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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 주도한 심용환 씨
"박근혜 정부 역사 왜곡은 한국 기독교 정체성 흔들어…역사 모르는 교인들이 국정화 찬성"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5.10.2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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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기독교계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기독교인 113명은 지난 10월 15일 '역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기독교 1,945인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발표와 함께 힘을 보탤 1,945명의 기독교인을 모집했다.

모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1,229명이 모였고, 19일 밤 11시 53분 기준으로 2,616명이 서명했다. 발기인 113명까지 합하면 2,800명에 가까운 숫자다. 이들은 서명과 함께 "현실을 외면하는 기독교인이 아닌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기독교인이 됩시다", "다른 생각을 모아 하나님나라를 이루어 가는 것이 기독교인의 사명 아닌가",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그릇된 모습도, 사도들의 넘어짐도 모두 성경에 기록하셨다" 등의 말을 남겼다.

선언문은 '역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기독교인들'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2014년 6월, 다른 사안이지만 같은 이름으로 발표된 선언문을 본 적이 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지명 사태 때다. 그때도 '역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기독교인들'이라는 이름으로, 문창극 총리의 잘못된 역사관을 지적하는 성명서가 나갔다.

선언문 작성한 '평범한' 기독교인

두 선언문은 모두 역사 강사이자 인문학 단체 깊은계단 대표 심용환 씨가 작성한 것이다. 그는 특정 개신교 단체에 소속된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교회 집사다. 그런 그가 사람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알음알음 선언문을 발표할 발기인을 모집했다고 했다.

심용환 씨는 지난 7월부터 <뉴스앤조이>에 글을 기고했다. 지난 광복절, 한국교회가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울 때, '이승만은 기독교를 대표하는 민족 지도자가 아닙니다'는 글을 썼다. (관련 기사: 이승만은 기독교를 대표하는 민족 지도자가 아닙니다)대형 교단의 총회장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총회장님들께'라는 공개서한을 띄우기도 했다. (관련 기사: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총회장님들께)

   
▲ 심용환 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현행 역사 교과서의 진실'이라는 찌라시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쏟아져 나오는 잘못된 유언비어에 일일이 대응하는 글을 올리면서 잘못 알려지고 있는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는 요즘 연예인 못지않게 바쁘다. 며칠 전,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찌라시에 대한 반박 글을 쓴 것이 SNS를 타고 일파만파 퍼졌기 때문이다. 그가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은 현행 교과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거짓말임을 확인할 수 있는 팩트였다. 많은 사람이 그의 글을 공유하면서 이름이 알려졌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여기저기 포럼에서도 섭외가 들어왔다.

"기독교인으로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기자는 바쁜 일정 중에 있는 심용환 씨를 10월 20일 <뉴스앤조이> 사무실에서 만났다. 왜 식사도 제때 하지 못 하면서, 자기 돈을 들이면서까지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뛰어다니는지 듣고 싶었다. 역사 강사이기 때문에 역사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역사 전공자고 역사를 가르친다고 해서 (교과서 국정화에) 더 집착하는 게 아니에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더 큽니다. 교과서 국정화 사태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개신교의 역사는 아니지만 개신교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만든 역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1948년 이승만이 수립한 남한 단독 정부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비롯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올해가 건국 67주년이라는 말을 자꾸 반복하는데요. 그렇게 치면 독립운동부터 임시정부 수립할 때까지 기독교가 기여해 온 역사는 정통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셈입니다. 1948년에만 정통성이 있다고 하면 한국 근대 기독교 역사의 반 이상이 사라져요. 

단순히 기독교인의 사회 책임 때문에 반대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현 정부가 국정화를 추진하면 이런 식의 역사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 우리 기독교의 정체성을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사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는 쉬지도 않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구한말,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고종을 도와 독립운동의 시초가 된 것부터 많은 기독교인이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사실 등을 줄줄이 풀어냈다.

"기독교는 3·1운동을 시작으로 임시정부를 거쳐 헌법을 수립할 때까지 큰 영향을 미쳤어요. 3·1운동 때 제일 많이 참여한 종교가 기독교였죠. 교회가 가장 많이 불에 탔고, 전도사가 제일 많이 체포된 직업군이었습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활약한 이승만‧안창호는 확실한 기독교 신앙고백을 소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좌익 지도자 여운형도 한때는 전도사로 활동했고 사회주의 활동가이자 <아리랑>으로 유명한 김산도 한때 기독교를 믿었죠. 그 외에도 기독교인이 상당수였어요."

좌편향된 역사 교과서? "근거 없는 이야기"

심용환 씨의 말대로라면 한국 기독교가 역사에 공헌한 바가 크다. 그 역사를 부정하려고 하기 때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신학교 교수들이 나서서 기독교 분량이 적다는 이유로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고 있다. (관련 기사: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기독교 공정 서술해야")

"물론 저도 근현대사에서 기독교의 활동 서술이 적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교과서가 실제로 기독교에 박하긴 해요.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어요. 그렇지만 국정화를 지지하는 신학교 교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내용이 왜곡되거나 축소된 것은 아닙니다.

국정화를 찬성하는 신학교 교수들은 역사적인 판단을 하는 게 아니에요. 기독교나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선호도를 밝히는 것이죠. 신앙과 교회, 기독교 가치로 세상일을 판단해야 하는데 근거도 없이 정치·이념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겁니다."

심용환 씨는 신학교 교수들뿐 아니라 평범한 기독교인들이 국정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독교인들이 역사를 제대로 안다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면 안 된다고 반발하는 게 맞습니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니까 반발하지 못하는 것이죠. 왜 잘 모를까요? 한국교회에서 교회사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교육·준비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중대한 일이 있을 때 교단장이라는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의 역할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쉽게 자기 의견을 뱉어 버리는 것이죠.

교회에 교육이 없으니까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겁니다. 신학·정치적인 편견만 가지고 말하고 있어요. 교회가 세상일을 무시하면서 교회 '안'에 머무르는 교인을 만드는 데만 주력했어요. 그렇다 보니 사회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죠."

그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짧게 대응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단순하게 반대 선언을 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논하는 자리에도 참여한다. 10월 26일 교계 원로이자 역사가인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와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김영식 교사(덕양중), 심용환 씨가 함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놓고 기독교계 상반된 포럼)

   
▲ 10월 26일 심용환 씨는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김영식 교사(덕양중)와 함께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을 바로 알리기 위한 포럼에 발제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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