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환경연구소 신익상 소장 "지속 가능성은 자본주의 논리 담지…이대로는 환경문제 해결 불가"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양재성 상임대표)가 공동 주최한 생태신학 강좌 2강이 7월 13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양재성 상임대표)가 공동 주최한 생태신학 강좌 2강이 7월 13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기독교는 지속 가능성을 통해서 지속 가능성을 얘기한 적이 없다. 죽어야 다시 사는 것이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살아서 사는 게 아니다. '십자가 없이 부활도 없다'가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환경문제에서도 교회는 지속 불가능성을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사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찾아 나갈 수 있다."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신익상 소장이 환경문제에서 주로 언급되는 '지속 가능성' 개념 안에 인간중심주의와 자본주의적 무한 성장 욕구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7월 13일 평화교회연구소(황인근 소장)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양재성 상임대표)가 공동 주최한 생태신학 강좌에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생태신학'을 주제로 강의했다.

김현우 연구원(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을 초청해 환경문제 전반적 실태를 톺아봤던 1강에 이어, 그동안 국제 기후변화 대책 노력이 어떤 의의와 한계를 갖는지 역사를 짚어보고, 신학적 관점에서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강의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 13명이 자리했다.

정치·경제적 헤게모니가 환경문제 근원
기후 대책 노력 상쇄하는 무역 협약
"사실상 위기에 대처하지 말자는 것"

신익상 소장은 전 지구적 기후 위기의 근원이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유시장근본주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에게 기후 위기의 기술적 해결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기술로도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산업-소비 시스템의 연쇄 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문제는 과학기술 유무가 아니라 자유시장근본주의 논리가 기후 위기를 부차적인 것으로 소외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적응'과 '완화'다. 적응은 이미 진행된 산업화 환경에서 어떻게 환경 피해를 최소화해 가면서 삶을 유지할 것인지에 초점을 둔다. 완화는 생태 위기의 원인 자체를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신익상 소장은 기후변화 협약 역사를 간략히 다루며, 사실상 완화보다 적응을 택해 온 국제사회를 비판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과 모순되는 국제적 무역 장벽 철폐가 서로 맞물리며 기후 위기 대책을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신익상 소장(한국교회환경연구소)은 기후 위기의 근본적 이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의 유뮤가 아닌 세계를 장악한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이데올로기에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신익상 소장(한국교회환경연구소)은 기후 위기의 근본적 이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의 유뮤가 아닌 세계를 장악한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이데올로기에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신익상 소장에 따르면, 1950년대 이미 과학계에서 기후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촉발했고, 1960년대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1988년에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출범했으며, 1992년에는 UN 환경개발회의(UNCED)가 기후변화 협약(UNFCCC)과 생물 다양성 협약 등을 채택했다. 1997년에 교토 의정서가 체결됐고, 여러 협의를 거쳐 2015년 파리 기후 협약이 체결됐다.

유럽 동구 공산권이 붕괴하면서 가속화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광풍은 1992년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정회원 가입 등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방향으로 번져 나갔다. 극단적 친기업 이데올로기가 전 지구의 정치‧경제 헤게모니를 장악했고, 서구의 사치스러운 생활 방식이 전 세계 각지로 확산됐다.

신익상 소장은 "온실 기체를 감축하는 기후 협상과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무역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모순이다. 게다가 기후 협상은 국가별 자율 시행에 의존하고 위반한다고 해도 도의적 책임을 질 뿐 억제력이 없다. 반면 무역 협상은 강력한 제재와 분쟁 해결 제도를 마련했다. 양쪽 동시에 진행한다고 했지만 진짜 힘 있는 쪽은 언제나 무역 협상 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토 의정서만 봐도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방안으로 채택된 모든 수단은 국제무역에 대한 제약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장난 같은 문구를 포함한다. 이건 사실상 기후 위기에 대처하지 말자는 얘기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자유무역 시스템 확립으로 생산지와 소비지가 분리된 것도 탄소 배출량을 크게 증가시켰다. 그런데 국가 간 교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간과한 채로 자유무역 시대 이전의 온실 기체 측정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소비가 중국 탄소 배출량에 기여하는 정도는 매우 큰데도, 결과적으로 각국이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오염에 대해서만 책임지게 됐다. 탄소 배출의 주원인에 대한 평가를 왜곡하고 탈산업화 과정을 밟는 부자 국가의 과소비에는 면죄부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자본주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무한 진보, 무한 팽창이다. 공간적으로는 시장 사회를 통해 전 세계로 팽창하고, 시간적으로는 미래 가치를 미리 당겨와 현재에서 소비하는 금융자본주의 등이 팽배하다. 시공간 무한 확장을 통해 한계 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자유시장근본주의는 기후 위기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통적 보존 어젠다 재설정해야
기독교 정신은 자본주의적 상생 아닌 희생"
신익상 소장은 교회가 환경문제에서 논의되는 지속 가능성 담론에 제동을 걸고 '지속 불가능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신익상 소장은 교회가 환경문제에서 논의되는 지속 가능성 담론에 제동을 걸고 '지속 불가능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신익상 소장은 환경보호 생태학을 위해 신학적 어젠다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얘기하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존한다'는 말의 의미를 급진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기존 창조(form)-타락(deform)-구속(reform)-완성(transform) 구조에서는 완성을 창조와 동일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환경 보존을 역동적인 조화와 균형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이미지로 생각하게 되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흔히 말하는 '상생'의 논리는 자칫 자본주의 등가 시스템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은 상생을 말해서는 안 된다. 상생을 말하는 순간 친자본주의적 접근 방식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너도나도 대등하게 하자는 상생의 방법을 취하면 힘센 사람이 쥐고 있는 정치·경제적 헤게모니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 가능성은 자본주의 속성을 설명하는 키워드"라며 이런 식의 상생은 기독교 근본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는 상생을 얘기한 적이 없다. 희생을 얘기했다. 지속 가능성을 말하는 저의는 결국 계속 발전하며 희생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가 생태 위기를 논하는 것도 결국 인간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 위기에 근거한 지속 가능성은 자본주의 무한 소비, 무한 성장 논리와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자들이 이 논리를 흡수하고 상업화하기 쉽다"고 말했다.

종교가 새로운 자본주의적 횡포에 제동장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신학 담론은 지속 가능성을 얘기하지 않는다. '지속 불가능성'을 통해서야 비로소 지속 가능성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종교의 힘이다. '현 상태는 끊어져야 한다. 멈춰야 한다. 끊어져야 이어진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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