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인권 운동 50년 기념식…"평화·통일 운동 지평 계승하면서 포괄적 운동으로 나아가야"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인권, 다시 말하면 사람과 생명이다. 신구약 성경을 통틀어 기독교가 강조하는 것은 사람, 생명, 땅이다. 한국교회 인권 운동이 50년을 맞았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50년 전부터 복음을 회복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한국교회는 점점 보수화하면서 복음을 잃어 가는 것 같다. 인권센터 50주년을 한국교회가 복음의 핵심을 회복하는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5월 2일 한국교회 인권 운동 50년 기념식에 참여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인권센터·황인근 소장) 홍인식 이사장이 말했다. 1974년 독재 정권 치하에서 한국 사회 최초 인권 기구로 출범해, 민주화·노동·평화·통일 운동 등에 앞장서며 한국 인권 운동사에 굵직한 획을 그어 온 교회협 인권센터가 50주년을 맞았다. '약한 것을 강하게'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에큐메니컬 원로 목회자, 민주화 운동 인사, 인권 활동가 등 200여 명이 참여해 인권센터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날을 전망했다.
설교를 맡은 손은정 목사(교회협 인권센터 이사)는 "지난 50년을 돌이켜 보면 적어도 20년 이상은 독재 정권의 압제하에서 민주주의를 지켜 내고자 눈물로 씨를 뿌린 시간이었고, 이어진 30년도 만만치는 않았다. 그러나 모든 여정에 주님이 함께하셨다. 혼자가 아니라 동지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손은정 목사는 인권센터가 펼쳐 온 활동이 한국 사회 인권 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두운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신 선배들의 숱한 수고가 우리 사회의 인권의 씨앗과 거름이 되었고, 우리 사회 인권은 성장했다. 교회협 인권위원회로 시작된 한국교회 인권 운동은 휴지기도 있었지만, 2005년 한국교회 인권센터라는 이름으로 빛나는 역사를 이어 왔다. 최근 일부 지나친 보수 개신교 세력들이 혐오와 배제를 공공연히 확산시키는 상황에서도 인권센터는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게 서서 다양한 인권 현장에 달려갔고,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소외와 배제를 겪은 이들의 곁을 옹골차게 지켰다"고 말했다.
손은정 목사는 50년을 맞은 인권센터가 기존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운동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다시 새로운 형태로 무지막지한 배제와 존재를 짓밟는 반인권적인 상황 앞에서 인권 운동 50주년을 맞이했다. 반독재와 평화·통일 운동의 지평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그동안 간과되었던 인권의 사각지대 영역을 찾아내는 더욱 세밀하고 포괄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차별과 배제와 죄의식으로 인해 길을 잃은 사람이 누구인지 함께 찾아 나가자. 우리 사회의 악을 고발하며 한 생명도 업신여기지 않는 나라, 하나님의 나라를 담대히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독재 정권 시대에 고군분투했던 인권센터의 역사를 돌아보고 소회를 나눴다. 교회협 인권센터 전신인 교회협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한 권호경 교회협 전 총무를 비롯해, EBS 유시춘 이사장,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황인성 전 총무, 보안사 민간인 사찰 양심선언자 윤석양 씨가 인권센터와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이들과 함께 이동환 목사(큐앤에이)도 함께 자리했다. 이 목사는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했다는 이유로 올해 초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출교당했다. 그는 인권센터가 함께했기에 종교재판으로 고통받던 지난 4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교회 안에 있는 성소수자 차별법이 과거 독재 시기 시민들을 검열하고 침묵시켰던 국가보안법과 비슷하다며 "누구도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권센터가 목소리 내 줬고 연대해 줬다"고 말했다.
교회협 김종생 총무, 국가인권위원회 송두환 위원장, 캐나다연합교회 전 총회장 로이스 윌슨 목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영선 변호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재오 이사장,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장남수 회장,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전 인권위원장 함세웅 신부 등도 축사를 전했다. 김종생 총무는 "인권센터가 이제 50주년을 맞아 더 날개를 달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쭈뼛쭈뼛하며 교회를 의식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들을 더 활발하게 펼쳐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송두환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수년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일 중에 하나가 평등법 제정이었다. 차별 금지를 제도화하는 정당한 요구가 일부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서 진전을 이루지 못할 때, 인권센터는 가장 든든한 우군으로서 종교계를 설득하고 함께 뛰어 줬다.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대열에 동참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