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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_내_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
현장 전문가에게 듣는 실태와 한계…가해자는 맞고소, 교인들은 비난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12.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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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성폭력 이야기는 불편하다. 내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더 관심이 없다. 교회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목사 한 명의 일탈이겠거니' 생각한다.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었으니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말도 듣는다. 가해자와 피해자, 주변인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성폭력 사건을 대하면서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양태로 빠져든다.

교회는 이런 문제에 익숙하지 않다. 교회 내 성폭력.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다. 교회 내 성폭력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전문가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12월 16일, 설립 25주년을 맞은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최란 사무국장과 조은희 활동가를 만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중 핵심은 성폭력 피해자 상담이다. 연간 약 2,000회 진행한다. 오랫동안 상담하면서 교회에서 피해당한 사람도 상당수 만났다. 이들 눈에 비친 교회 내 성폭력, 무엇이 문제일까. 두 사람과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은희 활동가(왼쪽)와 최란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교회 내 성폭력, 단발성 아냐

-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도 상담소로 들어오는가.

최란 사무국장 /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하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월 1회 정도다. 수위는 다른 곳과 조금 다르다. 단발성 성추행 정도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성폭행당한 경우가 많다. 전도사·선교사·목사는 신앙을 기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힘, 즉 위력이 있다. 이 위력을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기 용이하다. 피해자는 바로 거부한다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다.

조은희 활동가 / 신앙을 기반으로 다진 관계는 굉장한 신뢰가 깔려 있다. 성폭력을 당해도 문제라고 바로 인지하기 어렵고 인지하더라도 드러내기까지 결정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피해자는 자책하고 고립된다. 가해자는 신앙적인 말을 섞어 가면서 오랜 시간 성폭력을 가한다. 우리도 상담하면서 '성인인데도 왜 이렇게 오랜 시간 당하고 있었을까' 놀라는 경우가 있다.

-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법정에서도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들었다.

최란 사무국장 / 미성년자가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하면, 법원에서도 사회적 힘을 사용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성인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인의 경우 왜 바로 신고하지 않고, 주위에 알리지 않고, 싫다고 뛰쳐나오지 않았는지 궁금해한다. 법원에서는 위력에 대한 이해 없이 남성 대 여성, 개인 대 개인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교회뿐 아니라 친족 성폭력 같은 경우도 비슷하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가해자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매번 그 사람이 나쁘게 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소 나에게 잘 대해 주던 아빠, 말씀을 전하는 목사님은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데 나에게 성폭행을 가했다. 이럴 때 피해자는 양가감정을 가질 수 있다. 양가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상황과 문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재판부라면 위력을 입증하기 힘들다.

- 상담 사례 가운데 가해자가 실제로 처벌되는 경우를 본 적 있나.

조은희 활동가 / 처벌되는 경우는 잘 못 봤다. 그렇게까지 하려면 매우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 우선 주변인들의 의심이 상당하다. 피해자가 신뢰하는 목사는 교인들의 존경을 받는다. 당사자만 힘든 게 아니라 피해자와 연결돼 있는 모든 것이 다 끊어진다. 가정에서도 같은 교회를 다니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이런 경우 오롯이 피해자 편이 아닐 때가 많다. 함께 교회 다니던 가족들마저 못 다니게 되니까.

조은희 활동가는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가 한 번만 당한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주변인 한마디에 더 큰 트라우마

- 이러면서 2차 피해가 생기는 것인가.

최란 사무국장 /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남녀 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태도가 피해자에게도 이미 배어 있다. 피해자가 먼저 "왜 따라갔지?", "왜 단둘이 있었지?", "불렀을 때 가지 말 걸" 등 이런 생각을 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비난하면 그 감정이 더 심해진다.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나 때문에", "내가 따라가서" "내가 그 말을 믿어서", "내가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라며 자책한다.

주변인들은 네가 따라갔어도 그렇게 하면(성폭력)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해야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한다. 주변인의 이런 비난에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성폭력 이상으로 더 심하게 자신을 비난한다.

조은희 활동가 / 특히 교회의 경우 교인들이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연대하는 경우가 있었다. 목사들이 동료 목사를 보호하기도 한다. 경찰서에 가서 진술할 때도 신앙이 없거나 상담을 모르는 사람들은 위력에 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를 비난한다.

- 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가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했다. 2차 피해는 왜 발생하는 걸까.

최란 사무국장 / 사회 문화적으로 '성폭력 피해자는 이럴 것이다'라는 정형화된 피해자상이 있다. 피해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할까. 성폭력 피해자가 너무 잘 지내고, 밥도 잘 먹고, 학교도 잘 다니면 "피해자 맞아?"라고 생각한다.

가해자가 목사면 당연히 피해자가 교회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사에게 당했다고 당장 교회를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 않나. 당장 교회에서 얻은 모든 유대 관계를 끊고 신앙생활을 접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피해자마다 다르다. 가해자를 보는 것은 괴롭지만 피해자마다 선택은 다를 수 있다. 그런 것을 예측하지 않는 반응이나 말 한마디는 피해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 피해자를 정형화하는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최란 사무국장 / 한국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다. 여성이 끝까지 반항하면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통념이 있다.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라는 개념을 왜곡되게 적용한다. 여성에게는 정조가 중요하기 때문에 성폭력당한 여성은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할거라고 생각한다. 정조 관념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성폭력이 힘든 경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폭력과 비슷한 정도로 극복 가능한 피해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것에 대한 상상이 없으니까 피해자를 정형화한다.

