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창간 25주년 기념 포럼을 잘 마쳤습니다. 1년 전부터 발제자를 섭외해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20~30명 정도 모여 우리 미래와 방향을 놓고 깊이 있게 대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34분 오셨습니다. 발제자분들께서 전문가의 식견으로 뼈와 살이 되는 말씀을 많이 남겨 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부담도 듭니다.

<뉴스앤조이> 조직 문화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일에 대한 '열정'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다. 2014년 이곳에 입사하기 전,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뉴스앤조이> 출신 기자라서 근무 환경이나 분위기에 관하여 물었습니다. 저널리즘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지원해 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지금 이곳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언론사에서 근무 중입니다.

구성원들이 열정과 헌신으로 일하면서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 글을 쓸지, 복잡한 사안을 단순 명료하게 풀어낼지, 사건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공부합니다. 쉬는 시간을 쪼개며 책 모임을 하고 토론을 하며 강연도 찾아 듣습니다.

사역기획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비영리단체들은 어떻게 모금을 하는지, 독자들과의 커뮤니티는 어떻게 형성하는지, 우리가 운영하는 각종 채널은 성격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른 기관 사례를 연구하고 우리에게 알맞은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많이 부족합니다. 인력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모든 일을 원하는 수준만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뉴스앤조이> 화이팅!
<뉴스앤조이> 화이팅!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문가들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으니 마음이 어수선해집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지? 교회 개혁? 저널리즘? 스스로 물을 때가 많습니다. 리더십들 사이에서는 기사의 형식, 그러니까 글과 영상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둘지, 영상도 긴 호흡과 짧은 형태에서 무엇에 초점을 맞출지 논의할 때가 많습니다. 기사의 성격 역시 비판과 대안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널리즘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새롭거나 의미 있는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거나 그것을 해석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본질에 충실한다면, 형식이나 성격은 좀 더 파격적으로 자유롭게 가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요즘은 '제로 클릭 시대'라고 부르죠. 생성형 AI 등장으로 검색 포털 이용자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당연히 포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보는 이들의 숫자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당장 ChatGPT나 Gemini에 '사랑의교회 분쟁에 대해 알려 줘'라고 물으면, 지난 십수 년간 벌어진 사건을 시간과 쟁점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줍니다. 굳이 기사를 찾아 읽을 필요가 없겠죠.

전문가들은 검색 노출 보다 생성형 AI에 인용되는 게 더 중요해진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미디어 이용 형태 변화가 앞으로 인력과 자본을 갖춘 기성 언론에 유리할지, <뉴스앤조이> 같은 전문 매체에 유리할지는 보고서마다 다른 주장을 내놓지만, 할 일이 더 늘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지나간 이야기 자꾸 꺼내 민망하긴 하지만… <뉴스앤조이>는 창간부터 지금까지 쉬울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교권이나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 되겠다고 했지만, 돈과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기사를 썼을 뿐,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달려왔다고 말하긴 어렵겠습니다.

25주년 기념 포럼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게 기적이라는 축하와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 좀 더 나아질까 기대해 보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테니까요. '존재는 투쟁을 기반으로 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기독 독립 언론'이라는 우리의 실존과 '정직'·'공의'·'변화'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 존재 투쟁은 계속될 거라고 봅니다.

이 싸움을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우리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가끔은 비판도 마다하지 않는 독자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이에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이나 갈수록 신뢰를 잃어 가는 교회의 모습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저희는 언제나 그랬듯 길을 찾고 주어진 소명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뉴스앤조이>를 끝까지 지켜 주시고 다음 25년도 계속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가압류' 지옥에
빠뜨린 목사와 예장통합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209703 판결에 의거해 유 아무개 외 49명(반대파)은 D교회 교인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반대파들이 향후 D교회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위장 교인을 잠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본 교회 업무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부득이 D교회 등록 교인 이외에는 예배당 및 주차장 출입을 금지한다."

지난해 1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인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D교회 입구에는 살벌한 경고문이 붙었습니다.

