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복음교회 출신 목사가 김성광 담임목사를 노동지청에 고소했다. 김 목사는 성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부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21년 2개월.' 이 아무개 목사는 전도사 시절부터 강남순복음교회(김성광 목사)에서 줄곧 사역해 왔다. 임지를 곧잘 떠도는 여느 부목사와 달리 오래 이 교회에 머물렀다. 담임목사가 지시한 일은 물론이고, 교구 관리, 차량 운행, 문서 작업, 나무 심기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20년 넘게 교회에 헌신해 온 이 목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1월 20일,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주일예배 광고 시간. 갑자기 김성광 목사가 이 목사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 야, 너 몇 년 됐냐.
- 21년 됐습니다.
- 그러면 너 기도원으로 가.
- ….

사전에 논의된 내용은 아니었다. 당황한 이 목사는 선뜻 답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강남순복음교회 부목사들 사이에서 '기도원 발령'은 '사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기도원 생활을 경험한 바 있는 이 목사는, 교회 개척을 위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곧장 사무실로 와 짐을 정리했다. 주일예배 시간, 교인 100여 명이 보는 앞에서 수모를 당한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5월 7일 기자를 만난 이 목사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당시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회를 나온 이 목사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당장 임지도 못 구한 상황에서 노모를 포함한 다섯 식구를 먹여 살릴 길이 막막했다. 이 목사는 노무사와의 상담을 통해 강남순복음교회에 퇴직금 8000만 원을 요구했다. 여기에 교회 개척 지원금 1억 원도 달라고 했다. 이 목사는 "서울 대치동 예배당을 이전할 당시, 김 목사가 자신을 도와주면 나중에 개척 지원금 1억 원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교회 측은 퇴직금은 줄 수 없다고 버텼다. 대신 선교비 명목으로 50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방침은 김성광 목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 목사가 직접 김 목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퇴직금을 요구하자, "나는 너 그만두라고 한 적 없다", "퇴직금 받고 싶으면 신고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변호사, 근로감독관 등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이 목사는 "'교역자는 근로자가 아니라서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물러설 수 없는 생각에 5월 3일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임금 체불'과 관련한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지난 4개월도 겨우 버텼는데,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30년간 그만둔 교역자에게
퇴직금 지급한 적 없어
성경에 없는 단어 써먹으면 안 돼"

<뉴스앤조이>는 5월 14일 청평 강남금식기도원에서 김성광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김성광 목사는 故 최자실 목사의 아들이자,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처남이기도 하다. '종북 척결'을 교회 표어로 내세울 정도로 반공주의에 집착했던 강남순복음교회는 한때 교인 수천 명이 출석했다. 현재는 100~200명으로 줄었다.

인터뷰 전 김 목사는 기자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뉴스앤조이>가 반기독교 언론인지, 사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중 어느 사상을 지지하는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었다. <뉴스앤조이>는 반기독교 언론이 아니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목사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목사의 퇴직금에 대해 묻자, 김성광 목사는 30년 넘도록 교역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며 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까지 30여 명의 교역자가 교회를 나갔는데, 한 번도 퇴직금을 요구한 적 없다. 우리는 근로 계약서도 안 쓴다. 그런데 무슨 퇴직금을 주느냐"고 말했다.

퇴직금은 성경적이지 않다는 이유도 댔다. 김 목사는 "성경 어디에 퇴직금 이야기가 나오는가. 성경에는 사례, 품삯 이야기밖에 안 나온다. 이OO한테 '퇴직금을 받고 싶으면 성경적 근거를 대라'고 했는데, 제시도 못 하더라. '성경에 없는 단어 써먹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조용기 원로목사도 교회에서 퇴직금을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 목사가 받은 퇴직금은 200억 원에 이른다. 김 목사는 "나는 그건 모른다.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퇴직금은 성경적이지 않다고 강조하던 김성광 목사는, 이 목사에게 공갈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면 각종 언론사에 비리를 제보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걔가 처음부터 퇴직금이 아닌 후원금이나 선교비를 달라고 했다면 오케이 했을 것이다. 지금은 어림도 없다. 교회 재정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판사가 (퇴직금을) 주라고 할 때 주겠다.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김성광 목사는 이 목사의 주장 중 사실과도 다른 부분도 있다고 했다. "기도원으로 가라"는 의미는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고 순수한 발령이라고 했다. 개척 지원금 1억 원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적도 없다고 했다. 김 목사는 "목사는 정직해야 한다. 십계명대로 살아야 한다. 도둑질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남순복음교회가 운영하는 청평군 강남기도원. 기도원 발령을 받은 이 아무개 목사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성광 목사의 주장대로 지금까지 강남순복음교회는 교역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몇몇 교역자는 퇴직금 명목 대신 '개척 후원금' 또는 '선교비'를 받았다. 강남순복음교회 출신 김 아무개 목사는 "퇴직금 문화 자체가 아예 없었다. 교역자 중에는 나이 많은 여성 교역자가 많았는데 조용히 나가셨다. 교단 안에서 김성광 목사가 실세였고, 눈 밖에 나면 안 되니까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말대로 기도원 발령은 '사임'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도원 가라는 건 사임하라는 뜻이다. (교역자들은) 기도원 와서 다들 그만뒀다. (김성광 목사는) 한 번에 자르지 않는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도원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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