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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대응 매뉴얼 있었다면 혼란 줄였을 것"
[좌담]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박종운 이사장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7.11 16:22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 성폭력'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다루는 전문 기관이 7월 23일 개소한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김애희 센터장)는 교회 성폭력 피해자가 상담을 의뢰할 수 있고, 이후 필요한 법률·의료 지원까지 맡아서 하는 기독교 시민단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교회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은 '예방'이라고 판단하고, 예방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강연도 계획하고 있다.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가해자 치료와 회복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개소하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협력이 있었다. 전병욱 목사 사건을 겪은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는 교회 성폭력이 '우리 교회'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설립을 지원했다.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직시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해 온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윤경아)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를 인큐베이팅하는 역할을 맡았다.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와 개혁연대 공동대표이자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이사장 박종운 변호사가 만났다. 삼일교회는 어떤 마음으로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설립 과정에 참여했는지,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앞으로 어떤 사역을 해 나갈지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좌담은 7월 10일 삼일교회 목양실에서 진행했다.

송태근 목사(삼일교회)는 적절한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과거 발생한 교회 성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에 혼란이 있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삼일교회는 어떤 생각으로 기독교반성폭력센터를 지원하게 됐나.

송태근 / 전임 목사 문제를 일단락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교회 성폭력과 관련해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기관이 필요하다는 뜻을 모았지만, 상담 센터를 설립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제도와 조직, 사람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이 문제에 분명한 철학을 지닌 사람이 있어야 했다. 한국교회에는 그런 전문가가 흔치 않았다. 이 단체를 인큐베이팅할 수 있는 교계 NGO가 없을까 하다가 개혁연대까지 연결됐다.

지원을 결정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삼일교회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삼일교회는 목회자 성폭력 사건이 있었으니까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을까 봐 그렇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특정 교회를 위한 단체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공적인 단체다. 각 교회·교단에서 자유로운 독립 단체다. 한국교회를 위한 일에 많은 교회가 함께해 주었으면 좋겠다.

박종운 / 목회자 성폭력은 삼일교회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교회가 전임 목회자의 결함을 감추고 대처를 회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설립을 지원한 건 교회의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본다. 삼일교회가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 센터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다른 성폭력 상담소의 차이점이 있다면.

박종운 /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상담 외에도 성폭력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 교회 밖 상담소에서는 대부분 '상담'만 담당하지만, 센터는 수사나 사건 절차 지원, 의료 지원 등도 맡는다. 법률·의료·상담·신학 등 모든 영역에서 역량이 집중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센터를 찾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신앙인이고, 사건 후 교회를 떠났거나 아예 신앙을 버린 사람도 많다. 교회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설명이 필요했는데, 지금까지는 그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교회 성폭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다른 상담소에 가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센터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후 사건에 대처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한 지인이 이번에 기독교반성폭력센터와 <뉴스앤조이>가 만든 교회 성폭력 대처 가이드북을 보고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성폭력에 대한 인식도 낮고 매뉴얼도 없으니 당황해서 일 처리를 잘못했다고 하더라.

한국교회 대부분이 이럴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시스템과 매뉴얼을 구비하는 게 중요하다. 센터는 피해자 지원은 물론 예방 교육까지 담당하는, 교회 성폭력에 특화한 단체가 될 것이다.

박종운 이사장(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센터가 교회·교단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교회 성폭력에 특화한 단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한국교회가 그동안 목회자 성폭력 문제를 '개인의 일탈', '개교회 문제'로 치부한 것은, 어쩌면 피해자에게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교회 성폭력은 단순한 숫자나 가십거리가 아닌, 한 사람의 영혼이 짓밟히는 일이다.

송태근 / 한국교회는 목회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거의 무지 수준에 가깝다. 교인들은 물론이고 목회자도 마찬가지다. 신학생이나 교역자들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해 너무 모른다. 우리 교회도 청년들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청년들이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다른 교인들을 설득한 것이다.

성폭력은 결국 남성들이 여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자기 욕망을 풀기 위해 한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건 정말 천벌 받을 짓이다.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듣는데, 꼭 대형 교회 목회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더라. 목회자 성폭력은 한국교회 전체에 퍼져 있는 문제다.

- 교회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교단 시스템과 관계자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교단의 모습을 보면 그런 희망을 품기도 쉽지 않다.

송태근 / 우리는 어쨌든 먼저 교회법적으로 전임 목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랐다. 교단에 이 문제를 가져가자 오히려 욕을 많이 먹었다. "같은 목회자가 전임자 문제를 그렇게 들쑤시냐"는 비난이었다. 꿋꿋이 교회법을 따라 징계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알다시피 전혀 불가능한 구조였다. 수년간 재판이 진행됐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끝났다.

박종운 / 제도와 인식의 변화를 병행해야 한다.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서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가부장적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입으로는 바른말을 할지 몰라도 몸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스스로 가부장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변화하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폭력은 수직적 위계질서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교회 성폭력 문제도 목사와 교인 사이의 수직적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수직적 구조는 개신교 신앙에 반대되는 것이다. 목사도 목회와 성경 공부에 특화한 교인 중 한 명으로 보는 게 맞다.

'미투 운동'도 남녀 싸움이 아니라 위계질서와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하는 예방 교육의 1차 목표는 위계질서를 깨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잘못 고착화한 교회 내 계급 문제를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또 한 가지, '회복적 정의' 관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꿈꾼다. 가해자를 응보적 관점에서 징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해자가 진정으로 자기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것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위한 일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7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소와 함께 앞으로의 활동을 소개할 예정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뉴스앤조이>와 함께 '교회 성폭력 대응 가이드북 <미투, 처치투, 위드유>'를 발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 매뉴얼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도 중요한 과제다.

박종운 / 이번 매뉴얼이 완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하고 살을 덧붙여 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교단 재판국 매뉴얼도 있었으면 좋겠다. 교회에는 사회 법으로 가기 애매한 일들, 형법에서 정해지지 않은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재판국이 그런 일을 다룰 때 교인들은 신뢰하지 못한다.

교회·교단 내 매뉴얼 구비 운동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교회 성폭력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 그동안 잘못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송태근 / 목회하다 보면 돌발 변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난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뉴얼이 필요하다. 과거 삼일교회가 큰 혼란을 겪은 것도, 절차나 방법을 제대로 몰라 우왕좌왕한 측면이 있다. 교회마다 이런 매뉴얼을 구비해 놓으면 훨씬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내에 윤리위원회 같은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매뉴얼에 담긴 내용들이 신학교 커리큘럼에 들어가야 한다. 목회자가 될 사람들부터 교회 성폭력의 알아야 한다. 몸에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인 것처럼, 한국교회에도 이 매뉴얼이 예방책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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