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자로 불린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9세. 미국 언론은 2월 21일(현지 시각) 빌리 그레이엄이 노스캐롤라이나주 몬트리트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빌리 그레이엄은 미국 복음주의 부흥을 이끈 설교자였다. 위성·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의 설교를 들은 사람만 22억 명이 넘는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그의 설교를 듣고 "예수를 구주로 영접한다"고 응답한 사람만 300만 명이 넘는다. 개신교 역사상 그레이엄처럼 많은 사람 앞에서 설교한 사람은 드물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2월 21일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빌리그레이엄전도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빌리 그레이엄은 '반공주의'와 인연이 깊다. 개신교 국가로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 그레이엄은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동구 유럽과 소련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공산주의의 종말을 알렸다. 1994년에는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영향력을 넓힌 빌리 그레이엄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한국을 방문해 전도 집회를 열었다. 1973년 6월에는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전도 집회' 강사로 나서 110만 명 앞에서 설교했다. 당시 통역을 맡은 사람은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원천침례교회)였다. 반공주의를 표방하는 한국 주류 개신교에서 빌리 그레이엄은 최고의 설교자였다.

빌리 그레이엄은 미국 보수 우파와 긴밀히 협력해 왔다. 걸프 전쟁 당시 공격이 시작되는 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빌리 그레이엄과 기도하며 시간을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아들 부시 대통령 재임 후 일어난 9·11 테러 당시, 미국인들 앞에 선 설교자도 빌리 그레이엄이었다.

미국 보수주의 개신교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동시에 받은 빌리 그레이엄었지만 비난의 대상이 된 적도 많다. 2012년 대선 때는 이단 논쟁이 있는 몰몬교도 미트 롬니(Mitt Romney)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기독교인이 몰몬교 신자에게 투표하는 건 별로 문제없는 일"이라고 했다.

빌리 그레이엄이 설립한 빌리그레이엄전도협회(BGEA)는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Franklin Graham)이 이어 가고 있다. 프랭클린은 현재 기독교 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지갑(Samaritan's Purse)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평소 기독교 근본주의 사상이 담긴 글을 자주 쓴 프랭클린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성경 읽는 순서를 맡았다. 빌리 그레이엄 외손자로 잘 알려진 튤리안 차비진(Tullian Tchividjian) 목사는 2015년 맞바람으로 교회를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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