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뉴스앤조이>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기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입니다. 사회와 마찬가지로 교계에서도 찬반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가향공동체의 양진일 목사가 페이스북에 한국교회사와 관련해 교회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이유를 적었습니다. 양 목사의 허락을 받고 글을 올립니다. - 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많은 이들이 현 정부가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할 것이라 예고했었다. 아버지의 얼룩진 과거를 미화하고 표백 처리할 것을 예감했던 것이다. 그 예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대다수 한국교회의 교단들과 그 수장들, 그리고 신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뜻있는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의 역사의식 부재, 권력 친화적 태도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관련 기사: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기독교 공정 서술해야" / 독립운동 기여한 기독교가 왜 '친일 미화' 우려되는 국정화에 찬성을…)

한국교회는 역사의식이 부재한 것이 맞다. 더욱이 권력 친화적 태도를 오랜 시간 견지하여 이제는 체질화된 것도 맞다. 국정화에 찬성하는 기독교인들은 절대 현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검인정 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서술이 공정하게 기록되지 않았다며, 분량을 늘리기 위해 국정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찬성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교회의 이익, 즉 과거 세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친일과 독재 권력에 대한 미화적 서술이야말로 한국교회가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던 바가 아니었던가. 친일 부역과 독재 권력과의 밀착이야말로 그동안 한국교회를 발목 잡아 왔던 아킬레스건이 아니었던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권력과 새누리당, 한국교회의 동반자 관계는 그들 모두의 이익과 연결되어 있다, 권력자와 새누리당은 친일과 독재 권력에 대한 미화적 서술을 통해 그들을 발목 잡아 왔던 과거의 얼룩진 이야기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것이고, 교회도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언제부터 그렇게 역사에 관심이 있었나. 교회 안에서 그동안 한국교회사를 제대로 가르친 적이 있던가. 왜, 무엇 때문에 교회의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는가. 교회의 역사를 언급할 때도 한국교회 초기의 아름다운 미담들과 신사참배 반대자들의 순교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명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것이 교회사의 전부가 아니다. 신사참배를 반대한 이는 교회 전체의 3%도 되지 않는다. 대다수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는 물론이고,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에 적극 협력하였고, 징병 징용 정신대 모집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1941~1945년 사이에 매주 정기적인 예배를 드린 한국교회 중에 신사참배를 하지 않은 교회가 과연 있는가!

해방 이후 한국교회가 가장 흠모한 목회자중 한 분이 주기철 목사님이시다. 그런데 그분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목사 면직 상태였다. 아니 그 위대한 주기철 목사님이 왜 목사 면직이 되었는가? 총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총회의 지시가 무엇인가? 바로 신사에 참배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거부하여 그는 목사 면직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신사참배 반대와 순교로 모든 한국 교인의 사표가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된 주기철 목사님은 해방 후 수십 년간 여전히 목사 면직 상태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주기철 목사님의 면직 재판에 관여했던 자들이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교단 정치권력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예수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은 지난 9월 100회 총회 때 별안간 총대들의 박수로 주기철 목사님의 면직을 사면했다. 제대로 된 논의도 없고 반성도 없었다. 이 역시 교단의 이익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해방 이후 미군정, 이승만의 제1공화국, 박정희 이후의 군사독재 31년의 시간 동안 한국교회는 권력자들의 친구로, 협력자로 많은 이익을 누려 왔다. 부당한 국가 권력에 저항한 기독교인들은 언제나 소수였고, 대부분은 권력자를 축복하고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며 '부흥'을 맛보았다. 이 모든 죄악들에 대해 한국교회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회개하고 민족 앞에서 용서를 구한 적이 있는가.

오늘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자신의 얼룩진 과거를 덮어쓰기 하고자 하는 꼼수일 뿐이다. 이익에 대한 탐욕일 뿐이다. 회개하지 못하고, 회개가 무엇인지를 망각한 한국교회의 민낯이다.

교회는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기 이전에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먼저 고백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라는 주장을 하지 마라. 단지 종교 이익집단에 불과함을 선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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