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가 세운 기독교성윤리연구소도 '성경적 성교육'에 뛰어들었다. 연구소는 최근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를 발간했다. 아동·청소년을 만 3~5세(미취학 아동), 만 6~8세(초등 저학년), 만 9~11세(초등 고학년), 만 12~14세(중학생), 만 15세 이상(고등학생 이상) 등 다섯 단계로 나눠 남자용·여자용으로 총 10권을 제작했다.

이 책은 기독교성윤리연구소에서 낸 첫 출판물이다. 이찬수 목사는 6월 2일, 기독교성윤리연구소 시작을 알리는 동영상에서 "부모들은 자녀가 신앙·영적 세계를 감염·마비시키는 영적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며 "앞으로 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만들고, 젊은 세대가 올바른 성 윤리 가치관을 세울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리즈는 기독교인 부모를 위한 자료집인 셈이다.

기독교성윤리연구소는 지난해 6월, 분당우리교회가 반동성애 진영에서 공격을 받을 당시 이찬수 목사가 언급한 '동성애 연구소'의 연장선에 있다. 이 목사는 지난해 10월 6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교계에 이미 동성애에 대한 자료는 충분히 있다며 '성경적 성 윤리 연구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연령에 적합한 성교육 서적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책을 발간했다.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는 총 10권이다. 연령과 성별에 맞게 구성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는 총 10권이다. 연령과 성별에 맞게 구성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는 미국 컨콜디아사(Concordia Publishing House)에서 발간한 '성에 대해 배우기 Learning about Sex' 시리즈 번역본이다. 컨콜디아사는 미국 루터교회의 한 교파인 '미주리시노드'(The Lutheran Church—Missouri Synod)가 운영하는 곳이다. 미주리시노드는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여성의 성직 안수 또한 성경과 상충한다고 믿는 보수 교단이다.

신체 발달 과정 따른 그림 삽입하고
성별 고정관념 해소 위해
색깔·단어 의도적 배치
성적 통념 벗어나는 법 설명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는 지극히 보수적 배경의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을 번역한 것이기에, 한국교회에서도 '일반적'이라고 말하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고,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이며, 가족은 여자인 엄마와 남자인 아빠로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책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 △남자와 여자의 성장 과정에 따른 변화 △결혼 및 임신 출산 과정 △자신의 몸을 지키는 방법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법 등을 설명한다. 연령별로 어느 정도까지 언급하는지만 조금씩 다를 뿐 책의 큰 줄기는 같다.

이 시리즈는 반동성애 진영에서 활동하는 몇몇 성교육 강사 강의처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몸에 대해 너무 자세히 보여 주면 그것이 조기 성애화를 이끈다는 내용과 다르다. 책에는 나이에 따른 신체 발달 그림을 게재하고, 청소년기로 갈수록 그 또래가 가질 법한 성적 호기심에 꽤 성실한 답을 내놓고 있다.

미취학 아동을 위한 <남자와 여자는 왜 달라요>에는 남녀의 신체 차이를 묘사한 그림을 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미취학 아동을 위한 <남자와 여자는 왜 달라요>에는 남녀의 신체 차이를 묘사한 그림을 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책에서는 '남자다움'이나 '여자다움'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어, 교재 19~20쪽에는 여자아이가 트럭운전사, 남자아이가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보여 준다. 의도적으로 남자를 설명할 때 분홍색 계열을, 여자를 설명할 때 파란색 계열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정 형태도 다양하게 언급한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 외에도, 한부모 가정,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가정, 입양 가정 등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나요>에서는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과정을 동화 형식으로 풀었다. 알리사와 사이먼이라는 남녀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곧 동생이 태어날 예정인 주인공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아기가 가족 곁으로 오는지 그림과 설명을 적절히 곁들였다.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내 몸이 변하고 있어요>에서는 제목처럼 몸의 변화에 주목한다.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 변화를 설명하고, 결혼한 남녀 사이에서 자녀가 태어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결혼은 특별한 일이지만 동시에 부부가 헤어져 결혼이 중단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모든 가정에 엄마와 아빠가 있는 건 아니야. 가끔은 슬픈 일이 일어나지. 부모님 중 한 사람이 돌아가시거나 두 분이 이혼하시기도 해. 남편과 아내가 헤어지면 결혼도 끝나 버리는 거야.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님께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자기에게 부분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게 돼.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혼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어. 너무 슬픈 일이지만 가정은 깨질 수도 있어." (42~43쪽)

'매력적인 남자(여자)가 되는 법'이라는 장에는 포르노와 관련한 언급도 있다. 단순히 음란에 빠질 수 있어서 보면 안 된다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포르노는 "사람의 몸을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이나 학대의 대상으로 여긴다"며 멀리 할 것을 권한다. 다른 사람이 몸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한다면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고, 어른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고도 알려 준다.

