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전병욱 목사의 여교인 성추행 문제를 재판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 재판국이 피해자들을 소환했다. 재판국은 1월 6일 자로 삼일교회에 보낸 공문에서 성추행 피해 여성들과 가해자 전병욱 목사, 그리고 참고인 신분으로 삼일교회 송태근 담임목사와 이광영⋅나원주 장로 등을 불렀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필요하다는 건 노회 재판국의 일관된 생각이다.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전병욱 목사 말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금 피고는 있는데 원고가 없다. 삼일교회 장로들은 참고인일 뿐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피해자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추행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자리에? 재판국, "이야기 들어 보는 게 중요"

문제는 재판국이 전병욱 목사와 피해자 간 대질심문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재판국은 1차 심리가 열렸던 4일에 이미 "피해자와 가해자, 참고인까지 모두 불러 삼자대면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피해자와 전병욱 목사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고, 피해자들의 신분이 홍대새교회 교인 등 제삼자에게 노출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재판국은 그런 것까지 일일이 감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회 재판국은 "나오지 않으면 참고인들 진술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이미 2014년 열렸던 노회 재판에서 당시 재판국장 서문강 목사 등을 만나 진술한 바 있다. 이들의 진술은 재판국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나 버리면서 묻히게 됐다. 지난 재판 때의 피해자들 진술을 근거로 삼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진하 목사는 "참고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판단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만 말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평양노회는 재판국장 등 2명 정도가 제삼의 장소에서 피해자들을 따로 만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노회 명의로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공동대표 박득훈·방인성·백종국·윤경아)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는 "만일 그것(재판 출석)이 부담스럽다면 재판국장과 다른 한 국원 등 2명 정도가 제삼의 장소에서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합의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삼일교회 측은 노회 재판국과 합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삼일교회 관계자는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곤란하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상태다. 노회가 무슨 근거로 출석을 합의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노회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했다.

▲ 평양노회는 1월 6일 삼일교회에 공문을 보내, 피해자들의 출석을 요구했다. 송태근 목사 등 교회 관계자들도 나오라고 했다. (사진 제공 삼일교회)

삼일교회⋅개혁연대⋅카타콤 회원들, 김진하 노회장 교회 앞 침묵시위

한편 삼일교회와 개혁연대, 팟캐스트 청취자 모임 '카타콤' 회원 등 50여 명은 1월 10일 김진하 노회장이 시무하는 예수사랑교회 앞에서 공정 재판과 피해자 인권 보호를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병욱 목사의 면직과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개혁연대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2차 피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와의 대질심문까지 요구하는 것은 매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일으킬 수 있다. 피해자 인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했다.

침묵시위에 대해 김진하 목사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교인들보고 한국교회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니 잘 대하라"고 했다. 이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김 목사는 "처벌 수위를 미리 정해 놓고 여기에 맞춰 치리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일반 법정에서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 주어진다. 결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 법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서적 안정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보호 장치를 두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범죄 사건의 증인신문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법원에 출석하는 피해자들이 재판 전후로 피고인이나 그 가족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고,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게 되어 있다. 또한 증인지원관이나 진술 조력인 등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피해자 신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비디오 등 중계 장치로도 신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일단 피해자 보호 장치에 대한 언급 없이 출석부터 하라는 입장이어서, 피해자들이 현장에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음 재판은 1월 18일 열린다.

▲ 전병욱 목사 면직을 촉구하는 50여 명은 1월 10일 김진하 목사가 시무하는 예수사랑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삼일교회 교인들과 교회개혁실천연대, 카타콤 회원 등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들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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