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반성 

"우리 '당회원'! 평생 같이 가야 돼."

식사를 마친 목사 A가 알약을 꺼내 보이며 제게 한 말입니다. 순간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당뇨 약이었어요. A는 너무 잘 먹어 당뇨가 왔다면서 죽을 때까지 약을 복용해야 한다더군요. 약도 약인데, 당회원이라고 표현할 줄이야. 아재 개그에 빵 터졌지요.

이날은 가벼운 식사 자리였는데요, 갑자기 A가 자기반성(?)을 하더군요. 대형 교단 총회장을 지낸 그는 교단 정치를 위해 수년간 아침을 외부에서 먹었다고 해요. 수백 명을 만나 식사했고, 결국 뜻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샀다고 해요. 덕분에 교단 정치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죠. 자신이 담임하는 교회 교인들과 소원해졌다고 해요. A는 "정치를 하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는데, 그게 교인들과의 관계였다"면서 씁쓸해하더군요.

지금이라도 교인들을 잘 대하면 되는 것 아니냐 했더니, 이미 교인들 마음이 멀어진 게 느껴진다고 해요. 그래서 A는 후배 목사들을 만나면 웬만하면 교단 정치는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해요. "정치를 하면 교회에 신경을 쓸 수가 없고, 결국 교인을 잃는다"면서요.

이어 A는 "목사들이 가지려 하는 게 많으니 교인들이 떠나는 것"이라면서도 "당장 나부터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목사가 명예와 권력, 부를 내려놓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는 없다는 A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더군요.

대개 목사들은 이런 자리에서는 훈수를 두거나 자기 자랑을 주로 하는데 A는 달랐습니다. 간만에 좋은 '말씀'을 들으니 기분도 좋더군요. A의 바람대로 목사들이 다른 일보다는 교인들에게 관심을 쏟고, 가진 걸 내려놓으려는 노력을 해 보면 좋겠네요. 그러면 적어도 전횡이나 세습 같은 쓸데없는 문제는 덜 일어나지 않을까요.

편집국 용필

여성·교인 기본권 강화한 감리회 하지만…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가 10월 25~26일 입법의회를 열고 교단 헌법과 법률을 개정했습니다. 감리회를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을 위해 조금 설명을 하자면, 감리회는 격년제로 한 해는 총회를, 다른 해는 입법의회를 여는데요. 총회에서는 행정적인 사안만 논의하고, 입법의회에서는 교단법 교리와장정 개정만을 논의합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여성·50세 이하 총대, 각각 15% 이상 선출 △이사회·위원회에 여성 의무 배정 △교인 대표 자격 '집사'로 확대

· 이 개정안들은 모두 여성과 교인들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내용입니다. 기존에는 목회자 대표만 15% 제도를 적용했지만, 이제는 교인 대표에게도 이 룰을 적용합니다.
· 교인 대표의 자격을 완화한 것은 '장로·권사 중에 사람이 없어 안 뽑는다'는 꼼수를 막는 법입니다.
· 여기에 교단 핵심 의제를 다루는 각 회의체에 여성 위원이 없으면, 감독회장이 여성 목회자 1명, 여성 교인 1명을 의무 배정하도록 했습니다.

△징계 규정에 '성추행' 및 '상하 관계를 이용한 부적절한 성관계' 추가

· 기존에는 '성폭력'으로 포괄 규정돼 있었지만, 범죄 형태를 더욱 명확히 했습니다.
· 감리회는 2021년에 이 조항에 '유사 성행위'를 넣은 데 이어 관련 법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습니다.

△진급 과정 중인 여성 교역자(수련목회자 등)의 생리휴가·출산휴가 보장

· 임신·출산 중인 교역자들의 권리도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습니다.
· 감리회는 국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관련 조항들을 신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지난 입법의회 때는 1년에 한 번 여는 안수식에 출산 때문에 못 오는 여성 교역자들이 따로 안수 받을 수 있게 했는데요. 실제로 그 규정에 근거해 따로 안수를 받은 목회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부결된 법안도 있습니다.

· 성폭력 사건을 따로 재판하는 '성폭력전담재판부' 및 성범죄 목회자의 사후 복귀 규정을 담은 '성범죄 목회자 취업 제한 및 복권 규정'이 모두 무산됐죠.
· 현장에서 입법의회 회원 2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지만, 장정개정위원회는 별다른 설명 없이 기각했습니다.

