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 허락 연구' 보고 "노회·총회 구제 프로젝트 상시 가동 필요…자립 어렵다면 전직도 고려해야"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박영호 총회장) 70회 총회에, 목회자 이중직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나 단기적 생계형 이중직은 허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신대원 교수회는 지난해 69회 총회에서 '생계 대책을 위한 목사의 이중직 허락 연구'를 수임해 1년간 연구했다. 이들은 "목사의 이중직은 목사직의 의미와 목사와 교인의 언약 관계, 그리고 복음 전파의 최대화를 위해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예장고신 목사로 임직할 때 "어떤 핍박이나 반대를 당할지라도 인내하고 충심으로 복음의 진리를 보호하며 교회의 성결과 화평을 힘써 도모하여 근실히 사역하기로" 서약한 이상, 교인들을 잘 심방하고 그들에게 헌신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교회의 재정과 자신의 생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자신의 서약과 교인들의 약속을 통해 이루어지는 언약 관계를 쉽게 떠나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중직의 신학적 근거로 사용되는 사도 바울의 '천막 제작'에 대해서도, 바울에게서 △목사에게 복음 전파는 본질적 사명이며 양보할 수 없다 △목사는 사례를 받을 권리가 있으나 복음과 바른 교훈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원칙을 찾아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목사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사역에 전념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다만 "생계에 어려움이 있는 목사에 한해서 노회 지도하에, 단기적·일시적 생계형 이중직은 허용함으로써, 가장인 목사가 제5계명을 어기지 않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목회자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회와 총회가 구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대원 교수회는 "노회와 총회는 소속 목사의 생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를 매우 구체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고, 목사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는 일을 매우 긴급한 사업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사·진단·대책을 상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구를 노회와 총회에 두어야 한다"고 썼다.
최근 일부 교회가 코로나19로 월세를 내지 못하는 교회를 도운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신대원 교수회는 총회가 이런 방식의 구제 프로젝트를 상시 가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헌금은 여유 있고 부한 교회가 작고 연약한 교회에 베푸는 것이 아니다. 마게도냐 교인들은 무리해서 예루살렘 교회를 돕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고 덧붙였다.
신대원 교수회는 현재 이중직을 수행하는 목회자들도 가능하면 빨리 교회의 자립과 생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자칫 목사 이중직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체성의 흔들림을 극복하고, 목회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교수회는 이러한 상황이 불가능하다면 목사가 직업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라고 했다. "앞서 제시한 모든 노력에도 이중직 상태가 장기 지속될 경우, 한 지역 교회로부터 장기간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목사가 섬기는 그 교회가 과연 주님이 주신 독립적 교회인지 재고하고, 목사가 비난받지 않고 전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신 신대원 교수회의 연구 결과는 추후 열릴 70회 정책 총회 때 수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 생계 문제, 피할 수 없는 현실 통합·합동·감리회 등 주요 교단, '생계형 이중직'은 허용 |
교인 수가 줄어들고 목사 수는 늘어나는 추세와 맞물려, 목회만으로는 생계를 영위할 수 없는 목회자가 늘고 있다. 살기 위해 이중직을 택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면서 주요 교단도 이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보고 이중직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중직은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생계를 위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식이다.
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은 2015년 100회 총회에서 "목사 이중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노회와 총회가 단순히 정죄해서는 안 된다"는 국내선교부의 '목사이중직연구위원회 최종 보고서'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도 2018년 103회 총회에서 이중직을 금지한다는 기존 결의를 재확인하면서도 "생계, 자비량 목회 등의 사유로 소속 노회 특별한 허락을 받은 자"는 예외로 두는 총회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19년 104회 총회에 '목회자 이중직 금지 조항 삭제'와 '이중직 연구위원회 구성' 헌의안이 올라왔지만, 2018년 개정 규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윤보환 감독회장직무대행)는 이중직 목회자를 '불성실한 교역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2016년 입법의회에서 1년 결산이 3500만 원 이하인 미자립 교회 목회자는 감독 허가를 받아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리와장정을 개정했다. 2019년 10월 입법의회에 이중직 목회자를 처벌해 달라는 교리와장정 개정안이 올라왔으나, 회무 시간 부족으로 다루지 않았다.
반면, 기독교대한성결교회(한기채 총회장)는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다. 2017년 총회 때 "다른 직업을 겸하지 않고 전적으로 헌신한 자"로 규정한 헌법을 개정하자는 안건이 올라왔으나, 헌법연구위원회와 법제부가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해 개정이 무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