이 '이단'으로 결의한 집단이다. 이만희 교주 신격화, 가정 파괴, 위장 포교, '추수꾼'을 동원한 기성 교인 빼돌리기, 교회 전체를 신천지로 만드는 일명 '산 옮기기'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다. 신천지에 가족을 빼앗긴 피해자 모임도 여럿이다. 기독교 언론들은 십수 년 전부터 신천지의 이런 행태들을 비판해 왔다.

그럼에도 일반 언론들은 별다른 비판 없이 신천지를 홍보해 줬다. 보도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뉴스앤조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전송된 기사 중에서 '신천지', '신천지자원봉사', '이만희',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중 한 가지 키워드가 들어가 있고, 정식 명칭 '신천지예수교'가 포함되는 결과를 검색해 봤다. 그 결과, 기사 773건이 나왔다. 검색 결과 중 80% 이상은 '신천지 홍보'였다.

<천지일보> 기사가 274(35.4%)개로 단연 1위를 차지했고, 전부 홍보 기사였다. 나머지 기사 499건 중 일반 언론이 신천지를 홍보해 준 기사는 350건(45.3%)이었다. 개신교와 가톨릭 매체가 신천지를 비판적으로 다룬 경우는 124건(16%)이었다. 일반 언론이 신천지 문제점을 다룬 경우는 미국 내 신천지 확장을 비판적으로 살핀 <미주중앙일보> 기사 3건, <미주한국일보> 1건, 대학 길거리 포교 문제점을 다룬 <UPI뉴스> 1건에 그쳤다. 나머지 20건은 실시간 검색어 어뷰징 또는 단순 집회 일정 안내, 법원 판례 안내였다.

신천지 홍보 기사 350건은 대부분 지역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말馬산업저널>이나 <불교공뉴스>, <한국스포츠통신> 등 타 종교지, 스포츠지도 있었다. 대부분 같은 시기 비슷한 제목과 본문으로 출고됐다. 언론이 신천지 행사를 직접 취재하지 않고 신천지 보도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썼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례로 2019년 2월 19일에는 <금강일보>·<매일일보>·<불교공뉴스>·<신아일보>·<경기일보>·<메트로신문>에서 '신천지예수교회, 호주서 올해 첫 수료생 314명 배출'이라는 똑같은 제목과 내용으로 기사가 나왔다. <경기일보>는 '신천지예수교회, 호주서 올해 첫 수료생 314명 배출…지난해 이어 해외 수료생 증가'라며 제목에 한 구절을 추가했지만, 내용은 같았다.

이 패턴은 신천지 주요 행사가 열릴 때마다 반복됐다. 신천지 창립 기념일이던 3월 14일 전후로는 언론 13개가 일제히 이 소식을 다뤘다. 제목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신천지 창립 35주년 기념 예배',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 같은 표현이 공통으로 들어갔다. 대부분 체육관·전시장 등 밀집된 공간에 수만 명이 밀집해서 앉아 있는 사진을 썼다. 언론사가 직접 찍은 게 아닌 신천지 제공 사진들이었다.

신천지가 '10만 명 수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2019년 11월 10일 주간에는, 11월 말까지 기사가 100개 넘게 나왔다. 대부분 "'지금까지 이런 말씀은 없었다!' 기독교인 사로잡은 신천지 '계시 복음'"(11월 5일 <메트로신문>), '세계적으로도 없던 역사, 10만 명 성도들 복음 나섰다'(11월 13일 <인천일보>)는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였다. <경기일보>는 "'종교개혁 완성판' 신천지 교회…침체된 기독교 '대안' 급부상"이라는 제목으로, 아예 신천지가 개신교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썼다.

단순 보도 자료를 베낀 것이 아닌, 적극 홍보한 기사도 여럿이었다. <금강일보>는 2019년 5월 천안기독교총연합회와 신천지천안교회 간 성경 공개 토론 결렬 소식을 다루며 "천안기독교총연합회의 주목적은 어느 쪽이 성경에 입각한 참신앙을 하는지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넘어선 비방이다"라는 신천지 입장만 소개했다.

<경기일보>는 8월 이만희를 직접 인터뷰하고 영상 콘텐츠로도 만들었다. 9분 분량 영상에서 이만희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기성 교회와 CBS를 싸잡아 비판했다. <뉴스브라이트>는 10월 24일 '강제 개종 목사에게 세뇌당한 엄마를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강제 개종'은 신천지에 빠진 가족을 다시 기성 교회로 돌아오게 하려는 피해자 가족들의 시도를 신천지가 낮잡아 부르는 용어다.

