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지도자든, 사회 지도자든, 정치 지도자든, 누구든 자기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성범죄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종교 지도자는 누구보다 이런 면에서 깨끗하고 정결해야 한다. 물론 우리 기독교 지도자 대부분은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언제나 조심하고 있다. 기독교 지도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이단으로 규정된 종교 단체 지도자의 음울한 행위를, 마치 정통 교회 지도자가 음행하는 것처럼 오해되도록 잘못 보도하는 언론을 개탄한다." (한국교회언론회 4월 12일 자 논평 중)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올해는 사회 각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전개됐다. 사회 관심이 고조하자 일반 언론은 교회 성폭력도 앞다퉈 보도했다. JTBC는 성락교회와 만민중앙교회 사례를 집중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두 교회는 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곳이다. 관련 뉴스가 이어지자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는, 교회 성폭력은 이단에서나 발생하는 일인데 이걸 마치 기성 교회에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보도해 한국교회 신뢰도를 깎아내리고 있다며 언론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교회언론회 주장처럼 교회 내 성폭력은 '이단'에서나 발생하는 것일까. 올해 7월 개소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센터·박종운 이사장·김애희 센터장)가 상담 사례를 정리한 내용을 12월 20일 발표했다. 올해 1월부터 12월 19일까지 접수한 85건의 상담 중, 피해자가 가해자로 지목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기성 교단' 소속이었다.

가해자 소속을 파악할 수 없었던 16건 외에, 비율로 따지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19%), 합동(17%), 기독교 단체(8%), 기독교대한감리회(7%), 이단(7%)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교회 성폭력이 이단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며 한국교회 어디서나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2018년 상담 통계를 발표하고 교회 성폭력 문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공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통계 발표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는 교회 성폭력 문제를 "우리 교회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폭력을 '폭력'의 문제로 인식해야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도 했다. 토론회에는 만민중앙교회 피해자들을 법률 지원한 신진희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퀴어 아포칼립스> 저자 시우 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문화연구가 시우 씨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국교회가 성폭력을 공동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도덕적 혹은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만들었다고 했다.

시우 씨는 "성폭력 사건의 핵심은 권력·위계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대다수 교인은 사건을 관찰하거나 방조하는 위치에 서 있다. 나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보다 빨리 가해자 혹은 피해자를 내보내는 방식에 더 익숙하다. 교회도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동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진희 변호사는 '폭력'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폭력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누구든지 가해자 내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성폭력 이야기를 하면 나도 범죄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에 차 있기 때문에 방어적이고 소극적이다. '적어도 우리 교회에서는 그런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사고의 전환으로 교회가 이 문제를 직면할 때 올바른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희 변호사(왼쪽)는 "우리 교회에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우 작가는 "성폭력을 도덕적 문제가 아닌 폭력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센터는 1월부터 꾸준히 상담 신고를 받았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을 공개적으로 고발한 2월에는 상담 요청이 급증했다. 공식적으로 개소를 알린 7월과 8월에도 상담 신고가 잦았다. 센터가 접수한 85건 중 84건이 여성 피해자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절반 이상이 목회자 혹은 리더(58%)였다는 점도 교회 성폭력이 권력의 차이에 따른 폭력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 준다. 가해자를 직분별로 분류하면 담임목사(30%), 부목사(34%), 교인(11%), 선교 단체 리더(6%) 순이었다.

그동안 센터는 피해자 의사를 확인한 뒤 이들에게 △상담, 회복 프로그램 연계 △교회 안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자문 제공 및 시위 연대 △변호사 자문 및 비용 지원과 수사 재판 모니터링 △의료 기관 연계 등 지원 활동을 해 왔다. 김애희 센터장은 "앞으로도 교회 성폭력 피해자 지원은 물론 교회에서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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