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지난 10월 초 '저는 꽃뱀이 아닙니다'라는 기사를 썼다. 목사에게 성폭행당하고, 꽃뱀 취급을 받아 교회를 떠난 청년 이야기였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뉴스앤조이>에 또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역시 성추행 문제였다. 20대 청년 A가 원로장로 C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A는 교인 170명 모이는 B교회에서 사례비를 받고 성가대 반주자로 3년간 활동했다. 사건은 올해 10월 1일 발생했다. A는 성가대 연습이 있기 전, 혼자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었다. 순간 C 장로가 벌컥 문을 열었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A는 "저 나갈 거예요"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A는 C 장로가 "우리 딸 안아 보자"라고 말하며 자신을 껴안고 입을 맞췄다고 진술했다. C 장로는 이전부터 A를 딸같이 여긴다고 종종 말해 왔다. A는 C 장로를 뿌리치고 성가대실에서 나왔다. 그 다음 주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이 사건 전에도 A는 줄곧 C 장로가 불편했다. 그는 종종 성경 구절을 메시지로 보냈다. A가 답장하지 않으면 "왜 답을 보내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주변 교인들은 "그렇게 메시지 보내면 답 안 해요, 장로님"이라고 A를 옹호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유쾌하지 않았다.

▲ 청년 A는 원로장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담임목사가 중재에 나섰다. 처음에는 신경써 주는 목사가 고마웠지만 결과적으로 A는 상처를 받았다.

"저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100만 원 합의 어떨까요?"

A는 사건 다음 날인 10월 2일 주일, 경찰에 C 장로를 신고했다. 이후 목사를 찾아갔고, 목사는 A를 위로했다. A는 C 장로가 다른 교인도 추행했을 수 있으니 교회에 사건을 알리고 피해자 증언을 듣자고 요구했다. C 장로가 다른 여성 교인 엉덩이를 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없도록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담임목사에게 "여성 교인들이 보호받아야 할 장소가 교회입니다. C 장로는 본인 행동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이기적으로 스킨십을 해 왔습니다. 힘을 모아 장로를 구속시키지 않으면 분명 제2, 제3의 피해자들이 생기게 됩니다"라고 요청했다.

목사는 A에게 사건을 교회 전체에 알리는 건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목사는 "C 장로를 혼내 주고 구속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목사로서 이 일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까 심히 걱정됩니다"라고 했다. 혹시라도 믿음 약한 누군가가 넘어질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대신 그는 A에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C 장로가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 다른 하나는 A가 원한다면 C 장로가 금전적으로 보상할 것을 이야기했다. 제안을 받아들여 한 번만 참을 수 없겠냐고 A에게 호소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목사의 위치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A는 목사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다. 교회 안에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게 아쉽고, 피해자인 자신에게 참으라고 하는 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목사를 믿었다. 자신을 위로해 주었고 C 장로를 내보내겠다고 약속한 목사가 고마웠다.

A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목사는 이후 고소 취하를 언급했다. 10월 8일 A에게 "보상금은 제 생각인데 100만 원을 제안하려 합니다. 나도 이런 경우가 처음인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월요일에 고소를 취하해서 법적으로까지 안 가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A는 목사의 말이, 돈 줄 테니 법적으로 대응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배신감을 느꼈다.

결국 10월 10일 A는 목사에게 "이런 일이 처음이고 모르셔서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목사님께서 교회 성도이고 반주자이며 피해자인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신 게 도저히 믿겨지지 않아요. 엄청 상처받았어요. '목사님 딸이 그런 일을 당했어도 이렇게 말씀하셨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합의금을 제안한 것은 고소를 취하하거나 사건을 덮으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했다. A가 보상금으로 위로가 된다면 자신이 중재해 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C 장로를 방치하지 않고 징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C 장로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제명 및 직분 박탈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C 장로가 "귀여운 손녀 같아 한 번 안아 줬을 뿐"이라며 성추행을 부인했지만, 자신은 스킨십 자체를 문제 삼고 C 장로를 교회에서 내쫓았다고 했다.

또 공개적으로 피해 사례를 모집하자는 A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직분자들에게는 피해 사례가 있다면 알려 달라고 말해 놓았다고 했다. 그는 A 주장과 달리 아직까지 교회에서 C 장로에게 추행을 당한 추가 피해자는 없다고 말했다.

목사도 전문 기관에 자문 구해야

목사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피해자 A는 교회의 대처에 상처받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교회에서 성범죄가 일어난다면 목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성 상담계 권위자인 김민예숙 교수(춘해보건대)는 목사가 상담을 잘 모르면 상담소에 자문을 구할 것을 권했다. 김민 교수는 "자기 판단대로 하는 건 실수다. 만약 목사가 처신하는 법을 모른다면 자문을 구하는 게 맞다. 이를 토대로 피해자의 요구를 물어봐야 한다. 설령 목사가 요구를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피해자와 이야기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기 의견만 제시하는 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애희 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도 전문성 있는 사람, 단체에 자문을 구하라는 김민 교수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목사가 이런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김 국장은 "목사가 피해자, 사건을 대하는 감수성이 있으면 잘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목사는 그렇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어설프게 개입하면 문제 해결은커녕 더 복잡해지는 경우도 많다. 자문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또 김 국장은 사안을 다룰 때, 목사가 원칙에 따라 공적인 절차를 밟을 것을 권했다. 목사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기보다 기록이 남을 수 있는 당회나 회의 기구를 거쳐 안건을 처리하라고 했다. 이런 절차를 밟으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결과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민숙 연구교수(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는 목사들이 합의금을 이야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사가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사건을 덮으려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는 것. 그는 "목사가 제안한 100만 원이라는 액수는 터무니없다. 만약 이 돈을 받고 사안을 마무리했다면, 피해자는 이후 '고작 100만 원 받으려고 가해자를 고소하고 목사를 고민하게 하고 교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느냐'는 이야기에 시달리게 될 거다. 오히려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성 문제를 겪은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더라도 이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기를 당부했다. 그는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성추행, 성폭행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으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건 당연한 피해자의 권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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