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성애 헌의 압도적…성소수자부모모임·교회협 인권센터 "교회가 마음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 도와 달라"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올해도 여러 장로교단 총회에서 '반동성애' 관련 청원이 쏟아졌다. 각종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등 어떤 청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현상만 보면 한국교회가 가장 시급하고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가 동성애 반대인 것 같다.

장로교단 총회 시즌을 맞아 성소수자부모모임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박승렬 소장)가 9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평등 세상을 바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교회를 만들어 달라"며 한국교회를 향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과 교회협 인권센터가 9월 22일 한국 장로교단 총회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와 평등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교회협 인권센터
성소수자부모모임과 교회협 인권센터가 9월 22일 한국 장로교단 총회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와 평등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교회협 인권센터

성소수자부모모임 하늘 대표는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 성소수자가 모든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신 은혜이자 사랑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인권이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걸고 싸워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혐오와 차별을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한 이도 많다. 이들을 차별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하늘 대표는 "교회는 사랑과 환대의 공동체이고 교회가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배웠다. 교회가 성소수자들에게 우정과 환대의 손을 내밀어 달라. 성소수자들이 모든 이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교회가 나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오소리 활동가는, 박해받던 기독교가 도리어 성소수자를 핍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 정치적 이유, 터무니없는 음해가 이어지고 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누군가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가족으로부터 배척당한다.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소리 활동가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 현장에 있으면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교인들이 퍼붓는 저주를 숱하게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사랑해서 반대한다고 외치는 이들의 이면에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내가 봐 온 그들의 눈빛은 결코 사랑의 눈빛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성소수자가 창조질서에 어긋난다며 존재를 부정하지만, 하나님은 결코 실수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성소수자 또한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신다. 우리는 그저 차별받지 않고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교회가 성소수자들도 상생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와사회연구소 박성철 소장은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면서,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개발독재와 결탁하며 이익집단으로 전락했던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적인 개신교단들이 한편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향한 혐오·차별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오고, 한 샘에서 단 물과 쓴 물을 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나님의 정의를 명목으로 인간의 불의를 정당화하지 말라고 했다. 박 소장은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향한 사랑은 그리스도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치적 이념이나 신학적 성향의 문제가 아닌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사랑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성철 소장은 젊은 목회자들에게도 호소했다. "나 역시도 보수적 개신교단에 속한 목사로서 부끄러운 과거를 성찰하며 살아간다. 오늘의 성찰만으로 부끄러운 과거를 지울 수는 없다. 역사적 과오를 진정으로 회개하는 길은 현재를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적극 나서 달라"고 말했다.

교회협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죄인을 용서하지 않고 심판자를 자임하는 교회를 비판했다. 그는 "우리도 죄인이다. 하나님께 빚을 탕감받은 우리들이 동료·이웃의 죄를 탕감해 주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죄인을 용서하지 않는 심판자 행세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모두 용서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동성애가 죄냐 아니냐 따질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서로 사랑하라'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박승렬 소장은 아이를 둔 부모로서, 성소수자 부모들의 고통을 함께 느낀다고 했다. "우리도 부모다. 우리도 구원받은 죄인이다. 죄인끼리 차별하고 혐오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멈추자.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자녀의 부모가 되어 달라. 이웃이 되어 달라.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일에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래는 성소수자부모모임 하늘 대표의 호소문 전문.

호소문

저는 동성애자 아들을 둔 부모이고 온 가족이 가톨릭 신자입니다. 12년 전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한 엄마였습니다.

그 후 용기 내어 성소수자 인권 단체를 찾았고, 그곳에서 수많은 성소수자들을 직접 만나 보고, 제대로 알고 나니, 제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오해와 편견이 부끄러워지고, 이제는 내 아이가 성소수자인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 성소수자가 모든 사람과 똑같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권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베푸신 큰 은혜이자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우리 인간들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가운데 주어지는 큰 축복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인권이 누군가에게는 존재를 걸고 싸워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사랑과 환대의 공동체'이고,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배웠습니다. 성소수자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왔습니다.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재단하고 이웃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 공동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혐오의 말을 합니다. 있는 존재를 부정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성소수자와 가족은 혐오의 말을 들으면 몸이 크게 다쳐서 아픈 것과 똑같은 통증을 매일 느낍니다. 지금도 벽장 안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교회가 그들이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주십시오. 교회가 성소수자들에게 우정과 환대의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성소수자들도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랑받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소수자로 태어나 세상의 혐오와 차별을 견디지 못해 생을 마감한 이들도 많습니다. 먼저 간 영혼들의 간절한 바람마저 차별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피어나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동성애자인 육우당(윤현석 안토니오, 18). 시인인 소년의 절규를 들어 보십시오.

"소돔과 고모라 /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 이야기 / 가식적인 십자가를 쥐고, 목사들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 우리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발악하고 / 만일 우리가 떨어진다면, 예수님이 구해 주시겠지." ('현실', 2003)

이 어린 소년의 비통한 절규를 어른들이 지켜 주지 못해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성소수자의 부모는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도 하느님이 창조한 귀한 자식들이니, 차별만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 여러분, 성소수자도 모든 이들과 함께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교회가 마음을 열고 헌법적 차원의 권리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9월 22일
성소수자의 부모
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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