"D교회의 적법한 등록 교인 이외에는 예배당 및 주차장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교인 50명의 이름도 하나하나 쓰여 있었습니다. 심지어 50명 중 38명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C교회 교인이고,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 판결에 따라 출교 및 면직 처분되어 D교회 교인이 아니라고 강조돼 있었습니다. 예장합동 교인들이 도대체 왜 예장통합 소속 교회에서 출교 처리를 당했을까요?


목사 횡령 지적하니
돌아온 건 '출교'

황당하게도 이들이 출교당한 이유는 목사의 횡령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D교회와 C교회가 합병한 이후, 교인들이 D교회 담임목사였던 김 아무개 목사의 횡령을 인지하고 문제 삼자, 김 목사는 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교회를 빼앗으려 한다며 교단에 고발했습니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횡령한 목사를 치리하기는커녕 목사의 손을 들어 줬죠.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이 타 교단 소속이라며 출교 판결을 내린 거예요.

김 목사는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등에 업고 사회 재판으로 갔습니다. 서울노회유지재단을 통해, 교인도 아닌 사람들이 교회를 점거하고 있다면서 46명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7억 8000만 원과 건물 인도일까지 매달 3100만 원의 비용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걸었습니다.

D교회는 총회 소유로 편입해 명의 신탁을 해 놓은 상태로, 소송을 위해서는 서울노회유지재단의 동의가 필요했거든요.


서울노회유지재단,
교인 재산에 수억 가압류

대형 로펌을 앞세운 서울노회유지재단은 1심에서 승소했어요. 이 과정에서 교인들 재산 수억 원을 가압류했습니다. 이 중에는 80대 전후 고령자,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 군인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서류 미비로 압류 대상에서 빠진 4명을 제외하고, 42명의 은행 통장이 압류됐습니다. 2600만 원이라는 압류 금액이 설정되거나 아파트가 압류된 교인도 있었죠.

1심 판결 이후 압류 추심 절차가 진행되어 속수무책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군 생활 중인 청년의 군 적금과 한부모가족 적금, 주택 청약 통장이 강제 해지되어 1300만 원이 인출된 건데요. 현재 교인들이 부랴부랴 집행 정지 신청 후 공탁금 800만 원을 걸어 돈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인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김 목사의 횡령으로 교회가 쪼개진 이후, 목사의 횡령에 맞서 온 반대 교인들은 교회 인근 카페를 빌려 자체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교인들은 예배 내내 설교 말씀을 받아 적고 통성으로 기도했습니다. <뉴스앤조이>는 교인들과 만나 분쟁 이후 이들이 처한 상황을 들어 봤습니다.

교인들은 "어떻게 목사와 교단이 교인들을 가압류라는 지옥에 빠뜨릴 수 있느냐"고 분노하면서, 삶이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김 아무개 집사는 청약 통장이 강제로 해지되어 900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적금이 해지된 것인데요. 한부모가족이 살 수 있는 집 계약이 올해로 종료되어 이사를 가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고민이 많다고 했습니다. 

5억 원대 아파트가 압류된 곽 아무개 집사는 "재판 자체도 억울한데, 어떻게 교단이 교인 집에 가압류를 할 수 있느냐"면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곽 집사는 신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목사의 횡령으로 시작된 문제가 교인들에게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도저히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처럼 교인들은 통장과 집이 압류되어 은행 거래에 어려움을 겪거나 적금을 들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만약 재판에서 진다면 수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고요. 교인들은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횡령 목사 편드는 예장통합

목사의 횡령을 문제 삼았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분쟁의 시작은 분명히 담임목사의 횡령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이를 외면한 채,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만 징계했습니다. 사건의 본질을 지운 채 목사 편을 들고, 교인들 재산에 수억 원 압류를 거는 목사를 제어하지 못하는 교단은 그 존재 의미를 잃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 김 목사의 횡령이 드러난 이후 지금까지 교인들은 여러 소송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교인들에게 직접적이고 엄청난 피해를 미칠 수 있는 건물 인도 항소심 선고를 8월 26일 앞두고 있는데요. 교단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을 뿐인 교인들에게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비상식적인 소송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예장통합은 교인들을 외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편집국 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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