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가 9월 20일 108회 총회에서 목회자에 대한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받기로 결의했습니다. 하루 앞선 19일에는 기독교한국침례회가 관련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사진 제공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한국기독교장로회가 9월 20일 108회 총회에서 목회자에 대한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받기로 결의했습니다. 하루 앞선 19일에는 기독교한국침례회가 관련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사진 제공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와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이종성 총회장)가 올해 총회에서 관련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기침은 9월 19일 113차 정기총회에서 "총회와 산하기관 모든 임직원은 개인에게 성범죄 이력 조회를 요청할 수 있고, 성범죄의 이력이 있는 경우, 국가 법령에서 정한 취업 제한 규정을 따른다"는 규약을 신설했습니다. 기장은 9월 20일 108회 총회에서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결의했습니다. 목사 후보생, 목사 수련생, 목사 고시 응시자, 교회에 청빙되는 목회자에게 제출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기장은 헌법위원회가 세부 방안을 연구·정리해 총회 실행위원회에 보고 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뉴스앤조이>는 '거룩한 범죄자들' 기획을 통해,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소속 목회자들의 성범죄 실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알아도 제대로 징계하지 않는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이와 함께 목회자에 대해서도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의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해, 목회자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고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침과 기장 총회장도 각각 <뉴스앤조이>에 "성범죄 경력 조회 방안 도입을 연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기침은 규약 신설안을 총회 임원회가 직접 마련해 총회에 상정했다고 합니다. 임원회 회의록을 보니 "바르고 복된 관계를 확립할 수 있고, 교단 부흥의 섬세한 방해 세력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상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총회에서는 이견 없이 통과됐습니다.

113차 총회를 끝으로 총회장 임기를 마친 김인환 목사는 10월 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 안건을 만들 때 총회 임원회의 의견은 딱 하나로 일치됐다. 아주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목회자를 보호할 것인가, 교회를 보호할 것인가' 물어본다면, 교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답해야 한다. 그동안 사회와 소통하는 지점에서 놓쳐 왔던 부분이 있었는데, 제도적인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초석을 놓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단들이 제도를 도입하고 나선 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교회가 아동·청소년과 관련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목회자는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사회에서는 2005년 청소년성보호법에 취업 제한 규정을 신설해 2006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법을 개정해 대상 기관을 늘려 가고 있기도 합니다. 올해 4월 개정해, 10월 12일부터 시행하는 가장 최신 버전의 '취업 제한 대상 기관'은 이렇습니다. 조금 길지만 전부 써 보겠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기관의 종사자가 취업할 때 '성범죄 경력 조회 회보서(조회서)'를 제출해야 하고, 매년 1회 이상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이렇게 엄격하게 시행 중인 제도인데, 교회 또한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미 목회자와 교인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뉴스앤조이>가 개신교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도입에 97.9%가 찬성한다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찬성 이유(1순위+2순위)로는, '성범죄 경력자의 사역을 막기 위해'(64.2%), '목회자도 아동·청소년을 상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57.3%) 순이었습니다.

