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는 정기 기도회 '불기둥' 모임이 열렸습니다. 모임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저녁, 회사가 있는 건물 지하 카페에서 진행됩니다. 2월부터 5월까지 총 4번 모였는데, 꾸준히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자리에 임하고 있습니다.

모임 순서는 간단합니다. 찬양 두세 곡을 부르고, 위원장이신 박원홍 목사님 말씀을 듣습니다. 함께 모인 이들의 근황과 기도 제목을 나누고 다 같이 기도합니다. 때에 따라,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기도하기도 하고, 대표로 기도하기도 합니다.

기도회에 참여하며 제 기도의 문장들이 많이 빈곤해졌음을 느낍니다. 매일 기도하던 시절에는 한 문장 한 문장 내뱉는 데 거침이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도할 때 문장을 만들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마치 잘 구사해 오던 하나의 언어를 쓰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 조금 서글픈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의 힘과 지혜가 부족하기에 주님을 의지해야겠다는 본능적인 이끌림, 그 감각만큼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아 안도를 느낍니다. 그 마음이 저를 기도회에 이끄는 듯합니다.

<뉴스앤조이>와 함께해 주시는 독자님들 모두, 5월에 좋은 날도 힘든 날도 있겠지만 주님 안에서 상황과 환경을 뛰어넘는 평안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사역기획국 세향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뉴스앤조이>도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

· 2017년부터 <뉴스앤조이>가 꾸준히 다큐멘터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명성교회 세습, 여성 안수 문제, 목회자들의 성범죄 등 주로 고발성 이슈를 다뤄 왔죠. 민감한 주제인 만큼 저도 촬영이나 편집할 때 늘 날카로운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다큐멘터리는 달랐습니다.

·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 제목만 봐도 마음이 설레지 않으십니까. '기독교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죠. 문제 지적이 아닌, 뭔가 답을 제시하는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작업에 임했습니다.

제작 과정을 살짝 공개하자면요

· 작년에 구권효 기자가 이 주제로 취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저는 이 이야기를 꼭 영상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교회가 찢어지고 갈라지는 경험, 즉 바닥을 치고 올라간 사람들의 증언 속에 한 줄기 빛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제 예상은 들어맞았습니다.

· 사실 교회 분쟁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상흔을 남깁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때로 시계를 돌리려다 보니 제 마음은 시작부터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취재기자에게 힘겹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또다시, 그것도 마이크를 달고 카메라 앞에서 해 달라고 부탁드려야 하니까요.

· 송구한 마음을 무릅쓰고 기어이 전화를 드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일곱 분이 수락해 주셨습니다. 한 분 한 분 인터뷰를 부탁드리고 답신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그들의 깊은 고뇌와 교회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이야기

· 2013년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사건을 계기로 사랑의교회에서 나온 교인들이 하나둘 모여 마당 기도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가 이루어졌습니다.

· 지난 10여 년간 투쟁에 앞장서 온 김근수 집사님은 "나는 원래 나서는 사람이 아니다. 교회가 바로 서기 바랄 뿐이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갱신공동체의 역사와 의미, 방향성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하고 힘 있는 답변을 하셨는데요. 교회에서 존경할 만한 어른을 만날 수 있어 매우 기뻤습니다.

· 임현희 권사님은 인터뷰이 중 카메라 앞에 서길 가장 오래 고민한 분이었어요. 인터뷰 때도 한 단어, 한 문장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죠. 교회가 갈라질 당시에도 끊임없이 하나님께 질문하고 응답받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요.

이번 다큐에서 저를 울린 분이 계십니다. 바로 서정식 집사님입니다. 사랑의교회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으로, 자신부터 갱신하게 됐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보이셨는데요. 자세한 사연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기쁨교회에서 느낀 기쁨

· 새기쁨교회는 분쟁이 마무리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주일예배에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교회 분위기가 너무 밝은 거예요. 교인들이 찬양은 또 어찌나 뜨겁게 하던지요. 저도 덩달아 기뻤지만, 그들이 겪은 엄청난 일들을 떠올리니 울컥하더라고요.

· 교회 분쟁이 한창이던 시절 비대위원장이었던 오광석 집사님께 질문했어요. "교회는 무엇일까요"라고요. 교회는 '사람'이라고 답하시더군요. 어쩌면 당연한 답일지도 모르겠지만, 새롭게 교회를 이룬 과정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삭의 우물, 이우교회

· 기사를 읽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교회 분쟁의 '끝판왕'을 겪은 분들이 바로 여기에 계십니다. 교회가 두 번이나 갈라진 만큼 교인들의 마음도 두 배로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 같았죠.

·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교인들에게 김종필 목사님이 뚜벅뚜벅 걸어오셨습니다. 7년 반 전 이우교회에 부임한 김 목사님은 누구보다 통렬히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비판하셨어요.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희망을 잃지 말라고 강조하셨는데요. 그건 이유가 다 있답니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다큐멘터리, 이런 분들께 권합니다

· 제목처럼 교회를 떠난 분들,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에 마음이 가 있는 분들, 또는 몸은 교회에 있지만 회의감이 드는 분들 계시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이번 다큐 작업을 하면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진짜 교회는 무엇일까, 과연 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

·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는 이야기, 얼마나 좋으면 저희가 연중 기획으로 기사도 내고 다큐도 만들고 책도 냈을까요.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이렇게 같이 답을 찾아 나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편집국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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