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내내 무죄 주장…피해자 합의금 지급은 "가스라이팅 때문" 주장 

군포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이 미성년자를 포함해 교인 수십 명을 성폭행한 군포 A교회 김 아무개 목사의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군포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이 미성년자를 포함해 교인 수십 명을 성폭행한 군포 A교회 김 아무개 목사의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교인 수십 명을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을 받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군포 A교회 김 아무개 목사의 첫 피고인신문이 9월 10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렸다. 김 목사는 이날 공판에서, 자신은 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았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들과 '합의된 성관계'를 했다면서 "사랑의 방정식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약 90분간 진행된 이날 재판은 대부분 김 목사 변호인이 질문하고 김 목사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색 양복 차림으로 출석한 김 목사는, 두꺼운 A4 용지 뭉치를 들고 증인석에 앉아 발언을 이어 갔다. 김 목사는 일부 교인과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 많이 회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뉘우치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 목사는 2021년 피해자 24명에게 합의금으로 총 8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김 목사는 법정에서, 당시 피해자 변호사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나는 죄를 짓지 않았는데 (피해자 변호사가)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나는 강간·성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 교인 일부가 자신을 내쫓기 위해 사건을 과장해 교인들을 선동했다고도 했다. 신문 과정에서 김 목사 변호인인 심동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가명으로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들의 실명을 거듭 누설해, 검사와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는 구속돼 있을 동안 재소자들이 자신을 성범죄자 취급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다른 사람들이 이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사람 취급하지 않아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운동장에 나와서도 사람들에게 아주 힘든 상황을 겪었다"면서 "가족과 친인척들이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질문을 마치고 검사가 김 목사를 신문했다. 검사는 피고인은 60대고 피해자들은 10~20대인데, 교인들이 종교적으로 세뇌당하지 않고서야 왜 피고인과 성관계를 했겠느냐면서, 정말 피해자들이 김 목사를 사랑해서 그랬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김 목사는 뜬금없이 "사랑의 방정식은 그렇게만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되게 미묘하기 때문에, 그가 나를 사랑했는지 내가 그를 사랑했는지 말하기는 (어렵다). 사랑은 되게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들을 주례하기도 했고, 그들로부터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엽서를 받기도 했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피해자들의 결혼과 연애 등 삶 전반을 통제했음에도,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도 했다. 교회 내 사조직 '하늘의별'에 입단한 피해자들이 작성해야 했던 '결혼 계약서'에 대해 검사가 묻자, 김 목사는 가톨릭 수녀·신부도 평생 독신으로 살지 않느냐면서 "내가 그들에게 요구한 게 아니고 자기들이 하나님께 평생 헌신하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도와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반성하는 태도 없이 억울하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국민일보> 종교부 기자에게도 억울함을 호소했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6통이나 보냈다고도 했다. 재판을 마친 후에도 김 목사는 계속해서 억울한 듯 법정을 떠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가 김 목사에게 질문하려 하자, 그는 기자에게도 무언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김 목사 변호인들이 등을 때리며 "말려들지 말라"고 만류한 후 그를 데리고 나갔다.

재판부는 앞으로 두 차례 더 피고인신문을 연 후 재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9월 24일 10시 2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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