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법개정위가 1월 24일 2차 회의를 열고 제비뽑기 절충안 시행 시 금권 선거를 막기 위한 시행세칙을 논의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올해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제98회 총회에서 시행할 제비뽑기 절충안을 다듬고 있는 선거법개정위원회(유병근 위원장)가 금권 선거를 막을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선거법개정위는 1월 24일 총회 임원회실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제비뽑기 절충안 공청회에서 선보일 초안의 시행세칙을 논의했다. 회의는 고광석 서기가 미리 준비해 온 개정안을 놓고, 위원들이 한 조목씩 순서대로 쫓아가며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선거법개정위가 주목한 것은 절충안을 실행할 경우 곳곳에서 자행할 수 있는 금권 선거를 막는 방법이었다. 제비뽑기를 거친 뒤 총대들이 직접 후보를 뽑는 과정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과거처럼 후보자 캠프에서 돈 봉투를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절충안을 결의한 97회 총회 현장에서도 금권 선거를 막을 대책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 바 있다. 위원들은 선거 입후보자가 돈 봉투를 뿌릴 경우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세칙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입후보 등록 서류에 허위 사실을 올린 이는 10년간 총대 및 공직 출마를 막는다. 돈 봉투를 돌린 후보자는 영구히 총대 및 공직을 제한한다. 돈을 받은 총대는 받은 금액의 30배를 총회에 벌금으로 내고, 10년간 총대 및 공직을 금지한다. 하지만 위원들은 금권 선거가 고개를 내미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금품을 살포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선거 규정을 위반한 인물이 총회 근처에 다시는 얼씬도 못하도록 막을 수는 있다고 했다.

▲ 유병근 위원장은 "돈 때문에 좋은 인재들이 출마에 제한받으면, 그것은 또 다른 금권 선거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제비뽑기 절충안은 입후보자가 3명 이상 되지 않을 경우에는 직선제로 되돌아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선거 입후보자 중 1차로 제비를 뽑아 2명을 뽑고 둘 중에 한 명을 직접 뽑는 방식인 까닭에, 출마한 후보가 3명 이상 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인가 난감하다. 사전 담합이나 후보자 간 설득·회유 등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선거법개정위는 출마 문턱을 낮추는 방법을 찾았다. 입후보할 때 내는 총회 발전 기금을 깎는 것이다. 이전까지 총회 임원 입후보자는 2년마다 5%씩 인상된 금액의 총회 발전 기금을 냈다. 97회기 입후보 시 총회장과 목사부총회장은 8715만 원, 장로 부총회장은 6038만 원, 정임원은 2909만 원, 부임원은 2106만 원을 냈다. 이를 총회장과 부총회장 5000만 원, 총회 임원 2000만 원으로 내리자고 했다. 상비부장 200만 원, 공천위원장 500만 원, 총신대학교·<기독신문>·총회세계선교회 기관장 2000만 원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유병근 위원장은 "돈 때문에 좋은 인재들이 출마에 제한받으면, 그것은 또 다른 금권 선거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입후보 자격에서 총대 경력도 완화하자고 했다. 장로부총회장 출마자는 총대 경력 8회 이상에서 6회 이상으로, 서기·부서기·회록서기·부회록서기는 무흠 만 15년 이상에서 만 10년 이상으로, 회계·부회계도 무흠 만 1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 총대 경력 7회 이상에서 5회 이상으로 낮추자고 했다. 교회법상 무흠 자격과 동시에 사회법에서도 구설에 오르지 않은 인물을 선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위원들은 입후보 등록 서류에 '범죄경력·수사경력조회 회보서'를 첨부하도록 하자고 했다.

선거법개정위는 제비뽑기 절충안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 고민했다. 97회 총회 당시 규칙부(김찬곤 부장)는 '총회 임원 선출은 절충안(제비뽑기+직선제)으로 한다'고만 보고했다. 지난번 회의와 마찬가지로 위원들은 총회 모든 선거에 절충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지만, 상비부장 선거는 제외하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다. 고광석 서기는 "상비부장 선거 방식을 제비뽑기에서 절충안으로 바꾸면 1년조·2년조·3년조 등 각년조 위원끼리 파벌을 형성할 수 있다. 부장이 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고, 후보 등록 이전에 로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관장·공천위원장 선거에만 절충안을 적용하자고 했다.

제비뽑기 절충안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경우 규칙부와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진모 목사는 "선거법개정위에서 기관장 선거까지 절충안을 시행하는 것으로 제안하고 실행위원회에서 이를 승인해 98회 회기에서 절충안을 진행하면 법적 시비가 벌어질 수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2월 14일 열릴 공청회를 전후해 규칙부와 관련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서 도출한 내용을 2월 말 열리는 실행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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