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반기독교세력대응위원회(반기독교대응위·이성화 위원장)가 3월 초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해서는 4월 15일 총선에서 현명하게 투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교단 소속 전국 교회에 발송했다. 유인물은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에 대한 허위·왜곡·과장 정보로 가득 차 있고,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유인물은 A4 용지 한 페이지짜리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내용과 이번 총선의 중요성이 적혀 있다. 반기독교대응위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죄를 죄라고 말하는 신실한 성도들과 목사들이 '처벌'받게 된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교회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 성적 소수자에 대해서 바른말을 못 하게 된다. 성적 소수자는 '동성애,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더 나아가 근친상간, 아동 성애, 시체 성애, 동물 성애'를 다 포함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성경은 죄라고 분명히 말씀하고 있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말을 못 하고 '동성혼'을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길을 열어 주게 된다"고 썼다.

또 "(종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 신천지와 같은 이단을 이단이라고 말도 못 하게 된다. 심지어는 교회에서 설교 중에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

반기독교대응위는 이번 총선으로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2/3가 될 경우 차별금지법을 포함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후보자 및 정당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별해야 한다며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부탁한다고 했다.

유인물 최하단에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체로 남느냐! 사회주의 체제로 가느냐!'의 심각한 기로에 놓여 있다. 4·15 총선에서 우리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할렐루야!"라고 적었다.

예장합동 반기독교대응위가 교단 소속 전국 교회에 보낸 유인물.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합동 반기독교대응위가 교단 소속 전국 교회에 보낸 유인물.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만 말해도 처벌받는다'는 말은 허위 정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월 19일, 교계 반동성애 강사들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하며 이 내용의 사실관계를 판단한 바 있다. 법원은 "당시(2013년)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단순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신천지와 같은 이단을 이단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도 허위 정보다. 지금까지 발의된 차별금지법에는 이런 내용 자체가 없다. '성적 소수자에는 근친상간, 아동 성애, 시체 성애, 동물 성애가 포함된다'는 말 역시 대표적인 반동성애 진영의 왜곡·과장 정보다.

특히 이 유인물에는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후보자나 정당에 투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포함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3항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 조직·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금란교회 김홍도 원로목사는 2007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계속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병규 변호사(법무법인 하민)는 3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판결을 언급하며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해 지지를 유도하거나 비난하면 법에 저촉된다. '종북 좌파', '마귀 세력', '예수님 잘 믿는 장로' 등과 같이 비유나 상징, 간접화법을 이용해 듣는 이가 특정 후보, 특정 정당 지지를 유도하거나 비난한다고 쉽게 알 수 있는 행위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개신교계 공명선거감시단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평화나무(김용민 이사장)는, 예장합동 반기독교대응위가 교단 소속 전국 교회에 이 유인물을 발송한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평화나무 신기정 사무총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 내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후 결과에 따라 고발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인물은 예장합동 김종준 총회장과 반기독교대응위 이성화 위원장 명의로 발송됐다. 김종준 총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인물은 반기독교대응위가 만들어 보낸 것이다. 나는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며 이성화 위원장에게 문의하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성화 위원장에게 몇 차례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