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입법의회에 '성범죄 전과'가 있는 목회자가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교단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 입법의회에 '성범죄 전과'가 있는 목회자가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교단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중부연회 소속 김 아무개 목사는 10월 25~26일 교단법 '교리와장정'을 개정·심의하는 입법의회 교역자 대표(총대)로 참석했다. 김 목사는 불과 한 달 전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교단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천의 한 섬에서 목회 중이던 김 목사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교인 4명과 마을 주민 1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목사는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해, 올해 9월 6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 목사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9월 14일 확정됐다.

감리회는 6월 30일 입법의회 회원 명단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목사에 대한 형은 확정되지 않았고, 김 목사도 교회를 사임하지 않았다. 이때는 그의 이름 옆에 소속 교회가 병기돼 있었다. 그러나 10월 26일 입법의회 현장에 배부된 책자에는, 김 목사의 소속 교회가 공란으로 표기돼 있다. 교역자·평신도 대표를 불문하고 입법의회 회원 496명 중 소속 교회가 비어 있는 사례는 김 목사가 유일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직접 교단에 고소할 수 있고, 목회자의 품행을 따지는 각 연회별 자격심사위원회가 고소할 수도 있다. 징역형 이상이 확정된 경우는 연회 감독이 바로 기소할 수 있다. 피해자의 직접 고소는 재판비용이 들지만, 감독이나 자격심사위원회가 직접 나서는 경우 재판비용은 교단이 부담한다. 

김 목사는 입법의회 한 달 전인 9월 6일 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판결문 갈무리
김 목사는 입법의회 한 달 전인 9월 6일 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판결문 갈무리

중부연회 관계자는 김 목사가 성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을 알았지만, 형이 확정됐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는 11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심증만 가지고 할 수는 없고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판결문을 못 본 상태고 입수하는 것도 어렵다. 결과가 나온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 목사가 8월 말로 사임해 교회 이름을 비워 두긴 했지만, 시무하는 교회가 3개월 이상 없어야 미파(장로교회의 무임목사에 해당) 처리를 할 수 있어 입법의회 회원 대표가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도 했다. 

감리회는 이번 입법의회에서 목회자 징계 사항에 '성추행'과 '위계에 의한 성관계'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성폭력 관련 법안을 강화했다. 감리회 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최소영 목사는 입법의회에 성범죄 전과자가 참석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해했다. 최 목사는 입법의회 때 성폭력 가해 목회자의 복귀 절차 및 규정을 신설하자는 현장 발의안을 제안하고, 입법의회 재적 회원 40%에 육박하는 2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내부에서 이런 목회자를 걸러 내지도 못하고 이틀간 함께 법안을 심사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최 목사는 감리회 본부 성폭력대책위원회를 통해 김 목사를 치리해 달라는 공문을 중부연회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1월 중 성폭력대책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안건으로 다룬 후 중부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서 다뤄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격심사위원회가 심사위원회에 기소를 요청하고 심사위원회가 기소를 결정하면, 김 목사는 교단법에 따른 재판을 받게 된다.

<뉴스앤조이>는 김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했으나, 그는 적대적 태도를 보이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알아서 뭐하려 하느냐. <뉴스앤조이>가 무슨 상관이냐"면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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