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2015년 10월 대한민국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혼란스럽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고, 이를 반대하는 야당과 학계,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광화문에서 시위를 이어 가고, 연세대‧이화여대‧고려대‧성균관대‧중앙대 등 역사학과 관련 교수들은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했다.

기독교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월 15일, 신학자·목사부터 역사학자,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기독교인이 동참해, '기독교 1,945인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1945'는 대한민국이 해방된 해다. 일부 보수 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1948년을 건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뜻이다. 최초 발기인은 113인으로, 광교산울교회 이문식 목사,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형원 원장,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 샘교육복지연구소 박경현 소장, 경북대 황보영조 교수 등이 참여했다. (서명 바로 가기)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본질은 친일 미화, 독재 미화, 친일과 독재 시대 아래 편승해 온 기회주의의 역사를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공부 수단이고 역사학자와 역사교육계가 담당하는 역사 교과서를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배우고 사고할 수 있게 현 검인정 체제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역사 강사이자 인문학 단체 '깊은계단' 대표 심용환 씨는 "기독교는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애국 계몽 운동, 3·1운동,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산업화와 근대화에도 적극 참여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좌시할 수 없다"며 서명운동을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데 상당수 기독교인들이 찬동하고 지지했다. 이 또한 한국교회의 부족함이고 나약함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역사와 교회를 사랑하는 기독교 1,945인 양심선언' 전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결단코 반대합니다

사실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되었습니다. 더불어 모든 것은 여야의 정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단호하게 아닙니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는 것의 본질은 역사 교과서를 학계와 교육계가 아닌 정치권력이 장악하겠다는 의도입니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는 것의 본질은 역사 교과서를 특정 권력의 입맛에 맞추어서 다시 서술하기 위해서입니다. 친일 미화, 독재 미화, 그리고 친일과 독재 시대 아래 편승해 온 기회주의의 역사. 이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구한말 민족의 비탄 가운데 들어왔고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애국 계몽 운동,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산업화와 근대화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안창호, 김구, 김규식, 조만식, 이상재, 이승훈 등은 한민족을 빛낸 민족의 지도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3·1 운동을 주도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운동을 이끌었던 것 역시 한국교회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되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3·1 운동과 임시정부를 계승하며, 4·19 혁명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존중합니다.

한국사 교과서를 역사학자와 연구자 그리고 숙련된 교사의 손에 돌려 주십시오. 한국사 교과서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게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지 마십시오.

어디까지가 감기이고, 어디까지가 독감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정치가의 선택이나 대중의 선택이 아니라 의사의 학문적 지식이듯 학계의 자율성을 그대로 놔두었으면 합니다. 역사의 여러 국면들을 놓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미래 세대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그들의 미래를 그들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그냥 그대로 놔두었으면 합니다.

세계사 교과서를 보면 중세 교회의 문제점과 종교전쟁에 관하여 자유롭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서점에 가면 많은 기독교 비판 서적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것을 시비 삼지 않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정치가의 의지나 선택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가 하는 것이고, 하나님은 역사의 하나님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민족 기독교의 이름으로 소명합니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배우며,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게 검인정 체제를 유지시켜 주십시오. 앞으로 닥쳐올 어마어마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화 작업을 멈춰 주십시오.

더불어, 사정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들 앞에서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는데 있어서 상당수 기독교인들이 옳지 못한 모습으로 찬동하며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의 부족함이며, 한국교회의 나약함입니다. 변화하겠습니다. 반드시 더 나아지겠습니다. 하늘의 하나님, 저희를 도우소서.

'105명의 발기인'

강우영 경동현 고상환 곽상배 곽일랑 구교형 권오현 김건호 김경락 김고운 김근주 김단영 김동춘 김명주 김병학 김성원 김성진 김승근 김승무 김신일 김응교 김의신 김주원 김지윤 김진경 김진아 김현철 김형원 김희연 나병웅 남오성 문모은 문정민 민상준 박경현 박서정 박소래 박수진 박예영 박윤만 박일수 박 총 방정훈 방창훈 배덕만 백동수 백성은 백승현 봉정호 서지숙 손세민 손예준 신강협 신경희 신다혜 신영욱 심규덕 심용환 안병찬 안정민 양정규 염주현 오승리 유승원 유시경 유일환 윤기종 윤성경 윤은주 이경민 이동희 이문식 이선태 이신우 이영주 이영철 이영희 이용권 이원우 이원혁 이재민 임대훈 임미라 임옥택 임현식 임효정 장충엽 장현호 전보규 전지혜 정국진 정도영 정문수 정민아 정민철 정선경 정영환 정인곤 조석민 조수희 조영광 최갑주 최상훈 최용석 최은상 최형만 하성애 하성현 한민영 허경 홍인기 황보영조 황진욱 (총 11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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