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연대, 예장통합 총회와 서울노회유지재단에 책임 있는 해결 방안 촉구

목사가 교회 재정을 횡령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가 되려 손해배상에 시달리고 있는 D교회 교인들이 9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예장통합 총회에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목사가 교회 재정을 횡령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가 되려 손해배상에 시달리고 있는 D교회 교인들이 9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예장통합 총회에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목사의 재정 비리를 고발했다 도리어 손해배상 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 D교회 교인들이 "목사 횡령이 문제의 시작인데 왜 교인들이 고통에 시달려야 하느냐"고 호소하면서 총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박종운∙임왕성)는 9월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D교회 교인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영걸 총회장) 총회와 서울노회유지재단이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 D교회 교인들은 전 담임목사였던 김 아무개 목사가 교회 재정으로 몰래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문제를 제기했다가, 교회 건물 불법 점거자로 몰려 수십 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상태다. D교회 건물을 명의 신탁하고 있는 서울노회유지재단은, 김 목사 측이 교인들 재산을 가압류하고 군인·노인·한부모가족 교인들의 통장까지 압류하는 상황을 알고서도 "교회 요청에 따라 소송을 진행할 뿐"이라며 사태를 방치해 왔다.

교인들은 기자회견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교인들은 기자회견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교인 20여 명은 모두 침울한 표정이었다. 다른 교인들의 발언을 들으며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은 교인들은 교단과 교회로부터 소송을 당한 이후로 심각한 경제적·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지만 지나치는 교단 관계자들은 모두 외면했다.

교인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빼앗기게 됐다며 구구절절한 사연을 토로했다. D교회를 30년간 다닌 홍미자 집사는 "평생 피땀 흘려 모은 가게 월세 보증금 1억 원과 모든 통장이 압류되어 생계가 막막해졌다.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고, 끝없는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사회 생활조차도 힘든 지경이다. 내가 한 일이라곤 김 목사 횡령에 대한 엄벌 탄원서에 서명한 것뿐인데, 저들은 그것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교회를 지켜 온 우리를 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으로 통장에서 3500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김영애 집사는, 경제적·신앙적 피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그는 "한부모가족의 가장으로, 두 아들을 결혼시키고 청약 통장으로 노후에 임대 아파트라도 마련하려고 했던 작고 오래된 꿈이 김 목사의 욕심으로 모두 무너졌다. 목사 한 사람의 욕심과 잘못으로 교인들이 교회에서 쫓겨나 목자도 없이 잃어버린 양처럼 떠돌며 힘겹게 신앙생활을 이어 가고 있는 것도 너무 힘들다. 교회는 누구나 와서 힘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교회가 교인들을 가압류라는 지옥에서 살아가게 만들고 있다. 이게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이라고 했다.

곽보영 집사는 살고 있는 아파트를 가압류당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단칸방 월세로 시작해 참 열심히 살았다. 부부가 쉬지 않고 일해 작은 집을 장만했다. 집을 계약하고 이사하는 전날까지 매일 집을 보러 갔다. 그러나 50년의 인생을 담은 우리의 첫 집이 건물 인도 소송으로 가압류됐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재판에서 패소하면 이대로 살 집을 잃어버린다. 매일을 불안과 공포 속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곽 집사는 예장통합 총회가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 가족의 무너진 삶과 교인들의 믿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총회와 서울노회유지재단은 힘없는 교인들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말고, 신앙과 삶이 회복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처럼, 믿는 자로서 마지막 날 부끄러움 없이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개혁연대는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8월 8일 예장통합 총회와 서울노회유지재단에 질의서를 보냈으나, 총회로부터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사태의 소송 원고인 서울노회유지재단은 9월 중 입장을 정리해 회신하겠다면서도 "총회와 재판 결과에 따라 집행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혁연대 김종미 대표는 "교단이 억울한 자의 편은 들지 못할망정, 교인들의 재산을 뺏고 삶을 무너뜨리고 지옥에 빠뜨리고 있다. 20년 이상 수많은 교회 분쟁을 상담해 왔지만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한 경우는 없었다. 예장통합은 제발 사과하고 이 사태를 해결하라. 김영걸 총회장은 다른 기관에서 판단한 것을 다시 판단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럴 때 나서는 게 총회장이다. 잘못된 걸 안다면 주님이 주신 권력을 옳게 사용해 사태를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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