<성과 새로운 나>는 만 12~14세,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본격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발달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각 부위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의학적 지식을 제시한다. 음란물, 자위, 피임, 혼전 임신, 성병 등 부모가 자녀에게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자세하게 적혀 있다. 피임에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를 위한 책에서도 똑같이 소개하고 있다.

시리즈 마지막에 해당하며 고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사랑, 성 그리고 하나님>은 나이에 걸맞게 생식기의 단순한 발달 모습뿐만 아니라 성행위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준비된 생식기 역할도 소개한다. 결혼 후 남편과 아내로서 성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꽤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기독교성윤리연구소는 하나님은 인간을 남과 여로 창조하셨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기독교성윤리연구소는 하나님은 인간을 남과 여로 창조하셨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사람을 사귀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언급하고 있다. '데이트하는 법'이라는 장에서는 혹시 데이트하게 된다면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또 젊은 그리스도인 남자로서 성적 접촉을 위해 해서는 안 될 행위들도 자세히 나열했다(132쪽).

- 한 여자가 성적 접촉을 하게 만들기 위해 폭력이나 강압, 술, 마약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안 돼.
- 네가 한 여자에게 쓴 돈의 액수는 네게 아무 자격도 부여해 주지 않아.
- 여자가 싫다고 하면 진짜 싫은 거야.
- 연인 사이에 서로 아무리 흥분된 상태라도 둘 다 성적인 행동을 자제할 수 있어.
술이나 마약 때문에 명확한 사고와 현명한 판단을 할 능력이 사라진다 해도 너는 여전히 네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

어떤 부분이 성 문제에서 폭력이 될 수 있는지도 여러 사례를 들었다. 예를 들면, 가스라이팅에 해당하는 '학대 관계'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아닌 감정·언어적 학대 등이 포함된 의존과 두려움의 관계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강간'이 왜 범죄인지 설명하고, 범죄학자들은 이것이 성적 문제가 아닌 폭력의 문제라고 본다는 점도 넣었다. 강간을 당했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도 안내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를 만드신 하나님,
동성애 관계는 계획에 어긋나는 일"

이처럼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는 반동성애 진영이 내세우는 '성경적 성교육'처럼, 세상과 무조건 분리해야 한다거나 행동을 금지하는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하지만 동성애, 낙태, 트랜스젠더 등 논쟁적인 부분에서는 근본주의적 시각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해 10월 설교에서 '내슈빌 선언'을 소개했다. 이 선언은 존 파이퍼, 웨인 그루뎀, 러셀 무어 등 복음주의자 153명이 서명한 선언문이다. 2015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50개 모든 주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고 교계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남침례회와 몇몇 초교파 신학자가 개신교의 결혼관과 성 윤리가 무엇인지 정리한 것이다.

내슈빌 선언은 비혼주의,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 기존의 성 관념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배척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서만 결혼할 수 있다고 못 박는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하나님이 계획하신 것으로, 인간이 이를 임의로 바꿀 수 없다고도 했다. 또 "동성애의 부도덕함과 트랜스젠더리즘을 용인하는 것은 죄이며, 동성애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신실함, 증인 됨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명시했다.

