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자건 자매들 애교 보면 이해할 것"…피해자에게 '위자료 소송'까지 제기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10년 넘는 기간 동안 교인 수십 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군포 A교회 김 아무개 목사 측이 법정에서도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다. 4월 23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다섯 번째 공판에서는 김 목사의 아내 박 아무개 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어떤 남자건 자매들 애교를 보면 (이해할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나섰다. 그와 김 목사는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 수감 중인 김 아무개 목사는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법정 내부 통로를 통해 나타난 그는 오른편 피고인석에 앉아 무표정으로 재판에 임했다. 김 목사 쪽에서는 변호인과 김 목사의 아내 박 씨가 출석했다. 피해자 일부가 재판을 방청했고,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군포여성민우회·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독교대한감리회성폭력상담센터 등 여성 단체 활동가 20여 명이 자리했다.
증인신문이 지속되는 60분 내내, 박 씨는 피해자들을 탓하며 책임을 돌렸다. 그는 김 목사가 피해자들을 가스라이팅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가 '하늘의별'을 통해 피해자들을 종교적으로 세뇌·지배하지 않았고, 피해자들도 김 목사의 말이나 요구를 절대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심리적 항거 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했다. '하늘의별'은 피해자들의 직장·이사·연애·결혼 등 생활 전반을 통제하고, 김 목사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을 요구했던 A교회 산하 조직이다.
박 씨는 "다들 직장을 다니고, 가정도 있는 이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하늘의별에 강제적으로 입단을 강요할 수 있겠나. 입단은 각자 신앙의 높낮이에 따라 본인이 원해서 고백한 후, 이후 절차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과거 설교에서 '목사가 옷을 벗으라고 하면 벗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박 씨는 문제 될 발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성 교인들을 세뇌하기 위한 말이었다면, 함께 설교를 들은 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거란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종교 세뇌 교육이라는 고소인들의 주장은 피고인을 죄인으로 몰아가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대언 메시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대언 메시지'를 받았다며 김 목사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하늘의별 '성령 십계명'을 만든 인물이다. "2002년 2월부터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의 큰 영이 상대방의 영적인 깊은 것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라면서 "(대언 메시지 내용 중) 김 목사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내용은 있었지만, '절대적'이라는 용어는 없었다. 피고인이 목자이고 지도자니까 순종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피해자들이 김 목사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했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피해자들이 범행 당시에 문제 삼지 않고 이제야 소송에 나선 것도 뒤에서 누군가 부추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김 목사에게 자기만 사랑받기를 원해서 다가갔다가, 그것이 아닌 것을 확인한 후에 시기 질투심에서 이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박 씨는 김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한 피해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피해자가 김 목사와 '내연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딸처럼 아끼고 돌봐왔던 이가 피고인과 깊은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에게 아직 송달되지 않은 상태다.
피해자들의 거짓말을 분별하고, 가해자를 용서해 달라는 말로 증인신문을 맺었다. 박 씨는 "김 목사가 범한 실수를 마음속 깊이 용납할 수는 없지만 교회 분위기와 자매들의 행동을 잘 알기 때문에 충분히 용서할 수 있다. 어느 남자건 자매들의 애교스러운 행동을 보면 (이해할 것이다)"라면서, 재판부를 향해 "피해자들은 입을 맞춰 피고인을 죄인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의 거짓 증언을 잘 파악해 주시고 피고인을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들과 여성 단체 활동가들은 재판 내내 박 씨의 2차 가해성 발언을 지켜봐야 했다. 박 씨가 김 목사 변호인과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결국 좌중에서는 "증인의 궤변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거짓말 좀 그만하시라"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2021년 6월 사건 공론화 당시 김 목사가 범행을 인정했던 영상이 재생되기도 했다. 영상에서는 "내가 실수했다. 내가 여러분한테 죄송하다. 내가 석고대죄한다"는 내용이 흘러나왔지만,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김 목사는 꼿꼿이 영상을 주시했다. 증인신문을 할 때도 그는 계속해서 변호사를 바라보거나 때때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있는 방향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자신의 범행이 강제가 아니었다는 아내의 증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변호인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씨의 증인신문은 피고인 측에서만 이뤄졌다. 박 씨는 다음 공판기일인 5월 16일 한 번 더 출석해, 검찰 측 증인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김 씨가 세 번째로 보석을 청구한 데 대해 재판부는 석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김 목사 아내 박 씨가 피해자 중 한 명에게 위자료를 청구한 것과 별개로, 김 목사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일찌감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피해자들과 비밀 보장을 이유로 합의했는데, 이들이 합의를 위반하고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김 목사가 먼저 2차 가해 내용이 담긴 투서를 돌리는 등 합의를 파기했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는 재판이 끝난 후 김 목사의 아내 박 씨에게 2차 가해와 민사소송 등에 대한 입장을 물으려 했지만, 박 씨는 "그런 이야기는 변호사와 하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