벌금형 목사 참석 논란

· 더욱이 이번 입법의회 개최 한 달 전에 강제추행죄로 벌금 500만 원을 받은 목사가 교단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입법의회 대표로 참석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는데요.
· 교단은 판결 확정 사실을 몰라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현장에서 무산된 법안들이 통과됐어야 하는 이유를 더욱 여실히 보여 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다소 진전을 보였지만, 이 와중에 목회자가 되려는 이들에게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반동성애 법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법안 심사 때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더욱 아쉽게 다가옵니다. 

편집국 승현

이태원 참사 유가족 외면하고
교회로 간 윤석열 대통령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10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1주기 추모식 초청장을 보냈는데, 대통령실은 추모 대회가 '정치 행사'라며 참석을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어릴 적 다녔던 교회인 영암교회에서 추모 예배를 드렸습니다.

추모 예배는 원래 하려고 했던 게 아닌, 대통령실 요구로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추모 예배는 영암교회의 3부 예배가 끝나고 12시 30분경, 대통령실 관계자와 영암교회 일부 목회자와 장로만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거절을 거절한다

· 예배가 끝난 후, "우리 교회는 추도 예배를 기획한 적이 없다. 대통령실에서 자기들 가니까 예배 하나 마련해 달라 요청한 것이다. 비공식 일정이라 사전 공지도 안 돼서 부목사들도 주일 아침에 알게 됐고, 교인들에겐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 소셜미디어에 돌았습니다.
· "담임목사님은 '우리 교회가 현재 화장실 공사 중이고 정책 당회날이라 분주하니 더 크고 영향력 있는 교회를 추천한다'고 하셨지만, (대통령실은) 거절을 거절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죠.

누구를 위한 예배인가

· 영암교회의 한 교인은 "교인들 중 아무도 대통령이 오는 것을 몰랐고, 나중에 이태원 참사 때문에 왔다는 걸 알았다. 그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를 운행하지 않아 교인들이 계단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며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데 교회를 이용했다는 것에 굉장히 분노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 예장목회자연대는 '이건 예배가 아니다'라는 성명에서 "윤 대통령이 예배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한 교회를 지명해 전례 없는 예배를 만들고 보여 주기 추모사를 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 영암교회와 당회가 예배를 오용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목사의 변

· 영암교회 유상진 담임목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돌고 있는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쳐진 면이 있어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니,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 그는 "종교인은 그 누구든 추모 예배를 요청하면 드리는 게 고유의 직무"라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위한 추모 예배를 드렸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편집국 태빈

재판 1년, 성폭력 가해 목사는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하지 않았다

· 지난 10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권병기 목사(새로운꿈의교회)의 민사재판 선고가 있었어요.
· 예장합동중앙 전 총회장이기도 한 권 목사는 여성 교인을 상습적으로 강간해 2022년 12월 형사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는데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까지 상소했지만,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고 올해 4월 형이 확정됐어요.
· 피해자 서연 씨(가명)는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말, 권 목사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어요. 권 목사와 교회가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고 2차 가해를 저질러서 정신적 피해가 극심했거든요. 

유죄 받고도 범행 부인?

·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니, 이어지는 민사재판에서는 권 목사가 표면적으로라도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는 모습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도 권 목사는 온갖 황당한 논리로 피해자를 비방하고 범행을 부인했어요. '범행 날짜가 실제와 다르다', '피해자 성격·태도에 결함이 있다',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다', '피해자가 사건을 언론에 제보해 교회가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요. 교회에 남아 있는 교인들은 권 목사의 결백을 주장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죠.
· 당연하게도 민사 재판부는 권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목사로서 교인을 정신적으로 지배해 저지른 성폭력은 불법행위고, 피해자가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받은 게 명백하다고 판단했고요.
· 법원은 권 목사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 3000만 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어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요"

· 이쯤 하면 법적 공방은 그만하고 돌이켜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권 목사는 반성하지 않는 것 같아요.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했거든요.
· 교회의 태도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1년 가까이 재판을 지켜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판이 열릴 때마다 권 목사의 아내 고 아무개 목사와 부목사 등 교인들이 방청석에 앉아 있던 모습이었죠.
· 판결이 나온 후 오랜만에 피해자에게 연락해 안부를 물었어요. 대화를 주고받던 중 그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요."
· 재판에서 이겼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때 교인이었던 피해자를 이토록 끈질기게 괴롭히고 고통에 빠뜨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말 성폭력이 아니었다고 믿는 걸까요, 아니면 감히 목사님을 성폭력 가해자로 몰았다는 괘씸함 때문일까요. 무엇이든 목회자와 교회가 보여야 할 태도는 아니라는 게 분명합니다. 

편집국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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