주요 언론들은 코로나19 사태 전 신천지를 홍보해 주는 '기사형 광고'를 실어 줬다. 메이저 언론사 지면 한 면을 가득 채우려면 수천만 원의 광고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천지 홈페이지 갈무리
주요 언론들은 코로나19 사태 전 신천지를 홍보해 주는 '기사형 광고'를 실어 줬다. 메이저 언론사 지면 한 면을 가득 채우려면 수천만 원의 광고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천지 홈페이지 갈무리

<중앙>·<경향>·<한국> 등
'메이저 언론사'의 '기사형 광고'
"이단·사이비, 반드시 문제 일으켜
당장 재정 충당, 결국 공신력 하락"

지역지와 온라인 매체만 신천지를 띄워 준 것은 아니다. '메이저 언론사'로 불리는 중앙 일간지들도 신천지 홍보 기사를 지면에 많이 실어 줬다. 이들은 단순한 보도 자료 홍보가 아니라 '기사형 광고'로 신천지를 홍보했다.

기사형 광고는 포털 사이트 검색에 잡히지 않아 총 몇 건을 보도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광고가 얼마에 거래되는지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천지 기사형 광고는 대부분 한 면 전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 일간지 전면 광고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사실은 업계 상식이다.

<서울신문>은 2018년 1월, 이만희 총회장 인터뷰를 기사형 광고로 내보냈다. <경향신문>은 2019년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신천지 교인을 강제 개종했다는 신천지 주장을 기사형 광고로 내보냈다. 두 매체 광고 담당자 모두 이것이 광고라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지면 어디에도 '광고'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천지는 공신력이 높다고 여겨지는 중앙 언론들의 기사형 광고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실제로 올해 2월 중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신천지 홈페이지 메인에는 <중앙일보>·<동아일보>·<한국일보> 등이 보도한 신천지 기사형 광고가 걸려 있었다. 며칠 전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메인 화면에서는 언론 기사들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신천지 홈페이지에서 '뉴스룸 - 언론 보도' 페이지로 이동하면 홍보 기사 모음을 볼 수 있다.

'언론 보도' 첫 페이지에는 올해 1월 14일 <동아일보> D2면이 통째로 실려 있다.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원년…실상 복음 전파에 총력'이라는 기사와 '하나님 계신 곳, 바르게 운영하기 위해'라는 기사가 실려 있고, 이만희 신년사가 이미지 박스 형태로 게재됐다.

<중앙일보> 1월 16일 C4면도 올라가 있다. 역시 한 면 전체가 신천지 기사와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동아일보> 제목과 유사한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원년' 선포…실상 복음 대세화 첫발"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하단에는 이만희 신년사를 다룬 '신천지예수교회 12지파가 종교 세상 주관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와 신천지 교인 수가 2019년 12월 말 23만 9353명이고 시온기독교선교센터 수료자는 10만 3945명이라는 인포그래픽 차트가 실렸다.

신천지가 언론 보도 코너에서 소개하는 기사는 이외에도 <한국일보>(2019년 12월 26일), <경기일보>·<동아일보>(2019년 12월 17일), <중앙일보> 2건(2019년 12월 13일), <한국일보>(2019년 11월 28일), <프레시안>(2019년 11월 11일), <매일경제>(2019년 5월 14일) 등 100건에 가깝다. 이런 기사형 광고는 작성자 이름이 없거나 '객원기자'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언론들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에는 신천지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예배 안 갔다 해라' 폐쇄적인 신천지···'본부 있는 과천 걱정'"(<중앙일보>), "'집단감염' 부른 신천지…대체 어떻길래"(<한국일보>), "신천지 지령 내용 보니 '오싹'…일반 교회·신자 '초비상'"(<매일경제>), "황당 신천지 교주 이만희 '코로나는 마귀 짓'"(<프레시안>), "신천지 '방역 활동 적극 동참'…'독특한 예배 방식' 지적엔?"(<동아일보>), "[사설] 신천지 교회 비밀주의 버리고 책임 있는 행동해야"(<경향신문>), "'예배 안 갔다고 말해라' 신천지, 거짓 대응 종용"(<서울신문>) 보도 등이 단적인 예다.

이단 전문가들은 언론들이 돈 때문에 '이단'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독자들 역시 건강한 매체를 후원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 전문가들은 언론들이 돈 때문에 '이단'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독자들 역시 건강한 매체를 후원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언론사들이 돈 때문에 이단 홍보를 포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 진용식 목사(상록교회)는 2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수만 부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광고를 실어 주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이단 광고 기사 게재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오랫동안 말해 왔지만, 언론사들도 돈 때문에 그러는 것이니 앞으로도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구원파나 만민중앙교회를 보라.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때가 온다. 신천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단·사이비들에 대한 홍보·옹호 기사를 써 주는 것이 당장은 괜찮고 재정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신문의 권위를 떨어뜨릴 것이다. 이단·사이비 종교에서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는 생각을 갖고, 홍보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바른미디어> 조믿음 대표도 "이단이 사회적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를 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언론사도 수익이 나니까 어떤 집단인지 확인 없이 무책임하게 홍보한다. 이런 행위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 대표는 독자들이 언론을 감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독자들 역시 성숙한 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언론을 감시하고, 건강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언론을 정화하려면 시민의 감시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