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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으로 본 한국 사회 여성 피해자의 현실
'성 정의와 한국 여성 신학' 포럼…"목소리 높일 때 사람들 태도 달라져"
  •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 승인 2016.12.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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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을 거리로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자신이 겪은 '여성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여성을 대상화한 게임 회사 넥슨, 낙태죄, 촛불 집회 내 성추행, 여성 혐오 발언 등은 2016년 여성 이슈로 자리 잡았다.

교계에서는 여성 혐오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논하는 세미나가 줄줄이 열렸다. 교회 내 성차별을 다루고, 한국교회가 곡해하는 성경 이야기를 주제로 활발하게 토론을 했다. 일상에서 직접 차별을 겪는 여성 신학자들의 탄식이 담긴 발표는 주목을 받았다.

12월 16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김혜숙·김신아·이난희)가 포럼을 열었다. 주제는 '성 정의와 한국 여성 신학'. 정희성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와 윤소정 위원장(여신협 국제관계위원장)이 각각 '성폭력 트라우마와 치유', '이제 롯의 딸들이 참된 소리를 낼 때'를 주제로 발표했다.

2016년 현장에서 활동하던 여성 신학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정희성 교수는 성폭력을 겪은 여성의 트라우마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정희성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가 우울, 자기 비하, 살인 욕구 등 다양한 트라우마를 겪지만, 내면의 고통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신학적으로 예수가 부활하기 전 사흘간 무덤에 있었던 것처럼, 피해자도 그런 깊은 '죽음' 상태에 놓인다. 기독교인은 이 상태에서 하나님의 부재 의식을 느낀다.

"여러 특징이 있지만 기독인 피해자는 더 이상 하나님을 믿고 싶지 않아 한다.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하나님이 과연 어디 계셨는가 의문을 품는다. 하나님을 미워하는 마음과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공존한다. 열심히 믿었는데 한순간 하나님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마음이 있어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예수는 사흘 만에 무덤에서 부활했지만, 피해자는 그렇지 않다. '죽음'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정 교수는 피해자가 아픔을 제대로 '삭인다'면 예수가 죽음 이후 부활을 경험했듯 치유의 장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죽음의 시간을 잘 보낸 예로 일본군 '위안부' 길원옥 할머니를 꼽았다. 할머니는 자궁을 들어낼 정도로 고통스럽고 서글픈 삶을 살았다. 해방이 됐어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를 영접하고 신앙생활하면서 아이를 입양했다. 주변 사람들 지지로 치유의 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할머니는 "이제는 우리 딸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서 평화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모금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정희성 교수는 한국교회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피해자에게 무조건 교회에 가라고 말하기보다, 피해자가 자신을 지지하는 공동체와 함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는 목소리 내야 할 때

윤소정 위원장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여성 폭력 사건을 짚으며, 이를 성경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조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사건을 예로 들었다. 한 여성이 같은 학교를 다니는 남자 친구에게 4시간 동안 자취방에 감금돼 폭행당한 일이다. 폭행 이유는 새벽 2시에 걸려 온 남자 친구 전화를 싸가지 없이 받았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반강제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상황은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가해자가 자신도 폭행당했다며 맞고소했다.

이후 피해자는 2차 피해에 시달렸다. 가해자와 수업을 같이 듣게 되는 등 폭행 사건 이후 계속 가해자와 마주쳤다. 결국 피해자는 학교에 강의 시간 변경을 요청했다. 학교는 "연인 관계 일이기 때문에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피해자 부탁을 반려했다. 억울한 피해자는 인터넷에 사건 전말을 올렸고, SBS가 이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를 본 네티즌들은 학교 측에 문제 제기를 했다. 학교는 이틀 만에 가해자를 제적시켰다.

윤 위원장은 "약자가 강자의 희생물이 되어 가는 사회를 볼 때 롯의 딸들이 생각난다"면서 성경 이야기를 꺼냈다. 창세기에서 롯의 딸들에게는 두 개의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는, 천사를 내 달라는 소돔성 남성들에게 롯이 딸들을 대신 데려가라고 말한 사건이다. 딸들은 다행히 천사의 도움을 받아 도망치게 된다.

윤소정 위원장은 롯의 딸들에 얽힌 이야기와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사건을 비교하며 교회 내 여성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롯과 두 딸 이야기는 여성 관점에서 볼 때 극도로 경악스럽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남성 중심 관점에서 해석해 왔다. 가부장적 사회였던 유대교적 관점에서 딸들을 강간의 위험에 몰리게 한 롯의 행위는 이해받아 왔다. 여성의 대상화나 도구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른 사건은 소돔을 떠난 두 딸이 롯을 따라 소알이 아닌 동굴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어난다. 배필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두 딸은, 후손을 잇기 위해 아버지 롯을 술 취하게 한 뒤 관계를 맺고 각각 아들을 낳는다. 윤소정 위원장은 이 사건을 여성적 관점으로 해석한 신학자 진슨(Jeansonne)을 소개했다.

"진슨은 롯의 딸들이 아버지를 통해 아들을 낳는 일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아버지의 횡포 앞에 입을 다문 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일이라 해석한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두 딸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들을 억압하던 '가부장제'를 이어 가기 위해 희생양이 됐다고 설명했다. 롯의 딸들과 조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사건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여성의 현실을 보여 준다고 했다.

윤소정 위원장은 한국 여성들 역시 가부장적 사회에서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점에서 '현대판 롯의 딸'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성경 속 상황과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롯의 딸들은 가부장제를 잇기 위해 목소리를 냈지만, 조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사건의 학생은 그렇지 않았다. 부당함을 폭로한 것이다. 사건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윤 위원장은 "한국교회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직접 문제를 지적하고 목소리를 높일 때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 점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자리에 참여한 한 여성은 길원옥 할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있다며, 함께 볼 것을 권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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