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신학포럼, 신학적 진단 등 월례 포럼…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기후 약자 연대 및 다음 세대 교육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생존을 위해 203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의 2018년 송도 특별 보고서 발표 이후, 국내에서도 넷제로(탄소 배출량 제로) 운동 등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도 이 문제에 동참하기 위한 단체들이 11월 연달아 출범 계획을 밝히고 활동에 들어갔다.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은 11월 17일 성공회대에서 출범식을 열고 '기후 위기의 신학적 진단 및 신앙적 대응' 등을 주제로 연구 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성공회대학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교목실 등 국내 신학대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교회환경연구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등 교계 운동 단체들이 공동 참여한다.
출범식에는 김운용 장신대 총장직무대행을 비롯해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장, 김주한 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장윤재 이화여대 교목실장, 이정배 현장아카데미 원장 등 국내 신학자가 다수 참석해, 많은 신학교와 학자가 함께하는 포럼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은혜 교수(장신대)는 "이 포럼이 그저 학자들의 담론의 장이 되지 않고, 기후 정책을 구체화하는 공적인 일에 기여할 뿐 아니라 한국교회 생태 운동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고 꺼져 가는 기독교 환경 운동을 복원하는 모임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시작해야 하는 작은 실천과 행동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욱 교수(서울대 명예)는 격려사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창조 세계를 하나님이 만든 것으로 믿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잘 살고 안전하게 살아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독교인들이 제일 협조하지 않는다. 설문 결과를 보면 믿음이 좋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일수록 기후 위기 문제에 협조하지 않는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북극 얼음이 훼손되고 산호초가 다 사라지고 기후 난민이 수억 명 생긴다.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5도만 올라가도 큰일이지만, 그나마 1.5도는 살아남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김학철 교수(연세대)는 "기후 위기에서 오는 여러 현상들, 강력한 소리들을 우리가 은연중에 음소거한 채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며 "인간 중심성을 반성하고 우리와 신음하는 피조물의 탄식을 듣는 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학포럼은 앞으로 월례 포럼을 열고, 주기적으로 교계의 주의를 환기하는 일을 맡을 계획이다. 활동 계획을 소개한 안치용 소장(CSR연구소)은 "기독교인과 교회 연구 기관의 환경 및 기후 위기 인식 실태 등을 다루는 그린 리포트를 발간하고, 개교회가 기후 위기 행태에 대응할 수 있는 실천 프로토콜을 만드는 등의 일을 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튿날인 11월 18일에는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기후 위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운동 단체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가칭) 출범 간담회가 열렸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은 정식 출범에 앞서 시민과 사회단체가 힘을 합해 활동하고 있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가톨릭 내 기후 위기 대응 모임인 기후위기가톨릭비상행동 활동가를 초청해 현황을 듣고, 출범 이후 어떤 활동을 해 나가면 좋을지 고민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규석 협동사무처장(녹색연합)은 "2019년 9월 4일 발족식을 열었는데, 현재 기준으로 377개 단체 및 7500명이 참여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기후 위기 대신 기후변화라는 말이 쓰일 때라 얼마나 시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함께해 주시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올해 9월 '우리는 살고 싶다'는 주제로 서울역에서 기후 위기 퍼포먼스를 진행했을 때도 큰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일까 걱정했지만, 시민들이 신발 3000켤레를 기증하는 등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가톨릭기후행동에서 청년대표를 맡고 있는 이혜림 씨는 2020년 4월 20일부터 매주 금요일 피켓 시위를 하는 등, 성직자나 수도자 등 여러 사람이 함께 활동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전국 교구 16곳 중에서도 6곳이 함께하는 등 지역별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림 씨는 5월 22일 삼척 석탄 화력발전소를 방문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어 환경 관련 활동을 특별히 해 본 적도 없는데, 휴가 내고 삼척을 방문했다.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핵발전소를 3번이나 막아 내고서도 석탄 화력발전소를 막지 못한 삼척 현장을 찾아간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건설 중지를 요구하는 시민 연대가 출범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수직적 구조를 지닌 가톨릭 특성상 오히려 기후 위기에 전 교회가 대응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대응과 자성을 촉구하며 <찬미받으소서 LAUDATO SI>라는 회칙을 펴냈다. 올해 9월에는 한국천주교주교단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시민사회와 타 종교의 기후 위기 대응 상황을 들은 기독교인들은 향후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이 어떤 활동들을 해 나가면 좋을지 고민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진형 사무총장은 "사회에서는 단체 출범 1년을 맞아 활동을 계속할지 말지를 고민하는데, 기독교계는 이제서야 생겨서 민망하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은 앞으로 기후 약자와의 연대와 기후 위기에 대한 기독교 교육 강화를 목표로 활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형 사무총장은 "이 운동만큼은 10대와 20대 등 미래 세대가 중심이 되어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후 위기의 직접적 피해를 받는 농민과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연대하고, 기후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해 교재를 만들고 수련회와 캠프 등을 열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출범 이후 각 교단이 실효성 있게 이 문제에 대응하고, 대표성 있는 이들이 의지를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환경교육센터살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성서한국, 예수살기,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로 구성된 출범 준비위원회는 12월 15일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