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서울신학대학교 박명수 교수(교회사)를 만났다. 박 교수는 단순히 기독교 서술 분량을 늘리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기존 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구조적으로 부정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국정화를 지지하는 것이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기총·한교연 등 교계 보수 단체로 구성된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0월 13일,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존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며, 종교 편향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은 공동대책위원회 전문위원장이자,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박명수 교수(63)가 작성했다. 박 교수는 최근 10명의 신학자들과 함께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에 이름을 올리고, 국정교과서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10월 21일 서울신학대 교수 연구실에서 박명수 교수를 만났다. 그는 단순히 기독교 서술 분량을 늘리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기존 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구조적으로 부정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국정화를 지지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이들의 우려와 달리, 정부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수 없다고 봤다. 미화할 경우 정쟁만 부추기게 되고 그럴 경우 정권만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에 이름을 올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유가 뭔가.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개신교는 나라에 위기가 있을 때마다 헌신했다. 1920년대에 공산주의와 맞서 반공 운동을 전개했고, 이후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가 나라를 세우는 데 일조했다. 1970~80년대에는 유신·독재 체제에 대항해 민주화운동을 펼쳤다. 사실상 개신교는 대한민국 건국 세력 중 하나라고 본다.

어렵게 세운 나라의 정통성을 보전해야 하는데, 이를 부정하는 움직임도 있다. 검정 제도 하에서 만들어진 교과서에는 정통성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아리송하게 기술하고, 상대적으로 북한을 미화한다.

- 기존 교과서를 출판하는 단체들이 의도를 가지고 기술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을 건국한 세력을 제대로 기술하고 있지 않다. 가령, 이승만 박사는 아시아 최초로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단독 정부를 수립했다. 정정당당하게 국가를 설립했다. 그런데 기존 역사 교과서는 비슷한 분량으로 건국에 반대한 내용을 집어넣는다. 제주 4·3 사건이나 여순 사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가권력의 폐해는 강조하고, 상대적으로 북한은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기술한다. 만일 이승만 박사가 "남한만이라도 정부를 수립해서 통일 시대를 대비하자"고 선언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종합하면, 현재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을 건국한 세력에 대해서는 가혹하고, 대한민국을 비판한 세력에는 매우 관대하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역사 교과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이들은, 정부가 '친일·독재'를 미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얼마 전, 위안부 여성들이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본군을 따라 다녔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 있다. 난리가 났다. 만일 정부가 이처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다면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조용히 있겠는가. 아마 나라가 뒤집어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유신 시대도 아니고, 사람들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친일·독재를 미화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 만들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 박 교수는 "개신교에 대한 충분한 연구나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역사 교과서에 반영이 안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사 교수들이 만든 연구 자료도 보내고, 직접 관계자들을 만나 설명도 해 줬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박 교수가 연구를 토대로 집필한 서적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인터뷰나 기자회견을 통해 개신교가 역사 교과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을 맞춰 달라고 했는데.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가 단순히 분량을 늘려 달라고 고집하는 게 아니다. 현행 한국사 고등학교 8개 교과서에 나온 주요 종교 서술 분량을 확인해 봤다. 천주교와 동학은 2쪽에 걸쳐 소개된다. 그러나 기독교는 많아야 8줄, 적으면 2줄이 전부다. 분량을 20~30페이지로 늘려 달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천주교와 분량은 비슷하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개신교의 역사와 활동, 의미 정도만 소개하면 되는데, 역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반응이 없다.

개신교에 대한 충분한 연구나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역사 교과서에 반영이 안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사 교수들이 만든 연구 자료도 보내고, 직접 관계자들을 만나 설명도 해 줬다. 한기총 산하 한국교회역사바로알리기운동본부를 통해 접촉도 했는데, 집필자들은 꿈적도 않더라. 벽 보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제 신학계보다 역사학계에 몸담고 있는 기독인 역사가들이 나서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유로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것이다. 8개 교과서를 상대하는 것보다 하나의 정부 기관만 상대하면 수월하지 않겠는가.

- 국정교과서에 개신교 내용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물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창구가 하나라서 상대하기 편하다.

- 개신교 분량이 늘어나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다종교 사회 아닌가.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 불교·천주교·동학 등과 달리 개신교 이야기는 한두 줄만 있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목사들은, 개신교가 근현대사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 정작 교과서에 소개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누구 말을 믿겠는가. 역사 교과서는 여러 종교에 대해 공정해야 한다.

- 만일 분량이 늘어날 경우 다른 종교도 똑같이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늘 우리(개신교)다. 다른 종교가 문제를 제기할 일은 없다고 본다. 불교는 수십 년 전부터 역사 교과서에 대응을 해 왔고,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는가. 천주교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만 이러는 상황이다.

▲ 박 교수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이들의 우려와 달리, 정부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수 없다고 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면 역사 해석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고, 정권이 바뀌면 역사도 덩달아 바뀔 위험도 있지 않은가.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화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커다란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다시 검인정 체제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정부가 국정교과서 추진을 위해 예산을 확보했다는 소식도 있다. 보수 교계 단체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타종교의 경우 자기 종교에 불리한 내용이 나왔을 때 강력하게 대응했다. 우리는 이제까지 역사 교과서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많이 알려야 할 것 같다. 특히 교계 언론들이 도와줬으면 한다. 지금 만들고 있는 집필 기준에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가 제대로 활동했다면, 이렇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부 관계자든, 국민이든 토론과 연구 작업을 통해 계속 설득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 박 교수는 국정화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커다란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다시 검인정 체제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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