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청년협의회, 각 교단에 △성폭력 법 개정 △폐쇄적 구조 개선 △기후변화 대처 등 요청

한국기독청년협의회와 회원 단체 소속 청년들이 9월 21일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교단 총회에 바라는 점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기독청년협의회와 회원 단체 소속 청년들이 9월 21일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교단 총회에 바라는 점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쳥년협의회(EYCK·하성웅 총무)가 주요 장로교단 총회를 앞두고 기독 청년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EYCK는 9월 21일 서울시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한국교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교단 총회에 임해 달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교단 청년들은 전광훈 사태, 대면 예배 강행, 차별과 혐오 설파 등으로 교회가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묵은땅을 갈아엎을 때라고 했다.

이들은 △중·장년 남성 중심 폐쇄적 의사 결정 구조 개선 △교회 양극화 극복 및 공교회성 회복 △극우 세력과의 결별 △환대와 사랑의 교회 공동체 만들기 △교회 내 성폭력 해결 위한 법 개정 추진 △세습 금지 △환경 보호 실천하는 녹색 교회로 변화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회전국연합회 백현빈 총무는 "한국교회가 우리 세대 이후에도 계속 살아남길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돌이켜 달라. 교회가 혐오와 차별의 장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포용하는 참된 공동체, 안전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성폭력과 관련해 사회 기준에도 못 미치는 한국교회를 안전한 공동체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김유미 총무는 "성폭력을 저지른 후에도 하나님이 하게 했다고 하고, 피해자를 이단으로 몰아간 목사를 '우리 목사님'이라며 지키는 교인들, 옮기는 사역지마다 피해자가 나오는데도 부흥의 능력이 있다며 이를 묵과한 교회, 우리 모두가 이런 교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성폭력 목사가 처벌받을 수 있게 교단법을 재정비하고, 교회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 등 인류 존속을 위협할 만한 사회 이슈에 침묵하는 교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형 간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대의 평균 연령은 매해 조금씩 올라간다. 하나의 연령대, 하나의 성별로만 구성된 총회는 그 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창조 세계가 신음하며 고통받고 있는데 노회와 총회는 이런 사안을 전혀 논의하지 않는다. 올해 총회 헌의안 중 환경과 관련한 게 있기는 한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준형 간사는 정부의 비대면 예배 조치나 사회적 약자들이 교회를 망하게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임 간사는 "다양성을 상실한 구조에서 교회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는 건 당연하다. 정말로 교회를 망치는 건 자신의 안위·돈벌이·자식만을 생각하는 자들이다"라며, 더 이상 이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바라는 기독 청년 성명서

한 달 전, 우리 모두는 한국교회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전광훈과 극우 개신교인들의 행태를 말입니다. 이들은 정부와 여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극우 정치 세력과 결탁하여 광화문 집회를 강행했고, 결국 코로나19 재확산의 통로가 되어, 사회적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방역 당국의 조치를 방해하고, 정치적 탄압이라 선동하는 등의 반사회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의 행태는 고스란히 한국 사회 안에 전시되었고, 한국교회 전체가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집단으로 낙인찍혔습니다.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간 한국교회는 뒤늦게 일부 집단의 일탈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것은 무의미한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들을 막무가내 집단으로 만들어 낸 것은 한국교회 전체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들이 극우 정치 세력과 결탁하여 힘을 키우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내뱉는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메시지에도 침묵했습니다.

무책임한 선 긋기와 '우리 교회는 다르다'라는 비겁한 구호를 멈추십시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성급한 반성도 그만두십시오. 지금 필요한 것은 전광훈과 극우 개신교 세력을 만들어 낸 한국교회의 묵은땅을 갈아엎는 것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교회는 위기였습니다. 개인 구원과 자기 성장에만 몰두했던 한국교회는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는 무감각했습니다. 소수의 집단이 독점한 의사 결정 구조는 교회와 교단의 부패와 고착화를 낳았고, 덕분에 교회는 세습과 성추행, 불투명한 재정 운용 등의 도덕적 문제들을 걸러 내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시스템으로 전락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비상식적이고, 왜곡된 신앙이 한국 사회 안에 깊이 각인된 지금, 성도들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며, 세상의 외면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결정해야 합니다. 이대로 외면받고 도태된 채 사그라질 것인지, 진솔한 반성과 함께 묵은땅을 갈아엎어 다시 이 땅의 희망이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9월과 10월, 한국교회의 많은 교단들이 향후 교단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총회를 개최합니다. 한국교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교단 총회에 임해야 합니다. 아무런 위기의식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자기 성찰과 함께, 묵은땅을 갈아엎는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행보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에 우리 기독 청년들은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를 담아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중장년·남성 중심의 폐쇄적 의사 결정 구조를 바꾸십시오. 소수의 집단이 독점하는 비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는 부패를 낳습니다. 여성, 청년, 장년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드십시오. 이를 위해, 구성원 비율을 법제화하십시오.

2. 경쟁하는 교회가 아닌 공존하는 교회를 만드십시오. '자영업자'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개교회 성장에만 몰두한 것을 회개하십시오. 이제라도 교회 안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거룩한 공교회성을 회복하십시오.

3. 극우 세력과 결별하십시오. 이들은 극우적인 메시지로 성도들을 선동하여 맹목적이고 왜곡된 신앙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전광훈을 위시한 극우 세력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총회 결의문을 채택하십시오.

4.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십시오. 성도들의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며, 불투명한 방식으로 남용되고 있습니다. 재정 사용 정관을 마련하고, 교회 재정 예결산을 성도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십시오.

5. 환대와 사랑의 교회 공동체를 만드십시오. 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공간이 아닙니다. 차별과 혐오의 설교를 멈추고, 환대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십시오. 그래서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를 만드십시오.

6. 교회 안 성폭력 문제에 침묵하지 마십시오. 성폭력을 저지른 목회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십시오. 교회 안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전문 단체와 협약을 맺고, 자문을 구하십시오.

7. 세습하지 마십시오. 교회는 사유화할 수 없습니다. 세습방지법이 없는 교단은 시급히 법을 제정하십시오. 법이 있다 하더라도, 꼼수를 써서 세습하는 일도 그만두십시오. 이미 세습했다면 이제라도 회개하고 돌이키십시오.

8. 무분별한 교회 건축을 멈추십시오. 교회는 건물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모임이 교회입니다. 교회 건축에 몰두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더 힘쓰십시오.

9. 기복신앙에서 탈피하십시오. 기독교 신앙의 목표는 성공이 아닙니다. 부를 축적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건 없는 사랑의 실천과 봉사를 통해, 하나님나라를 이루며, 생명과 평화를 이루는 참신앙을 추구하십시오.

10. 녹색 교회가 되십시오. 온 피조 세계가 기후 재앙이라는 커다란 낭떠러지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욕망의 삶을 회개하고, 환경 실천에 앞장서 창조 세계를 온전히 돌보는 사명을 감당하십시오.

한국교회는 존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부디 개혁과 갱신을 바라는 기독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실질적인 대안을 만드십시오. 구체적인 행보를 보여 주십시오. 우리 기독 청년들은 한국교회가 묵은땅을 갈아엎고, 다시 이 땅의 희망으로 바로 설 때까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며,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2020년 9월 21일

한국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바라는 기독 청년 단체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회전국연합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기독교한국루터회 청년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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