이찬수 목사는 기독교성윤리연구소가 '영적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들을 구하는 일을 감당할 것이라고 했다. 분당우리교회 동영상 갈무리
이찬수 목사는 기독교성윤리연구소가 '영적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들을 구하는 일을 감당할 것이라고 했다. 분당우리교회 동영상 갈무리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는 내슈빌 선언처럼 반동성애 입장이 명확하다. 시리즈 중에서 동성애가 본격 등장하는 것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 새로운 나>부터다. 여기서는 동성애가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이것이 호르몬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며 하나님이 예비하신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만드셨을 때 그들을 서로 다르게, 즉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서로 연합하게 하셨어. 이것은 우리의 생식기관들에 대해 하나님이 가지고 계신 계획의 한 부분이기도 해. 그것들도 서로 잘 맞아. 또한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결혼하게 하셔서 그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돕게 하셨고, 한 가정을 이룸으로 그 안에서 자녀들이 태어나게 하셨어. 아이가 포함된 동성애적 관계는 자연히 그 아이들에게 어머니나 아버지를 주지 않아.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에 분명히 어긋나는 일이야." (38~39쪽)

고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책에서는, 설령 동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더라도 동성애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동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많은 사람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위반하는 성적 행위를 하지 않기로 선택하지. 그들은 동성에게 끌리는 마음과 계속 씨름하더라도 순결하게 살기로 선택하는 거야."(90쪽)

낙태에 관해서도 반대 입장이 명확하다. '사랑, 성 그리고 하나님'에서는 '의도치 않은 임신'을 새로운 도전을 가져올 계기로 언급하며 "낙태를 통해 아기를 죽이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이기적인 방법이야. 너는 성관계를 갖기 시작할 때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해"라고 설명한다. 그 근거로 각종 성경 말씀을 인용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과 새로운 나>는 반동성애 진영이 인정하지 않는 '젠더'(gender)도 언급하고 있다. 젠더가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나온 개념인지 설명한다.

"어떤 사람들은 성(sex)과 젠더(gender)를 마치 같은 의미를 가진 용어인 것처럼 사용해.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야. (중략) 이것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오늘날 문화에서는 기본적인 남녀의 성적 차이점을 좋아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새로운 젠더들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7개의 젠더가 있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56개가 있다고 말해." (33쪽)

책에서 성관계는 결혼 관계 안에서만 묘사된다. 혼전 순결을 지키는 일이 하나님의 계획에 해당한다는 언급도 있다. 하나님이 남편과 아내를 예비하셨기에,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고 성관계를 갖기까지는 기다림과 절제를 통해 상대방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네가 하나님의 뜻대로 결혼 전에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면, 훗날 너와 결혼하게 될 남편에게 놀라운 선물을 주게 될 거야." (<성과 새로운 나> 여자용, 109쪽)
 

"'금욕'은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을 묘사하는 데 쓰이는 용어야. 그것은 아내와 성관계를 갖는 동안 다른 여자들을 떠올리고 아내와 다른 여자들을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내를 위한 좋은 선물일 거야." (<성과 새로운 나> 남자용, 101쪽)

분당우리교회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에서는 동성애를 선택하는 게 비성경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분당우리교회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에서는 동성애를 선택하는 게 비성경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처럼 기독교성윤리연구소의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는 반동성애 진영의 극단적인 '성경적 성교육'과는 차이가 있다. 현시대를 무조건 악한 것으로만 보면서 공포를 조장하지도, 한 가지 사례를 일반화해 논리를 비약하지도 않는다. 필요한 지식도 적재적소에서 언급한다. 2차 성징에 따른 몸의 변화나 청소년들이 궁금해할 법한 임신과 출산, 피임법 등도 숨기지 않고 소개한다. 특히 상대방 동의를 구하지 않거나 누군가를 성적 대상화하는 일은 '폭력'이라고 가르치는 점이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현대사회에서 많은 논의가 이뤄졌고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들에 선을 그어 버린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미국 책을 번역한 것이라고 해도 보수적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기에 동성애, 낙태, 혼전 순결 등 논쟁이 첨예한 부분에서는 논의의 여지를 주지 않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내세운다. 남녀의 모든 관계를 결혼으로 귀결하는 것도 현대인의 고민을 담지 못한 부분이다.

분당우리교회는 책 출간과 함께 더 많은 기독교인 부모가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교육할 수 있도록 책을 해설한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겠다고 했다. 또 이 책을 기초로 청소년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책과 콘텐츠도 제작해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당우리교회는 반동성애 입장이 명확한 책을 발간하고 교인들에게 교육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반동성애 진영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다음 기사에서 그 이유와 분당우리교회의 대응을 살펴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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