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벧엘교회 찬양단 부당 해고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이 14일 교회를 찾아, 해고된 이들과 교회 찬양팀 입장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다음 주부터 나오지 않으셔도 된다"며 전화 한 통으로 수년간 함께한 찬양단원들을 내보낸 일산 벧엘교회(박광석 목사). 쫓겨난 사역자들은 노동청에 진정을 냈고, 교회는 현재 노무사를 고용해 정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벧엘교회는 이들에게 주급 개념으로 사례를 지급했고, 정식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 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은 9월 14일 벧엘교회 일산 예배당에 나와 쌍방을 불러 입장을 들었다. 노동청에 진정을 낸 사역자 A와 B가 출석했고, 벧엘교회에서는 찬양단 이 아무개 기획단장 등 3명이 나왔다.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조사에서는, 담임목사 아내 유 아무개 씨가 찬양팀 인사·연주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교회에서 '사모님'으로만 불릴 뿐, 공식 지위나 직책은 없다.

A, B 두 사람은 유 씨가 찬양팀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왔다고 주장한다. 교회 관계자들도 유 씨가 찬양팀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교인들이 찬양팀에 피드백을 주면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가, 나중에는 담임목사 제안으로 2개월간 한시적으로 찬양팀 회의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운영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A와 B는 기자에게 "올해 2월 사모님이 보컬들을 본당으로 불러내 노래를 부르게 했다. (듣고 나서) 누구는 (보컬) 하지 말라고도 지시했다. 편곡이 어떻게 되는지도 물어봤고 수정도 지시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 이야기를 종합하면, 평소 찬양 연습은 본당 지하 연습실에서 하는데 이날 유 씨가 보컬들을 본당에 모이게 해 테스트를 했고,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보컬을 그만두게 했다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나왔고, 찬양단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해고 결정도 유 씨가 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5개월 전 벧엘교회 찬양단 담당 부목사에게 전화로 통보받았을 때를 이야기했다. "부목사님은 사실 미안할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죄송하다'고 하더라. 교회에서는 3주 전 (해고를) 결정했는데, 사모님이 3주간 함구하고 있으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3주 전부터 해고를 결정해 놓고 미리 통지하지 않은 것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벧엘교회 이 아무개 기획단장은, 유 씨가 찬양단원들을 해고하라고 말했더라도 자신이 반대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해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와 B 등에게 오해가 있어 이들과 같이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A, B 두 사람은 조사 후 기자를 만나 기획단장의 말이 잘못됐다고 했다. 이들은 "기획단장(마스터)이 우리를 자를 수는 없다. 우리가 교회 들어갈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이력서는 냈다. 그러면 담임목사가 채용을 판단했다는 것이다. 마스터가 우리를 데려오겠다거나 자르겠다고 제안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정까지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교회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는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건 이후 이날에야 기획단장 얼굴을 처음 볼 수 있었고, 간접적으로나마 사과의 뜻을 들었다고 했다. 앞서 고용노동청이 유 씨를 참고인으로 불렀으나 출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유 씨가 노동청에 출석해 자세한 사실관계를 말해야 한다고 했다.

벧엘교회 부당 해고 조사는 이르면 이번 주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는 찬양단 해고 의혹에 대한 벧엘교회 입장을 요청했다. 핵심 당사자인 담임목사 아내 유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교회 수석부목사에게 연락을 요청했다. 만약 유 씨가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 그 사실이라도 알려 달라고도 했다. 다시 연락을 주겠다던 부목사는, 이후 기자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벧엘교회 사무처장 김 아무개 장로는 교회 앞에서 기자를 만나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찬양단 관련 문제는 목회자 소관이라 잘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문제가 불거지기 전 두 사람이 교회와 잘 협의했으면 됐을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지역 내 어려운 사람도 많이 돕는 등 선행을 베푸는데, 좋지 않은 이야기가 보도되어 아쉽다고 했다.

근로감독관은 조사 내용에 대해 언급을 꺼렸다. 그는 이번 주 내로 사건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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