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또 테러다. 이번에는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브뤼셀이었다. 30여 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파리 테러 주동자 중 유일한 생존자가 체포된 지 불과 4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다수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IS의 유럽 공격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서유럽 국가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저지른 악행이 부메랑이 돼 유럽 대륙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러가 난 곳은 유럽 대륙이지만 공포가 극대화되는 곳은 미국이다. 테러가 난 다음 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테러가 난 까닭이 이슬람교인들이 테러 용의자를 묵인해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지인들이라도 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평소 기독교인임을 강조한 트럼프의 발언에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뜻을 같이했다. 빌리 그레이엄의 아들이자 기독 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지갑 대표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브뤼셀 테러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제안을 지지한다. 입국 금지는 이민 신청한 사람들의 배경을 정확하게 알 때까지 필요하다. 이민 기준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브뤼셀·파리·뉴욕에서 일어난 테러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미국은 현재 리더십 부재라는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 강한 지도자를 허락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자."

▲ 3월 22일 브뤼셀 테러 이후 도널드 트럼프는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르몽드> 기사 사진 갈무리)

이슬람교인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다른 복음주의자들에게는 공감을 사지 못한다. 공화당 경선 후보이자 기독교인인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은 "누군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해서 그 사람을 바로 위험한 사람 취급하거나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여기면 안 된다. 우리는 이슬람과 전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은 급진적인 일부 이슬람교인이다"라고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IVP 캠퍼스디렉터 그렉 자오는 "미국인이자 복음주의자로서 이슬람교인을 받지 말자는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워드라이프교회 브라이언 자드 목사도 "그레이엄의 주장은 '외국인 혐오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슬람교=잠재된 테러리스트, 한국교회선 흔한 발언

트럼프나 그레이엄은 이슬람교를 믿는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한다.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곳이 한국교회다. 이슬람교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이슬람교 선교를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이만석 선교사(한국이란인교회)는 교계에서 열리는 각종 이슬람 관련 행사에서, 이슬람교 전문가로 자주 초청된다. 그는 브뤼셀 테러 이후 교회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IS(이슬람국가)는 이미 대한민국을 공격 대상으로 선포했으며 IS대원들이 관광객으로 위장해 수시로 대한민국을 드나들고 있다. 이제 언제라도 유럽처럼 지하철 테러나 극장·식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슬람 관광객 100만 명이라면 그중 최소 5만 명은 원리주의자라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이들을 관광객이라고 우대하며 정책적으로 장려까지 해 끌어들이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이슬람을 사랑하기에 그들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한다.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슬람 혐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뿌리내리면서 살고 있는 외국인 혐오까지 이어진다.

3월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개최된 이슬람(할랄·테러) 반대 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설교한 안희환 목사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 "감사하게도 어제 발표된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 중 귀화 무슬림 김강산 씨와 이주민 이자스민 씨의 이름은 없었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한국교회에서 이슬람교인은 '이웃'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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