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등장하는 박승렬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와 동명이인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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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충섭 총회장)가 사회에서 성범죄로 처벌받은 목사를 치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기장 103회 총회는 마지막 날인 9월 20일, '교회 성폭력 예방과 대처를 위한 헌법 개정안'을 부결했다.

이 법안은 지난 8월, 강간 미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박승렬 목사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돼 긴급하게 마련된 안건이다. 국내 교단 중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 기장도, 헌법에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치리할 수 있는 직접 조항이 없다.

개정안은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가 목사로 복귀할 수 없다는 내용과 성범죄 수위에 따른 처벌 규정을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제부는 개정안을 허락하는 대신, 조문상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해서 2019년 정기노회 헌법 수의 때 제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총대들 사이에서 이내 "아니오"가 튀어나왔다. 경남노회 정대성 목사는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문제 삼았다. 정 목사는 "성폭력은 기독교에서 인정하지도 않고 성경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개정안에 다 성폭력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데, 헌법을 성폭력 헌법으로 만들려는 것인가. 헌법에 넣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103회 총회에서 성폭력 예방과 대처를 위한 헌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찬성' 의견을 표해 달라고 한 유영준 장로부총회장의 요청에 손을 든 총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익산노회 정병성 목사는 박승렬 목사 사건을 언급하며 이제 막 1심 판결이 끝났다고 했다. 그는 "아직 대법에서 판결도 안 났는데 그것 가지고 이렇게 소란하게 할 것 없다. 모든 재판은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야 하고, 대법원 판결까지는 무죄로 추정할 수 있다. (피해자) 인권을 보장한다고 만든 '성폭력 예방에 대한 헌법 개정안'이 인권을 유린하는 법이 될 수 있다. 부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회 성폭력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성폭력을 저지르면 처벌받는다는 명확한 조항이 헌법에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도 처벌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사임 의사를 표명해도 받아 줬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헌법 개정안을 헌의한 것이다.

서울동노회 김동한 장로는 "관련 법안을 3년 동안 충분히 논의했다. 자체적인 법을 만들자고 해서 지난해 만들었더니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헌법에 그 부분만 넣자고 했더니 또 안 된다고 한다. '성폭력'이 들어가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말했다.

충남노회 송건성 목사는 "강력한 법이 없어서 사고 나는 것 아니다. 이렇게 법 만들면 얼굴 들고 못 다닌다. 우리 목사·장로들이 잠정적으로 성 문제 일으킬 사람들처럼 보인다. 강령은 강령이니까 찬성했는데, 헌법에 이렇게 조목조목 넣는 건 안 된다. 법에 이렇게 넣는 건 우리 스스로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부 박승렬 부장은 "법이 없어서 문제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법이 없어서 처벌을 못 하고 있다.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표결에 들어갔다.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재석 인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거수 결과, 재석 510명 중 찬성 190, 반대 90으로 부결됐다. 나머지 총대는 의견 표명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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