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5일 열린 평양노회 재판에는 홍대새교회 교인 5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삼일교회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여교인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전병욱 목사가 1년여 만에 다시 교단 재판부에 소환됐다. 전병욱 목사는 1월 5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양노회(김진하 노회장) 재판국에 피고 신분으로 출두했다. 분립 이전의 평양노회 재판국이 결론을 내지 못해 유야무야된 지 1년여 만에 다시 나온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는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 교인들의 달라진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이전 재판에서 전병욱 목사는 교인들의 호위 속 모습을 최대한 감추며 등장했다. 교인들은 우산으로 전 목사를 가리고 건물 복도 불을 끄는 등 전 목사를 보호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 나온 홍대새교회 교인 50여 명은 우산 대신 '삼일교회가 거짓말한다', '피해자는 단 한 명이고 피해 사실도 과장됐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수차례 성명과 방송⋅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들이다. 한 교인은 기자에게 "이번 재판은 (지난해처럼 불 끄거나 전병욱 목사 얼굴을 가리는 등) 그렇게 안 한다"고 했다. 피켓 수십 개를 들고 선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우리 것도 사진 찍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헀다.

오전 10시 전병욱 목사가 홍대새교회 관계자들과 6층에 나타났다. 전병욱 목사는 당당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갔다. 몸을 최대한 숨기던 지난 재판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병욱 목사 면직을 요구하는 삼일교회 교인,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 카타콤 회원 등 10여 명이 "전병욱 목사 회개하라"고 외쳤지만 전 목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삼일교회 교인들 앞에 서서 자신들 피켓으로 이들을 가렸다.

한 시간 가량 조사받고 전 목사가 나왔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전 목사는 교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말없이 나갔다. 전 목사 면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전병욱 목사 회개하라"라고 외치자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며 이들을 제지하려 했다. 아수라장 속 엘리베이터를 탄 전 목사는 거울을 응시한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내려갔다.

한 홍대새교회 교인은 전 목사의 면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성경에 예수님이 형제를 용서하라고 돼 있지 않느냐"고 했다. 홍대새교회 한 교인은 CCM '빛을 들고 세상으로'를 내내 부르기도 했다. 전 목사가 떠난 뒤에도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11시 30분에 삼일교회 이광영 장로와 나원주 장로가 조사받기 위해 나타나자 "거짓말하지 말라"고 외쳤다.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두 장로가 노회 사무실로 들어간 후에도 "송태근 목사가 왔다는데 우리가 무서워 1층에서 못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송 목사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의 제지에도 "우리 목사님 들어갈 때 시위하지 않느냐. 우리도 송태근 목사 들어갈 때 시위하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다 자리를 떴다. 송태근 목사는 대구에서 일정을 소화 중이라 서울에 없는 상태였다.

▲ 전병욱 목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나갔다. 취재진 여러 명이 카메라로 전 목사를 찍었지만 전 목사는 피하지 않았다. 전 목사가 나간 후에도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광영 장로와 나원주 장로 등 삼일교회 측 참고인들이 출석하자,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이들을 둘러싸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재판부 "전병욱⋅송태근⋅피해자 삼자대면"…피해자 신상 드러날 우려에 "그것까지 감안 못 해"

한편 재판이 끝난 후 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기자에게 "다음 번 재판에는 전병욱 목사와 송태근 목사, 그리고 가능하면 성추행 피해자들도 불러 삼자대면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으면 사건 진상 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병욱 목사는 이날 재판부에 "피해자는 단 한 명일뿐 (나머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부 소설같이 꾸며낸 이야기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하 목사는 "민감한 사안이라 입장 바꿔 생각하면 (피해자들이 나오기) 쉽지 않다. 그래도 한 명이라도 나오면 재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금 원고 없는 재판을 하느라 전부 참고인 이야기만 듣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신분이 홍대새교회 교인들에게 노출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우리가 그것까지 감안해서 할 수는 없다. 재판국은 재판국대로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따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 재판에서는 그렇게 했다. 이번에도 필요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경우 지난 재판 기록을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1월 18일 오전 9시에 열린다. 평양노회는 재판 결과를 1월 27일자 교단지에 게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 한두 번 더 조사한 후 결론지을 예정이다. 김진하 목사는 지난해 11월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는 평양노회가 지킨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병욱 목사가 노회의 지지를 받고 있어 자신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김 목사는 기자들에게 "재판국원들도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 한다. 전 목사의 죄상이 드러나면 시벌할 생각을 하고 있다. 아주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거듭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