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 총회 파송 이승재 불가리아 선교사는 2013년부터 ㅎ교회 후원을 받았다.

ㅎ교회는 '발칸 선교'를 중요하게 여긴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발칸&다음 세대를 품는 ㅎ교회'라고 소개돼 있다. 이 교회를 담임하는 ㅈ 목사는 2013년 두 달간 발칸에 머물렀던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이후 교인 중 한 가정은 2013년 평신도 선교사로 파송받았다. 청년들은 2015년부터 단기 선교를 떠났다. 피해자 A와 C도 교회 프로그램을 통해 불가리아에 가게 됐다. 청소년 및 청년들도 방학 때 몇 주간 발칸으로 선교 여행을 떠났다.

발칸 선교는 ㅈ 목사 아이디어였다. 우연히 방문한 발칸반도에서 단기 선교 온 청년들을 보았다. 하나님이 주는 비전을 발견하고 장기 선교사를 돕는 청년들이 좋아 보였다. ㅎ교회 청년들도 그 은혜를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 단기 선교를 보내기 시작했다. 발칸 선교 관리는 이승재 선교사에게 맡겼다.

ㅎ교회는 발칸 선교에 관심이 많다. 교회 홈페이지에 발칸반도를 선교하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선교사에게 약물치료 권한 ㅈ 목사

선교에 관심은 많았지만 선교사 성추행 의혹에 확실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기 전부터 ㅈ 목사가 이미 이승재 선교사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ㅈ 목사는 2016년 4월 불가리아 선교사 수련회 강사로 참석했는데, 그때 이승재 선교사에게 몇 가지를 권고했다. ㅈ 목사는 이 선교사의 행동을 '병'이라고 판단했다. 이 선교사 역시 병이라고 시인하며 ㅈ 목사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권고 사항은 다음과 같다. △같이 있는 선교사들 앞에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것 △상담을 받고 약물을 복용할 것 △교회 사역만 하고 한국교회 청년을 접하는 사역은 하지 말 것.

ㅈ 목사는 12월 27일 기자를 만나 자기가 이승재 선교사에게 권고하기 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ㅈ 목사는 교육전도사 시절 알게 된 이 선교사와 2012년 유럽에서 재회했다. 당시 이승재 선교사는 피해자들에게 그랬듯 ㅈ 목사 딸의 손을 잡았다고 한다. 그때 ㅈ 목사는 이 선교사에게서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문제라 하기에는 좀 애매했다.

2015년 ㅈ 목사는 이승재 선교사를 후원하는 다른 교회 목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목사는 이승재 선교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회 선교팀이 불가리아에 갔는데, 이 선교사가 팀원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한 여자 청년에게 "오늘 내 방에서 자고 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ㅈ 목사는 이 부분도 뭔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큰 문제라고 인식하지는 않았다. 이 선교사가 여자 청년과 일대일로 있을 때 한 얘기가 아니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ㅈ 목사는 전화와 메시지로 수차례 이승재 선교사의 태도를 경고했고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총회에 알려서 선교사 파송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016년 4월 불가리아 방문했을 때, 현지 선교사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 선교사가 자매들이 있는 숙소를 급습하듯 방문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결국 ㅈ 목사는 이승재 선교사에게 위와 같이 권고하게 됐다고 했다.

"권고했지만 확인은 안 했다"

