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회, 현 목사가 지명한 직무대행자 그대로 인정…교인들 "공범이 직무대행 맡는 게 말이 되나" 반발 

담임목사는 면직됐지만 안산성광교회는 여전히 내홍 중이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담임목사는 면직됐지만 안산성광교회는 여전히 내홍 중이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교인 성추행 및 설교 표절'로 현종남 목사가 안산성광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면직됐지만, 교인들은 아직까지도 내홍을 겪고 있다. 교단이 현 목사를 옹호해 온 이 아무개 장로를 안산성광교회 담임목사 직무대행으로 여전히 남겨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서인석 감독)는 3월 17일 "현종남 목사 면직 판결에 의해 담임목사가 유고됨에 따라 기획위원회를 소집해 담임자 직무대행을 지명해야 하지만, 2024년 7월 이 아무개 장로가 지명"되었다면서, 이 장로를 계속해서 직무대행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현종남 목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장로는 현 목사의 비위로 촉발한 교회 분쟁 과정에서 교인들과 마찰을 빚어 왔다. 현 목사는, 교단 재판에 회부되 직무 정지 위기에 놓이자 일방적으로 기획위원회를 소집한 뒤 이 장로를 담임목사직무대행으로 세웠다. 일반적으로 담임목사 유고 상태에서는 부목사가 직무대행자를 맡지만, 현 목사는 부목사 대신 자신을 지지해 온 이 장로를 직무대행으로 지명한 것이다. 이런 내막이 있는데도, 교단은 현 목사 측근을 직무대행으로 계속 인정한 셈이다. 

이 장로는 교회 분쟁 과정에서 여러 범과를 저질러 안산지방회 재판에서 '정직 1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안산지방회는 올해 2월 △교회 기능과 질서 문란 △허위 사실 유포 △문서 위조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그가 연회 감독에게 거짓말을 꾸며 직무대행 직위를 인정받고, 또한 표결을 통해 자신이 지명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기획위원회 회의록에 서명했다는 이유 등이었다.

하지만 경기연회는 이 장로에 대한 상소심 재판(연회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연회 재판 판결 시까지 그의 직무대행 자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서인석 감독은 안산지방회 감리사에게 "연회 재판 판결 시까지 안산성광교회 회복을 위해 협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하기도 했다.

이 장로는 올해 2월, 정상화를 위해 교회를 찾은 안산지방회 민경주 감리사의 교회 출입을 저지하는 등, 위력을 행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인들은 경기연회에 항의 서신을 보내 "감리사가 교리와장정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안산성광교회 담임자 직무대행 지명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부당한 간섭이자 직권남용"이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장로가 담임목사직무대행을 맡은 뒤로 교인들이 기획위원회·임원회·구역회 등을 보이콧하면서 현재 교회 행정 절차는 마비된 상태다. 지난해 말에는 임원 선출과 결산·예산 확정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목사와 직원들의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사태도 벌어졌다.

교인들은 현 목사를 옹호해 온 이 아무개 장로를 담임목사직무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2024년 7월 7일 현 목사 반대 피켓 시위를 하는 교인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인들은 현 목사를 옹호해 온 이 아무개 장로를 담임목사직무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2024년 7월 7일 현 목사 반대 피켓 시위를 하는 교인들. 뉴스앤조이 나수진

현종남 담임목사 면직 이후 교회 회복을 기대한 교인들은 서인석 감독이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감리사가 기획위원회를 열어 직무대행을 세우고 교회를 수습해 나가야 하는데, 연회가 이 아무개 장로와 모의해 교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 아무개 장로는 교회를 망가뜨리려고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성추행·표절로 면직된 목사를 옹호하면서 교회를 둘로 나뉘게 한 공범이 직무대행을 맡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교회가 정상화되려면 현종남 목사와 무관한 새 담임목사가 교회에 조속히 부임해야 하지만, 경기연회는 새 직무대행자 선임이나 담임목사 직권 파송 등의 절차를 전혀 밟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산지방회 민경주 감리사는 "교리와장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나 권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연회와 교회의 안정을 위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경기연회 서인석 감독은 <뉴스앤조이>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 아무개 장로에게도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연락했지만,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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