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일교회가 박 아무개 장로를 정직했다. 박 아무개 장로는 전병욱 목사 재판 당시, 당회 결의를 어기고 재판국에 출석해 "성 중독 치료비 지급과 개척 금지 조항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박 장로의 진술을 판결에 주요하게 인용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삼일교회(송태근 목사)가 전병욱 목사에 대한 삼일교회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증언한 박 아무개 장로를 정직했다. 삼일교회 당회는 2월 17일 재판회를 열어 판결하고, 19일 교회 홈페이지에 이 사실을 공고했다.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뒤, 삼일교회는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전병욱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피해 사실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병욱 목사에게 성 중독 치료비와 2년간 개척 금지를 대가로 한 생활비를 지급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박 장로는 지난 1월 열린 평양노회 재판국에 출석해 이 같은 교회의 주장을 모두 뒤집었다. 당회에서 나원주, 이광영 장로만 재판에 출석하기로 결의했으나 박 장로는 당회 결의를 어기고 재판국에 출석했다. 그는 재판국에서 "전병욱 목사와 삼일교회가 성 중독 치료비와 2년간 개척 금지를 합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삼일교회는 박 장로가 재판국에서 한 주장뿐 아니라 평소 교회 내에서 "피해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한다"고 발언한 점, 전병욱 목사 사건을 전담하기 위해 설치된 당회 직속 '치유와공의를위한TF팀'을 가리켜 "빨갱이"라고 발언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이런 점을 종합해 삼일교회는 "교회에 혼란과 분란을 초래하고, 당회를 무시하는 처사를 일삼았다"며 박 아무개 장로를 정직한다고 판결했다. 교회는 박 장로가 '피해자들의 진술은 거짓이다'라고 주장해 이들에게 제2의 상처를 주었을 뿐 아니라, 후임자 청빙 당시 전병욱 목사 복귀를 요청해 교회 화합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박 장로 "당회가 누워서 침 뱉는 꼴…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

박 아무개 장로는 2월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회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회가 마음대로 꾸며서 (재판)한 걸로 길게 말하기는 싫다. 당회가 누워서 침 뱉는 꼴"이라고 했다.

박 장로는 이번 판결에 대해 "당회가 엄청난 거짓말들을 꾸며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도 피해자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고, 전병욱 목사와 교회는 어떤 합의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정직한 것에 대해 노회에 상소하는 등 식으로든 대응할 예정이지만 교회와 싸우기 싫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박 장로는 교회를 떠날 생각은 없다며 "난 장로 직분만 잃었을 뿐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말했다.

"전병욱 목사와 합의한 사실이 없다"는 박 장로의 주장은 평양노회 재판국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1월 31일 공고한 판결문에서 평양노회 재판국은 "삼일교회 시무장로 박 아무개 씨의 양심 고백으로 삼일교회 주장은 사실무근임이 밝혀졌다"고 했다. 전병욱 목사가 사실상 무죄판결을 받는데 박 장로의 진술이 핵심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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