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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같은 하나님이 필요해
2030 여성들이 토해 낸 성차별적 교회 현실…"교회 언니들 연대하는 자리 더 많아져야"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9.03.10 22:07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30 여성들은 이제 교회에서도 이전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도구"라는 극단적 주장이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보통의 교회에서, 여성들이 함께 페미니즘과 신학, 성경을 고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답답한 교회 현실을 나누고자 사람들이 모였다. 서울YWCA(이유림 회장)가 3월 8일 주최한 '교회 언니들의 불금 파티'에는 백소영 교수(강남대), 이은애 교수(성결대), 이주아 교수(이화여대), 김희선 교수(이화여대) 등 네 명의 '교회 언니'가 80여 명의 2030 교인들과 함께 웃고 분노하고 울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쌓여 있던 답답함을 털어놨다. 한 사람 한 사람 발언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로 웃음으로 눈물로 연대를 표했다. 섣불리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백소영 교수는 "이 자리는 우선 교회 여성들이 '말하게'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 명씩 발언을 마치면 언니들이 돌아가면서 덧붙이고 싶은 말을 하는 형식이었다.

서울YWCA(이유림 회장)이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교회 언니들의 불금 파티'를 개최했다. 백소영, 이은애, 이주아, 김희선 교수(왼쪽부터)가 패널로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A / 잡일은 여성이 하는데 교회의 중요한 결정에는 여성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여전도회에서 돌아가면서 주일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데, 앉아서 먹는 이들은 음식 품평에 바쁘다. 교회 건축 같은 중요한 문제들은 남성 장로들이 의견을 개진한다. 더 오래 교회에 다니고 실무를 담당한 사람들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아직 청년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B / 장로교 소속이다. 교회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은 남자들이 앞에서 사역하면 골방에서 중보 기도를 하는 여성이다. 밖에 나가 함께 예배하려 해도 여성은 예배를 이끄는 남성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한다. 한번은 모임에서 남성이나 여성이나 헬라인이나 모두 같다는 말씀을 읽었다. 그랬더니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구절로 응수하더라. 나처럼 신학 지식이 적은 사람은 성경 구절로 공격하면 지식이 많지 않아 힘들다.

이은애 교수는 여성주의 시각의 성경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설교를 들을 때 이것이 성경 말씀인지 목사의 해석인지 구분해야 한다. 성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다른 해석이 가능한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바울은 1세기를 살았던 유대 남성이었다. 그가 가진 지위와 편견에 따라 말하는 것인데, 오늘날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건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C / 신앙은 있으나 교회에 다니지 않은 지 1년 정도 됐다. 과거 교회에서 사역자에게 외모 품평을 당한 기억에 아직도 힘들다. 그때 이후로 여성스럽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항상 원피스에 화장을 하고 예배에 갔다. 하지만 여성스럽지 않을 때도, 여성스러워도 고통을 받는 건 마찬가지였다. 계속되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여성들만 있는 교회에 갔다. 도망 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돌아가면 나만 이상한 사람, 공동체에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 취급을 당할 것 같아 두렵다.

이주아 교수는 교회 모습이 견디기 힘들어 잠깐 교회를 떠나더라도, 이것을 도망치는 것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서 상처받고 힘든 상황에 놓이면 우선 안전한 공간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여성신학자 로즈마리 류터와 엘리자베스 피오렌자는 '여성 교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안전한 곳에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더 지지를 받으면서 회복해야 나중에 돌아가더라도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불금 파티'라는 행사 제목에 맞게 2030 기독교인 90여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D / 오늘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마이크를 잡았다. 여성 안수를 허락하지 않는 장로교단에서 꽤 좋은 평을 듣는 교회에 15년째 다니고 있다. 신학생들 존경을 받는 목사님이 몇 년 전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그런데 설교에서 너무 자주 성차별적 발언이 나온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것이 성경적 가정의 모습'이라고 하는 등 설교의 중심 내용에 성차별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 또 '결혼이 얼마나 힘들면 중장년 여성들 얼굴이 다 쌈닭처럼 변했겠느냐', '40대 이상 여성이 화장하지 않으면 폭력이다'는 등 노골적인 성차별 발언도 잦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신앙이 없는 사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E / 청년부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여성 혐오는 교회에서 금기시하는 단어였고, 페미니즘 이야기를 꺼내면 앞으로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 그럼에도 가진 걸 다 쏟아 내자는 심정으로 이야기했다. 피드백 시간에 리더 한 명이 "지금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르고 그걸 하고 있느냐"고 하더라. 어떻게 여성들 문제가 중요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이미 많은 형제가 그 리더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교회 안에서는 좌절하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지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었다.

김희선 교수는 삶의 자리에서 외롭게 투쟁했던 이들이 이런 행사에 모여 서로 이야기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같은 사안에 관심을 두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만나는 "교회 언니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희선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60대 이상 여성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이미지가 어떤 단어와 가장 가까운지 물어본 적 있다. 이런저런 단어를 열거하던 여성 교인들은 하나님이 '언니'와 가장 가까운 것 같다고 답했다. 나보다 더 인생을 살면서 지혜를 축적한 언니. 힘들고 어려운 일 있을 때는 언제고 부르고 기댈 수 있는 언니. 교회 언니들이 연대하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행사를 주최한 서울YWCA는 앞으로 교회 여성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더 자주 만들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성평등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기독 여성주의 청년 기획단을 모집한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저녁에 모여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독교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청년은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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