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지난 10월 16일,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은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역사 교수들을 비판하며, "그간 우리의 역사교육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와 이념 편향에 휩싸여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 역사 인식에 대한 혼란을 주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한국사 전공이 아닌 신학교 교수들도 있었다. 협성대학교 신학과 김수천 교수(영성신학),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박명수 소장, 총신대 신학대학원 박용규 교수(교회사), 성결대학교 신학대학 배본철 교수(역사신학), 서울기독대학교 신학과 백종구 교수(교회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유재원 명예교수(구약신학), 고신대학교 신학과 이상규 교수(역사신학), 안양대학교 기독교문화학과 이은선 교수, 나사렛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한철희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허명섭 외래교수 등 11명이다.

<뉴스앤조이>는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교수들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그중 일부는 통화가 불가능했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한 교수도 있었다.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박명수 소장, 총신대 신학대학원 박용규 교수(교회사), 안양대학교 기독교문화학과 이은선 교수, 서울기독대학교 신학과 백종구 교수(교회사)에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왜 지지하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현행 역사 교과서, 기독교 분량 너무 적다

이들은 하나 같이 현행 역사 교과서가 심하게 좌편향된 교과서라고 입을 모았다. 국사 교과서 전체를 놓고 볼 때 기독교 서술 분량이 다른 종교에 비해 너무 적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 서울신학대학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는 박명수 소장을 비롯한 연구위원 3명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한다고 했다. 이들은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이 발표한 국정화 지지 선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서울신학대학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홈페이지 갈무리)

박명수 소장은 교계에서 가장 먼저 역사 교과서의 종교 편향 문제를 지적한 사람이다. 그는 2008년부터 교과서정책기독교협의회·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한국교회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 등을 만들어 역사 교과서 개정을 요구해 왔다. 이 세 단체는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단체로 그동안 역사 교과서에서 기독교 기술 분량이 불공평하다고 지적해 왔다. (관련 기사: 교과서 개신교 푸대접 시비, '연구'보다 '정치' 앞서)

박 교수는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행 교과서가 심히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다고 했다.

"여러 단체들이 오래 전부터 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해 왔다. (한 교과서는) 해방 직후 북한 공산군이 감금하고 죽인 조만식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고, 남한의 좌파라고 부를 수 있는 여운형에 대해서는 첫 장부터 크게 다루고 있다. 이런 걸 봐도 저자들이 어느 쪽으로 쏠려 있는지 나타난다."

그와 함께 이름을 올린 이은선 교수(안양대학교 기독교문화학부)도 역사 교과서 개정에 앞장서 온 사람이다. 이 교수도 기본적으로 박명수 소장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자신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십여 년간 역사를 가르쳤던 교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역사를 배우고 가르친 사람 입장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현행 검인증 제도는 다양한 역사 해석이 불가능하다. 교학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 진보적이라는 단체들은 그런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 발도 못 붙이게 했다. 검인증 교과서는 다양성을 가장해 철저하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완전 독과점이라고 생각한다. 입장이 다른 교과서는 시장에 못 들어오게 한다. 입맛에 맞지 않는 교과서는 발행도 못 하게 하는 게 다양화인지 묻고 싶다.

정권에 아부하는 교과서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평가 위주의 교과서보다는 정권이 바뀌어도 영향받지 않을 객관성이 보장되어 있는 교과서를 만들자는 것이다. 기독교 서술 분량도 너무 적다. 개항 이후에 기독교가 한반도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객관적으로 기술해 달라고 요청해 온 것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교수는 "국정화가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국정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박명수 소장은 "현재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정통성이나 헌법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자율성을 주더라도 헌법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내에서 자율성을 줘야 한다. 현재 역사 교과서는 법에서 허용해 줄 수 있는 도를 넘었다"고 했다. 이은선 교수도 "8종 교과서 중에 7종 교과서는 좌편향에 가깝다. 근현대사 기술 부분에서는 국정화를 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박용규 교수도 이은선 교수가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강의 준비로 바쁘기 때문에 통화하기 어렵다고 한 그는 "절대 정권에 아부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종구 교수도 입장을 밝혔다.

"다양성이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너무 극단적인 입장, 즉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용인하지 않는 입장을 포함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교과서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교과서를 우리 어린 아이들에게 읽히게 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 입장 차이는 있지만 우리 국민 전체가 동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교과서가 나오는 것 같다.

기독교 없이는 한국의 근대화를 설명할 수 없다. 기독교의 기여도를 축소하고 타 종교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국가는 기독교의 공헌을 정확하게 말해 줘야 한다. 우리가 적어도 4분의 1이다. 불교도 4분의 1정도 된다. 불교는 근대화에 영향을 주지 못했는데 기독교는 영향을 줬다. 그 부분을 다뤄야 한다."

