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불안감 호소…여성 단체들 "가해자 보석은 있을 수 없는 일"

교인 수십 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감리회 김 아무개 목사가 재판 과정에서 보석을 신청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 수십 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감리회 김 아무개 목사가 재판 과정에서 보석을 신청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여성 교인 수십 명을 그루밍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김정석 감독회장) 소속 군포 A교회 김 아무개 목사가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김 목사는 지난해 7월 준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목사는 교회 내 '하늘의별'이라는 조직을 운영하며 교인들의 직장·이사·연애·결혼 등 삶 전반을 통제했다. 피해자들은 김 목사에게 충성을 서원하고, 절대적으로 순종하겠다는 '성령 십계명' 등을 따라야 했다. '성령 십계명'에는 "너희 모두는 모든 삶에서의 중요한 결정들을 너희 각자가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너희에게 허락한 너희의 평생의 지도자인 김OO, 그에게 나 성령의 마음을 허락한 나 성령의 뜻에 의하여 너희의 모든 결정들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너희 모두는 진정 너희의 평생의 지도자인 김OO, 그에게 온전히 순종하고 순종하는 것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심정이 무엇인지를 늘 깨달으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목사는 피해자들을 그루밍한 뒤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 사건은 2021년 6월 무렵, 피해자들이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밖으로 드러났다. 

김 목사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수십 명에 달한다. 24명이 고소를 결심했고, 공소시효가 지난 6명을 제외한 18명이 고소장을 나눠 제출했다. 이 가운데 피해자 9명에 대한 사건은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며, 나머지 9명은 경찰이 보완 수사 중이다. 

김 목사는 지난 3월 열린 공판에서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보석을 요청했다. 피해자들이 일방적인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며 반론을 위해 관련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 진술 외에는 물증이 없고, 진술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자신은 피해자들을 그루밍한 것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였고, 위력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번 보석 청구는 세 번째로,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도 보석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기각한 바 있다. 그는 현재 법무법인 두 곳에서 변호인 6명을 선임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김 목사의 보석 청구 소식에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A는 4월 21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최근 재판부가 바뀌면서 보석이 인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피해자들은 교회 근처에 살아야 했기 때문에, 김 목사와 10~15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피해자들의 주소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상황이라 보복이 걱정된다. 김 목사는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보석이 인용될 경우를 대비해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할 준비를 했다고도 말했다. 

A는 재판 과정에서도 김 목사가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고 했다. A는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증언할 때마다, 분리된 공간에 있는 김 목사가 소리 지르는 게 들렸다. '다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하더라. 이 때문에 용기 낸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A는 "김 목사의 행위는 한 사람의 인격을 무너뜨린 것과 같다. 인생이 부서진 피해자들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며 심리 치료를 받고,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수가 수십 명에 이르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임에도 김 목사가 보석을 신청하자, 여성 단체들도 규탄에 나섰다. 군포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는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열고 김 목사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담임목사에 의한 성범죄로 피해자들은 여전히 일상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면서 "보석을 신청한 뻔뻔스러운 가해자의 행동은 피해자들을 극심한 두려움으로 몰아넣고 있다. 가해자의 보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135개 연대 단체 및 시민 1143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감리회 경기연회는 사건을 인지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김 목사를 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 고발하지 않고 있다. 감리회성폭력대책위 최소영 목사는 "연회는 가해자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도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심사위에 회부하지 않았다. 김 목사가 은퇴를 1년 앞두고 있고, 자원 은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서류가 접수되면 직임을 정지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연회 측은 '은퇴 서류도 안 들어왔는데 왜 설레발이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다음 공판은 4월 23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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