최란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자는 주변인의 반응에 더 큰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피해자 재갈 물리는 가해자

- 가해자를 직접 만나 보면 극구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최란 사무국장 / 사람들은 성폭력 가해자도 피해자처럼 전형적인 상을 만들어 놓고 생각한다. 정신이 이상하거나 험악하게 생겼거나 변태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 멀쩡하고 평범하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다 평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라 지목당했는데 전면 부인하면 사람들은 저 사람이 가해자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래 성폭력 가해자는 멀쩡하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조은희 활동가 / 가해자들은 증거가 확실히 있으면 합의된 관계라고 하고, 아니면 발뺌한다. 자기는 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재판에 들어가면 반성문 써서 내는 게 가해자들이다. 피해자에게는 사과 한마디 안 하면서 반성문은 쓴다. 피해자와 합의 혹은 치료비 지불은 거부하면서 변호사비로 몇 천만 원씩 낸다. 이런 행동을 보면서 피해자들은 분개한다.

최란 사무국장 / 성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이제는 사람들 인식도 바뀌어 성폭력은 나쁘다고 인식한다. 가해자가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면 자신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 되니까 더 인정하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사과는 못 하지만 잘못은 했으니까 법원에 형량을 낮춰 달라고 반성문을 제출한다. 자신이 그렇게 파렴치하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한다.

조은희 활동가 / 맞다.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가해자는 더 사과도 하지 않고 뻔뻔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성폭력을 인정하면 자기 인생이 끝나는 거니까. 이러면서 주변인들은 또 한 번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한다. "적당히 하지", "이 정도에서 합의해 주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가해자도 살아야 할 거 아니냐". 이런 말들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말이다.

- 유독 대법원에서 무죄판결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조은희 활동가 / 1·2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대법원에 가서 무죄판결이 난다. 성폭력은 1심에서 2심으로 가면서 형량이 좀 줄고, 거의 모든 재판이 대법원까지 간다. 가해자도 적극 항소한다.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소송 한 번 시작하면 머릿속에 항상 재판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니까 그 부분이 피해자에게 굉장히 힘들다.

최란 사무국장 / 이런 경향이 피해자를 이야기하지 못하게 한다. 전체 발생하는 성폭력에서 신고율을 10%로 본다. 그중에서 기소되는 경우가 30%, 또 거기서 유죄판결받는 경우가 30%다. 극소수만 처벌받는다. 가해자는 자기에게 죄가 없었다는 것을 증빙하기 위해서라도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역고소한다. 이건 피해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법이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 딱 하나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고소할 생각 없이 사과만 받으러 갔다가 고소로 진행된다.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못 한다. 문제 있으면 공동체에서 내보내고 가해자는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된다.

성폭력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는 성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는 성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 낙인찍어서 나아지는 효과가 없다. 이미 정해진 법체계 안에서 집행유예가 아닌 유죄판결을 내리고 처벌받는 게 중요하다. 처벌 수위가 낮아서 문제가 아니라 처벌이 제대로 안 이뤄지는 게 문제다.

성폭력 예방 교육 의무화해야

- 교회는 성폭력에 취약한 구조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최란 사무국장 / 공동체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필요하다. 현재 공무원·변호사·의사가 훈련 과정에서 성폭력과 인권 관련 교육을 받는다. 목사가 되려면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만으로 부족하다. 성교육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권 관련 교육을 목사가 되기 위해서 꼭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개교회별로 이행하기 힘들겠지만 교단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절차와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성폭력은 특정 공간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일어난다. 교회에서도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성폭력 사건이 많을 것이다. 교회가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서 실천해야 근절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처리한 적이 없었으니까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상담소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가.

조은희 활동가 / 피해자마다 다르다. 가해자에게 사과만 받아도 되는 사람이 있고 잘못을 묻고 넘어가고 싶은 사람도 있다. 피해 정도로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볍다고 생각해도 당사자에게 큰 문제인 경우가 있다.

피해자 본인이 이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전국에 수십 개의 상담소가 있으니 전화해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안내받으면 좋을 것 같다. 상담소라고 무조건 고소하라고 하지 않는다.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문제니까 본인이 직접 결정해야 하지만 상담소가 도울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대해 설명하는 최란 사무국장. 뉴스앤조이 이은혜

최란 사무국장 /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 본인 잘못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책하거나 자기 비난하는 것보다는 좀 더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우리 같은 기관에 조언을 얻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상담 기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 다 다르다. 우리는 힘든 마음이 나아지게 하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우리는 피해자가 겪은 경험이 다르게 재구성할 수 있게 돕는다. 수치스럽거나 본인 잘못이라는 생각으로 피해자 내면에 사건이 남지 않도록, 누군가에게 맞은 폭력 피해처럼 상처가 아물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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