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받아 나선 이년> 랜선 북토크 현장 이모저모
"말하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말하지 않으니까 계속 움츠러 들더라고요."
"(교회는) 여성들이 포기를 하게 하거나 오기를 갖게 해요.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목회를 하고 싶은데, 자꾸 오기를 심어 주는 거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대로 나답게 살아야 하는데 사회적 편견이나 성역할, 고정관념 때문에 나답게 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답게 사는 것, 나를 향한 부르심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함께 연대했으면 좋겠어요."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뉴스앤조이>가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홍보연 원장) 2030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한 <부름받아 나선 이년> 랜선 북토크에서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뉴스앤조이>는 1월 14일 저녁 8시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1시간 30분가량 랜선 북토크를 중계했습니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장근지 상임연구원이 대화를 이끌었고, 저자로 참여한 김혜인·이은재·이은주 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해 책에 담거나 다 담지 못한 차별과 저항의 경험을 진솔하고 유쾌하게 풀어놓았습니다.
패널들은 차별과 저항의 경험 속에서 기지를 발휘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불의한 곳에서 소리를 내질렀을 때 성령의 부르심을 느꼈다' 파트를 쓴 이은재 연구원은 총여학생회 활동 당시 여성 목회자를 '불독'에 비유한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법인이사장을 비판한 대자보를 붙여 이슈를 확산시킨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사장의 발언 녹취록에서 따온 "왈왈왈"이라는 의성어로 대자보를 도배한 것이 화제가 됐는데, 이는 여성학자 정희진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교양인)의 한 챕터 제목으로 쓰이기도 한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의 말 "공략하지 말고, 낙후시켜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행동이었다고 합니다.
'공기 같은 차별 속에서 슈퍼우먼이길 강요받다' 파트를 쓴 이은주 연구원은 부부가 함께 목회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시무하던 교회에서 권사님들이 남편 몫으로 떡을 챙겨 주며 "바깥 전도사님 주세요"라고 한 말에 "네? 제가 바깥 전도사인데요?"라고 응수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여성은 집안일 하는 '안사람', 남성은 바깥일 하는 '바깥양반'으로 불리는 가부장성이 교회 안에서 일상적으로 표현된 것에 재치 있게 저항한 사례입니다.
| "왈왈왈! 공략하지 말고, 낙후시켜라." "제가 바깥 전도사예요." "피아노 칠 줄 아는지 말고, 다룰 줄 아는 악기 있는지 물어봐!" |
한국교회에는 여성 신학생·사역자라면 피아노 반주 능력은 당연히 갖춰할 덕목인 것처럼 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교회 내 여성의 성역할로 고착화한 것이지요. '부름받아 나서지 못한 이년' 파트를 쓴 김혜인 연구원(필명 뉴)은 신학교 재학 시절 "피아노 칠 줄 아느냐"는 질문을 수백 번 들었다고 합니다. 졸업 학기 어느 날 예배 준비 모임에서 "피아노 칠 줄 알지?"라고 무심코 묻는 친구에게 버럭 대꾸했다고 합니다. "피아노 칠 줄 아는지 말고, 다룰 줄 아는 악기 있는지 물어봐!" 장근지 연구원은 이러한 사례들을 '페미니즘의 지혜'라고 명명했습니다.
북토크가 시작되기 전 패들렛을 통해 미리 질문을 받았는데요. <부름받아 나선 이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묻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은재 연구원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열두 가지 이야기를 읽으면,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상상하면서 내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혜인 연구원은 "부름받은 길을 가는 게 맞나 싶어 힘들 때, 이 책을 펼치면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회 내 성차별을 타파할 현실적인 대안을 묻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교회법을 바꿔야 한다'는, 당장은 이루기 힘든 해답 앞에서 패널들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끈을 붙잡자고 격려했습니다. 이은주 연구원은 "좌절하지 말자. 우리가 감당해 나가는 일상이 모여 분명 큰 물결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혜인 연구원은 "시간은 우리 편이다. 나중에 우리는 (차별하는) 그들의 행동을 설명할 더 많은 언어를 갖게 될 것이고, 시대가 그들의 잘못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언어를 만들고 우리가 겪는 차별에 이름을 붙여 대응해 나가다 보면 현실적인 대안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근지 상임연구원도 "편견을 넘어서는 사람들이 편견을 마주하는 것"이라며 "힘을 빼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편견을 마주하고 넘어서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토크를 마무리하면서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홍보연 원장이 쓴 추천사 중 일부를 낭독했습니다.
"후배들이 더 이상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 싸움이 때로 아프고 힘이 들어도 주눅 들지 않으면 좋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또 듣기도 하며 함께 손잡고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당당하게 나아가면 좋겠다. 그 저항이 성직이다."
북토크는 <뉴스앤조이>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북토크 녹화 방송 보러 가기: https://youtu.be/tQPxDg7nB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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