세 교수 모두 한국이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북한 체제를 옹호·미화하는 것도 안 된다고 했다. 이은선 교수는 "이념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것, 즉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사건에 대해 학생들에게 특정한 한쪽 의견만 가르쳐야 하는가. 그 정도까지 대립하는 것이라면 해석을 배제한 객관적 사실을 공정하게 가르치자"고 했다. 이들은 국정화가 되면서 기독교의 서술 분량이 늘어날 것을 기대했다.

합동·대신·고신 총회장들, "국정화 지지"

박명수·이은선 교수가 속해 있는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언론회 등 교계 대표적인 보수 단체들이 함께한다.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지난 10월 15일 임원회에서 "좌편향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쓰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 한국 교계 보수 단체도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들은 10월 13일 발표한 지지 성명서에서 아이들이 더 이상 좌편향된 역사 교과서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놔둘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장로교단을 이끄는 총회장들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박무용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장종현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 신상현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은 한 기독교 방송이 마련한 특별 좌담회에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무용 목사는 "우리 대한민국의 독립이나 건국의 뿌리와 역사를 알면 기독교인들인 이승만 대통령, 김구, 조만식 장로 등의 영향력이 엄청나다. 모두 우리 건국 독립운동에서 역할을 했던 분들이다. 한국 역사를 말하려면 기독교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국정교과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예장대신 총회장 장종현 목사도 박 목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장 목사는 "역사 교과서에는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을 담아야 한다. 책을 쓰거나 만드는 사람의 이권이나 이념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국가 교과서를 역사 교과서로 해야 한다는 것이 총회와 개인의 입장에서 확고하다"고 했다. 예장고신 총회장 신상현 목사도 "일반에 나온 검정 교과서는 보면 정말 잘못된 게 많다"는 입장이었다.

총회장들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교단 차원에서 발표한 성명은 아직 없다. 예장합동과 예장대신은 교단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국가 주도 집필한 역사 교과서 악용 우려"

역사 교과서에서 기독교 축소 현상에는 동의하지만, 교과서 국정화에는 반대하는 교단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채영남 목사는 지난 10월 16일 '최근 역사 교과서 논의에 대한 본 교단의 입장'이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그는 성명문에서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의 흐름을 설명하며 우려를 표했다.

"우리는 정부 당국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 역사 해석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오류를 낳을까 두렵다. (유신 체제가 들어서고) 1973년 국정 제도로 바뀌었다. 이는 국가 권력이 역사 해석을 독점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역사적 사실을 선택적으로 교육하고 획일적 해석만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채영남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집필할 때 공정하게 하면 되지만, 역사를 보면 지켜지지 못 했다. 그래서 검정 교과서로 바꾼 것인데 갑자기 국정화로 바꾼다고 하면서 국론이 분열되는 것 같다.

한 역사 교과서에서는 신흥 민족종교를 한 쪽이나 할애하고 있는데 기독교에 대한 서술은 세 줄에 불과하다.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서술에서 기독교를 공정하게 다루는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마련하기 바란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도 정부 발표 다음날 국정화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가 주도해 집필한 교과서는 독재 정권을 미화하는 데 악용돼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독일의 나치 정권과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 박정희 유신 정권이 침략과 독재를 미화하고,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국정교과서를 악용한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중략) 이번 국정화 계획이 일제강점기를 경제 발전기로 미화하고, 이승만과 박정희 독재 정권을 두둔한 2013년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 시도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다는 점과 역사학계와 교육계의 강한 반대 움직임 속에서도 국정화 시도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는 단체와 인사들 대부분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두둔하는 소위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교과서 집필진이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할 때 정부의 주장은 지극히 편향적·자의적인 주장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 교육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반대했다. 교회협 교육위원회는 정부의 이런 결정은 "역사를 후퇴하게 하고 왜곡과 획일화된 역사교육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강경민·김형국·박득훈·이문식·정현구 공동대표·복교연)도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박근혜 대통령, 정부와 여당과 이에 동조하는 일부 학계는 현재 역사 교과서가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미화하고, 심지어 주체사상까지 그대로 가르치고 있으며, 이념에 물든 교사들이 이를 추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온갖 '괴담'들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왜곡일 뿐이며, 교과서 시장 뿐 아니라 교사들을 근거 없이 매도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기총·한교연·예장합동·예장대신·예장고신이 하나님과 국민 앞에 망동을 참회하고, 바른 신앙 양심으로 돌아올 것을 진심으로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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