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도 40여 명의 학생들이 세미나에 참석해 자리를 채웠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의 항의와 감리교신학대학교(김진두 총장)의 불허로 무산 위기에 놓였던 감신대 총여학생회의 '성평등 세미나'가 방해를 뚫고 열렸다.

세미나가 예정된 12월 3일, 학교는 총여학생회가 강의 장소로 신청했던 웨슬리채플관 제1세미나실을 열어 주지 않았다. 총여학생회는 다른 장소를 확보했다. 강의 시작 전 만난 이수현 총여학생회장은 "아침부터 강의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강의실을 지켰다"고 말했다. 저녁 7시에 시작한 세미나에는 학생 40여 명이 참석했다.

강사 엄혜진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도 강의 시작 전, 세미나를 앞두고 벌어진 사태를 언급했다. 엄 교수는 "나는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보수 개신교인들이) 나를 유명한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그래서인지 세미나에도 사람이 많이 온 것 같다. 페미니즘을 불온한 사상으로 취급하는 이 시대에 페미니즘이 정말 불온한지 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본래 예정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남녀의 성적 차이가 본질이나 운명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며,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분과 차이를 만들어 내는 사회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됐다.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의 우려와 달리 '동성애'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

엄혜진 교수는 페미니즘의 근간을 이루는 '타자화'와 '성적 대상화' 개념을 설명했다. 엄 교수는 "18~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은 백인 외 인종은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적정 수준에 미달하는 존재로 만드는 방식이 타자화다. 이는 여성에게도 적용됐다. '여성은 감정이 과잉된 존재이기 때문에 이성적 사고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대표적 타자화"라고 말했다.

'성적 대상화'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인간 정체성을 '성적 존재'로만 환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엄 교수는 "어떤 사람에게 성적 주체의 자리를 주지 않은 채, 성적 대상의 위치에만 놓는 것이 성적 대상화다. '예뻐야 한다', '아이를 잘 낳아야 한다' 등 성적 특징에 따른 운명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는 구조 또한 성적 대상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남녀 차이를 만들어 내는 사회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개인의 노력을 넘어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엄혜진 교수는 "평등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개인의 선한 의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일·가정 양립 정책과 같은 제도를 정부가 고민하고 현실화하며 평등한 사회를 위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엄혜진 교수는 "페미니즘을 불온한 사상으로 취급하는 이 시대에 페미니즘이 정말 불온한지 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총여학생회는 이날 세미나 장소 대여를 불허한 학교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출처 없는 가짜 뉴스와 교단의 외압을 이유로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학교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수현 총여학생회장은 세미나 전 성명서를 낭독했다.

행사 불허 과정에서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성배 학생경건처장이 '행사를 진행할 경우 교단 지시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할 것이다. 여성운동 할 거면 자퇴하고 나가서 하라'며 총여학생회장을 겁박했다"고 했다.

학교 내에서 '성평등'이라는 의제를 제시하기 위해 기획한 행사를 불허한 학교는 대학의 본분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총여학생회는 "학교가 페미니즘 세미나를 불허한 오늘, 우리는 남성 권력이 여성의 현실에 얼마나 무지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성평등은 절대 불허될 수 없다"며, 탄압과 검열을 중단하고 총여학생회와 학우들에게 사과하라고 학교에 요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성평등'은 불허할 수 없다

지난 10월 말 총여학생회는 감리교청년회전국연합회(감청)와 감리회 본부 교육국과 함께 12월 3일 '성평등한 교회 청년 공동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기획하게 되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교수이자 여성학 박사인 엄혜진 교수를 섭외했고, 11월 7일 교내 웨슬리 1세미나실의 장소 사용을 신청했다. 이후 교계 보수 진영 내 엄혜진 교수에 관한 가짜 뉴스가 퍼졌고 본 세미나에 대한 항의 전화가 교육국과 감청에 빗발쳤다. 이로 인해 교육국과 감청은 세미나 주최 단위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고, 총여학생회는 장소 사용에 대해 '불허' 통보를 받아야만 했다. 사건 직후, 총여학생회는 본 세미나의 모든 권한과 직임을 넘겨받아 단독 세미나로 진행할 것을 결정했고, 이를 학교에 알린 후 장소 사용을 재신청했다. 학교는 다시 한번 이를 '불허'했다. 학교의 직원은 '외부 행사'임을 이유로 제시했지만, 최종 관할자인 경건처장 장성배 교수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강사를 문제 삼았고, 학교에 대한 외압을 거론했다.

본 세미나의 초빙 강사는 해당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자 교수이다. 대학에서 학자를 불러 강연을 진행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학문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논의의 장을 넓히는 것이야말로 대학의 역할이 아니던가. 학교는 출처 없는 가짜 뉴스와 외압을 이유로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했으며, 관할자인 장성배 교수는 그 과정 중에 폭언과 협박을 쏟아 부었다. 그는 본교의 학생이자 자신의 제자인 이수현 총여학생회 회장에게 "이 행사를 하게 될 경우 교단의 지시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할 것이다. 이것(여성운동) 할 거면 학교를 자퇴하고 나가서 운동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장성배 교수는 '교단으로부터 온 공문'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이수현 총여학생회 회장을 겁박했지만, 확인 결과 이는 감리회 본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설령 본부로부터 압박이 있었다 할지라도, 학교는 행사를 방해하는 이들의 입장이 얼마나 반지성적인지,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본부의 행태가 얼마나 비윤리적인지 지적하며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 학생의 학습권은 대학이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습과 토론이 대학의 존재 이유이자 이념인 '지성'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특정 집단이 학생의 권리를 탄압하는 오늘의 현실이야말로 학생의 권리가 보루로 대두되어야 함을 명확히 보여 준다. 본 행사는 교내에 의제를 제시하고, 담론을 생성하고자 기획한 것이다. 이를 불허한 학교는 대학의 본분을 지키지 않은 것이며, 학생을 겁박한 장성배 교수는 교수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교수 개인의 두려움은 대학이 갖는 당위성 앞에 정당한 명분이 될 수 없다.

신학교와 교회의 성 불평등과 여성에 대한 차별, 성폭력 방관, 가해자 옹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사안이다. 빗살처럼 빽빽이 늘어선 이 사건들이야말로 신학교 내 총여학생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며, 본 세미나가 개최되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교회 내 청년들의 변화와, 그들을 지도하는 신학생들의 책임이 절실하다. 가짜 뉴스를 명분으로 움직이는 이들과 학교의 탄압, 교수의 협박으로는 절대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 변화는 변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행동과 발맞추어 존재해 왔다. 우리의 변화는 교회와 신학의 가부장적 패러다임을 무너트리고, 억눌린 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평등 해방을 노래하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걸음은 분명 의미 있는 걸음이며, 필요한 걸음이다. 학교가 페미니즘 세미나를 취소시킨 오늘, 우리는 남성 권력이 여성의 현실에 얼마나 무지한지 다시 한 번 깨달을 뿐이다. 사회적 권력을 이용한 협박과 폭언 또한 우리가 타파할 가부장제의 구태에 불과하다. 우리는 절대 우리의 삶을 철회시킬 수 없다. 우리에게 성평등은 절대 '불허'될 수 없다. 12월 3일 6시 30분, 웨슬리 1세미나실에서 '성평등한 교회 청년 공동체'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많은 학우 여러분의 지지와 연대, 참석을 부탁한다.

총여학생회의 권리와 학생의 학습권을 짓밟는 학생경건처를 규탄한다.
탄압과 검열을 중단하고 총여학생회와 학우들에게 사과문을 게시하라.

2018년 12월 3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제 34대 총여학생회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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