이 정도면 후원 교회 목사로서 최선을 다한 것 아닐까. 그러나 현재 ㅎ교회에서는 피해자와 교회 청년들이 이승재 선교사 성추행 문제를 교회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선교사를 후원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는 교회가 2016년 4월 이후 이 선교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이 선교사는 여전히 선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승재 선교사는 ㅈ 목사에게 치료를 받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치료를 받지 않았고 약물 복용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재 선교사는 <뉴스앤조이>에 보낸 소명서에서 "상담과 약물치료가 나에게 필요해서 받겠다고 한 게 아니라, 불가리아까지 와 후원 선교사의 정신 건강 및 사역을 걱정해 주는 ㅈ 목사의 마음을 받아들였던 것이고 2016년 4월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승재 선교사 말과 달리, 2016년 7월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ㅎ교회 여자 청년 셋은 MK(Missionary Kid·선교사 자녀) 사역을 위해 불가리아에 방문했을 때, 이승재 선교사 집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ㅈ 목사는, 현지에서 이승재 선교사와 함께 있는 장기 선교사들을 믿고 이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ㅈ 목사가 2015년부터 이승재 선교사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에도 이 선교사는 한 자매에게 "내 방 와서 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 만나도록 놓아두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교회가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다. ㅈ 목사는 올해 4월 이승재 선교사의 행동이 병이라고 여기고 약물치료를 받으라고 권고까지 했지만, 교회 내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4월이면 교회 여자 청년 3명이 불가리아로 단기 선교를 가 있을 때였다. 교회는 그들에게 불가리아에서 있었던 일을 묻지 않았다.

피해자와 일부 교회 청년들은, 불가리아로 보낼 때 교회가 파송장도 주고 파송 예배도 할 만큼 의미를 부여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케어를 많이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매달 청년들이 교회 홈페이지에 선교 보고를 올렸지만 직접 연락을 하거나 주기적으로 메일을 보낸 사역자는 없었다고 했다. ㅈ 목사도 기자에게 2016년 3월이 안식년 기간이었고, 청년부 담당 사역자도 풀타임이 아니라서 그 부분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C가 12월 27일 이승재 선교사를 직접 만났을 때도, 교회 차원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한 일은 없었다. ㅈ 목사는 이승재 선교사와 C를 카카오톡 방에 초대한 후 방을 나갔다. 피해자를 돕는 한 교회 청년은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교회 사역자가 함께 있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ㅈ 목사의 표현도 구설에 올랐다. ㅈ 목사는 12월 23일 교회 홈페이지에 이승재 선교사 사건에 대해 처음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이 선교사의 행동을 '스킨십'으로 표현했다. 피해자 및 교회 청년들은 이미 D의 사건까지 알고 있는 ㅈ 목사가 '스킨십'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건을 미화,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교회가 제시한 방지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교회가 약속한 것은 △추가 피해자에게 사과 △총회 세계선교부에 이승재 선교사 해임 요구 △3개월 이내 교회 선교위원회에서 선교 시스템에 대한 조사·정리다. 현재 교회는 추가 피해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교회 홈페이지에 사역자 전화번호를 올렸다. 12월 20일 이 선교사에게 사직서를 받고 22일 총회 세계선교부에 이 선교사를 고발 조치했다. 내년 5월에는 발칸 선교사들과 컨퍼런스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피해자와 청년들은 교회의 대처가 '보여 주기식'이라고 비판한다. 교회가 아직도 피해자 수와 사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선교 시스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후원 선교사를 지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 선교사 성추행에 대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ㅈ 목사는 12월 23일과 24일 양일에 걸쳐 교회 입장을 발표했다. 피해를 입은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ㅎ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ㅈ 목사 "교회·교단 차원에서 노력할 것"

ㅈ 목사는 피해자 및 교회 청년들 마음이 어떤지 이해하고 있기에 C를 직접 만나 거듭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교회와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ㅈ 목사는 이 선교사가 이렇게 심각한줄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교회 목사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 딸을 2015년 중순에 2개월 동안 발칸반도 선교를 보냈다고 했다. 만약 자신이 이승재 선교사가 이 정도인줄 알았으면 자기 딸을 보냈겠느냐는 말이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대해 ㅈ 목사는 "D가 우리 교회 교인이 아니라서 언급하지 않았을 뿐 축소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당시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은 손을 주무르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엉덩이를 치는 것 정도였다. 집에 가서 자자고 말한 것까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부 풀타임 사역자를 구하고, 이번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청년들을 발칸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총회 선교사회에 이승재 선교사의 문제점을 알리고 해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1월 1일 ㅎ교회에서는 간담회가 열린다. 청년과 이번 사안에 관심 있는 교인을 대상으로 피해자 C가 발표한다. 이승재 선교사 성추행 사건의 전말, ㅎ교회 선교 시스템의 한계와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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