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와 C채널에서 마련한 좌담회 '교단 총회장에게 듣는다'에서 예장합동·대신·고신 총회장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좌담회는 지난 10월 14일, C채널을 통해 방영됐습니다. 이에 인문학 단체 '깊은계단' 대표 심용환 씨가 글을 보내왔습니다. 아래에 전문을 싣습니다. - 편집자 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대신·고신(예장합동·대신·고신) 총회장님들께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어떤 근거로 '국정화 찬성'을 이야기하신 겁니까. 총회 산하에 교과서 문제를 검토하는 기관이 있습니까? 최소한 특별위원회라도 만들어서 전문가의 검토를 충분히 받았나요? 만약 있다면 누가 조언을 해 주셨나요? 관련 문건과 전문가 명단을 공개해 주십시오.

총회장의 자리가 무엇입니까? 교단 총회장이 돼서 사회 현안에 대해 두루두루 '개인 의견'을 표명하면 그것이 '총회'의 입장이 되고, 교단 신도들 전체의 입장이 되는 건가요? 사회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난리입니다. 총회장들은 그에 버금갈 만큼 신중하게 문제를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총회장으로써 신중한 대답을 위해 충분히 의견을 구하고, 전문가적인 준비를 하고 난 후에 발언을 했는지 그것을 묻고 싶은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는 총회장의 의견이 아니라 총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개인적 소견'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토록 보수 교단이 싫어하는 로마 가톨릭도 여러 이슈에 대해 '시노드'라는 주교회의의 자문을 거치게 됩니다. 교황 혼자서 자의적으로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습니다. 조선시대의 왕도 삼사 관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고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결정하며 매우 신중하게 발언합니다.

국정교과서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위와 같은 의미에서 총회장들은 가장 기초적인 장로교의 의식 절차조차 무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예장합동, 예장대신, 예장고신 모두 장로파이니 칼뱅의 후예들이죠. 물론 칼뱅이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장로들의 리더십'이 중심이 된 대안적 교회를 설계했고 학계에서는 통상 '귀족적 민주주의' 혹은 '제한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씁니다. 

총회장이 무엇입니까? 노회의 연합이 총회라면, 총회장은 결국 성도들이 있는 특정 교단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라는 말입니다. 그 대표의 개인 의견이 중요한 것입니까? 아니면 아래(?)로부터 밀려오는 수많은 의견을 조율·숙고하고, 받아들이는 등 충분한 '공적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합니까?
 
<국민일보>와 C채널에서 마련한 장로교단 총회장들의 좌담회 '교단 총회장에게 듣는다'에서 했던 발언은 너무나 정치적입니다. 기독교 입장에서 사회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 신학적, 교회적 고민이 없다는 겁니다. 세 교단 총회장이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것은 '이념 논란 반대'와 '바른 국가관' 때문입니다.

좀 황당합니다. 그런 식으로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것은 정치가들의 태도 아닐까요? 이 문장 어디에서 신학적 근거를 발견할 수 있고, 교단의 차별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교회적 고민을 느낄 수 있습니까?

그냥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하는 말, 혹은 본인들의 정치적 선입견으로 하는 말로밖에 안보입니다. 왜 이번 문제가 '이념 논란'인지, 그리고 왜 그것을 '반대'하는지 신학적, 성경적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총회장의 의무가 아닐까요?

'바른 국가관'이라고 하셨습니까. 무엇이 '바른' 것입니까? 이미 사회에서는 '바르다'는 것을 두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경적, 신학적으로 보기에 무엇이 바르다는 겁니까?

로마서 13장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입니까? 칼뱅의 <기독교강요>를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존 녹스를 중심으로 한 스코틀랜드 교회의 의결 사항을 기준으로 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위그노의 의결 사항을 기준으로 하는 건지 명쾌한 신학적 대답을 주십시오. 교단별 신학적 입장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까? 본인들이 신학자가 아니라면 교단 신학협의회 같은 데서 정교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대충대충 얘기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정치 대립이 발생했고,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본인들은 청와대 안주인마냥 한두 마디 툭 던지는 게 가당하기나 합니까? 사회적 심각성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나 신학계의 대응, 총회의 대응, 이와 같은 절차적 노력, 진심 어린 노력을 왜 없는 겁니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발하는 역사학자나 역사 선생들을 만나 본 적은 있습니까? 교과서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깊은 회의와 의심이 듭니다.

더구나 총회장들의 발언에는 잘못된 게 많습니다. 예장합동 박무용 총회장님! 교과서에서는 이미 이승만 대통령, 조만식 장로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임시정부와 해방 공간에서의 활동, 이승만 정권기의 정치와 경제에 많은 분량을 할애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조만식 장로가 평양에서 물산장려운동했다는 사실은 한국사를 배우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건국준비위원회 활동을 했다는 것도 서술돼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고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대종교인 김좌진이나 천주교인 장면에 대해 신앙적 평가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장고신 신상현 총회장님! "보수적 시각에서 보아야 올바른 국가관"이라고요? 여기서 말하는 보수적 시각이 무엇입니까. 새누리당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까? 아니면 신학적 보수, 즉 칼뱅주의로 보아야 함을 의미합니까?

현재 교과서는 모두 '다수설'로 집필하고 있습니다. 뉴라이트 학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학계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다수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는 언제나 다수설에 의거하기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역사학계가 이야기하는 '보수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올바른 국가관'은 또 무엇입니까. 새누리당이 말하는 국가관이 올바른 국가관입니까? 아니면 귀 교단만의 국가관을 따로 신학적으로 정립한 것이 있는지요? 칼뱅주의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순응적입니다. 그러나 칼뱅이 <기독교강요> 마지막에 분명하게 서술했고, 존 녹스가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해 스코틀랜드 종교 혁명을 이끌게 했던 분명한 '저항권'의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은가요? 그렇기 때문에 영국 청교도혁명도 가능했고요. 대체 '올바른 국가관'이란 무엇입니까?

예장대신 장종현 총회장님! "이념 문제로 얼룩지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새누리당의 주장일 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반대하는 것은 이것이 새누리당 주장과는 다르게 이념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사교육은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가 알아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가가 주도해서 역사를 바로 잡으라"고 하셨습니다. 냉정하게 묻고 싶습니다. 교회에 문제가 많으면 국가가 주도해서 바로잡습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국가가 어떻게 주도해야 바로 잡는 겁니까?

억울하게 역사 교사나 역사 교수를 집단적으로 빨갱이로 만들고, 어마어마한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 밀어붙이면 되는 겁니까. 그렇게 억지로 교과서를 원하는 대로 뜯어고치면 '국가가 주도'하는 것입니까. 그렇게 하면 역사가 바로잡히는 겁니까? 요시야 왕이 율법 책을 발견한 후 통곡하며 율법을 따르려고 했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율법 책의 내용을 뜯어고치려고 했습니까? 박해를 받았던 종교가 어찌도 이렇게 박해에 무감각합니까?
 
조선 시대 '연산군'이 있었습니다. 연산군이 폭군인 이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그가 폭군이었던 이유, 특히 당시 어마어마한 비판을 받았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감히 실록을 건드리고, 역사의 내용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도 실록의 기초가 되는 <사초>를 건드리지 못했고, 철혈 군주 태종 이방원 앞에서도 사관은 당당하게 외쳤습니다.

"사관은 왕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이 원칙을 끝까지 지켰던 나라가 조선이고, 우리는 조선의 후예들입니다. 대관절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를 바로 잡겠다고 나서는 것도 어리둥절한데, 총회장님들이 무슨 권한으로 말을 함부로 하는 겁니까. 그 권위의 근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대답해 보십시오.

심용환 / '깊은계단&5분인문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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