종교인·종교 시설, 성범죄 조회 근거 없어
전체 범죄 경력 조회는 '본인 확인용'만 가능
교단 제출 용도 발급은 문제 될 수도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습니다. 성범죄 경력 조회는 법적 근거가 있는 기관만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인이나 종교 시설 종사자에 대한 범죄 경력 조회를 허용하는 법은 아직 없습니다. 또한 성범죄 경력 조회는 당사자가 성범죄로 법원에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 제한을 받은 기간에 해당하는지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고도 취업 제한을 명령받지 않았거나 취업 제한 기간이 도과한 경우 이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목회자가 자신의 '성범죄 전력 없음'을 증명하려면, 현행법상으로는 '범죄 경력 조회 회보서'를 '본인 확인용'으로 발급해야 합니다. 이 조회서에는 성범죄뿐 아니라 교통사고나 단순 폭행 등 모든 범죄 경력이 나오고, 심지어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 조회서는 굉장히 민감한 개인정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사·재판이나 국가 보안, 공무원 임용 등의 이유로 국가기관에 제출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민간 기관에 제출하는 게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형실효법) 6조 1항을 보면, 다른 법에 의거하지 않고 개인이 이 내용을 볼 수 있는 경우는 오로지 "수사 자료표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본인이 신청하거나 외국 입국·체류 허가에 필요하여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즉 '본인 확인용'밖에 없습니다. 애당초 취업·임용 시 확인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를 발급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형실효법은 '본인 확인용' 이외 목적으로 범죄 경력 자료를 취득하거나 사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이 생긴 이유는, 이미 형이 만료된 자에게는 '전과'가 다른 개인 정보보다 더욱 민감한 데다가, 조회서에는 이미 실효되어 없어진 전과와 수사 내용까지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형실효법은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전제로 제정된 법인 만큼, 개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취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 일어난 일을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 경상남도 한 사단법인에서 임원 선거를 하다 벌어진 일입니다. 선거관리위원장이 입후보자들에게 범죄 경력 조회서를 요구했습니다. 입후보자 2명은 각각 통영경찰서와 양산경찰서에 방문해 선거 입후보를 위해 조회서를 발급받으려 한다고 했으나, 경찰에서는 현행법상 발급이 불가능하다며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후보는 창원중부경찰서에서 '본인 확인용으로 쓴다'며 자료를 발급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세 번째 후보와 선거관리위원장을 형실효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기소유예란, 범죄가 성립하지만 처벌은 하지 않겠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헌법재판소도 조회서 발급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16년 박한철 헌법재판관 등 4명은 "본인 확인용으로 발급받은 범죄 경력 조회서를 다른 용도에 사용하도록 허용하면 기업체 등에서 취업 응시생들에게 범죄 경력 조회를 요구하는 등 남용 가능성이 많고,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보장하려는 형실효법의 입법 목적이 형해화(규정과 형식만 남고 원래 가치와 의도는 사라지는 것)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김이수 헌법재판관 등 5명은 "범죄 경력 조회 회보서 발급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습니다. "임원의 자격을 범죄 경력이 없는 사람으로 정하고, 그와 같은 자격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통상의 관례에 따른 검증 절차의 하나로 사회 통념상 충분히 허용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조회서 발급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결정을 바꾸기 위한 정족수 6명(재판관 정원 3분의 2)에는 한 명 모자랐습니다. 즉 지금도 교회 혹은 교단의 '조회서 발급 요구'를 누군가 문제 삼는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행법이 가로막고 있어, 그간 교단들은 제도 도입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예장통합 108회 총회 고시위원회 보고서 갈무리
현행법이 가로막고 있어, 그간 교단들은 제도 도입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예장통합 108회 총회 고시위원회 보고서 갈무리

이런 논란 때문에 교단들은 제도 도입에 그간 소극적이었습니다. 의외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이 2017~2018년 강도사 고시 때 '조회서' 제출을 요구해 성범죄자를 걸러낸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생기자, 예장합동은 제도 2년 시행 후 위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의식 총회장)은 목사 고시 때 조회서를 제출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잘 시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몇 년간 시행 방안을 고민했으나 현행법과 충돌한다는 판단하에 시행을 미루고 있습니다.

교단 총회에 '청소년 기관' 신설해
목회자들 등록하는 방안도 
'서약서' 제출 방안도 논의

방법은 없을까요? <뉴스앤조이>는 교단 총회에서 기침·기장이 관련 제도를 결의한 이후, 현직 변호사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활동가들과 관련 법령을 검토한 후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만 성범죄자 경력을 조회할 수 있으니, 목사가 되기 위해 과정을 밟은 신학생들을 교단 총회 산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등록해 소정의 교육 또는 봉사를 이수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목회자·전도사 등 교역자들도 이 기관에 등록하게 하는 것입니다.

최 변호사의 의견대로 교단이 총회 산하 성폭력 피해 상담소, 청소년 활동 시설 등을 만들면, 총회가 소속 목회자들의 성범죄 경력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정기적으로 점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유급 직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의 경력도 전부 조회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기관들은 성범죄뿐만 아니라 아동 학대 범죄 전력도 통합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교단 총회가 과연 '그렇게까지 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인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청소년성보호법상 '성범죄자 취업 제한 규정' 자체도 완전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 법원은 최대 10년 이내에서 취업 제한을 선고하고, 경우에 따라 취업 제한을 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성범죄자를 거를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컨대, 2015년에 강제추행죄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 제한을 선고받은 목사가 있다고 가정하면, 2023년 재취업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2023년부터 이 제도를 교단에서 시행한다고 해도, 10~20년 전 이미 실효된 성범죄 경력까지 모두 잡아 낼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위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범죄 경력 조회 회보서'를 발급해야만 볼 수 있는 정보입니다. 다만 2023년부터는 '매년' 목회자의 성범죄 이력을 조회할 수 있게 되니, 향후 교단이 목회자의 성폭력 범죄 이력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는 있을 겁니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취업 제한 규정은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안고 있어, 국회에서는 다른 법을 개정해 별도의 취업 제한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20년간 택시 운전사나 택배 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더 나아가 배달 대행 업체 기사까지도 규제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교 시설'은 관청에 설립을 신고하거나 허가받는 기관이 아니고, '목회자(성직자)'의 자격 역시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방안은 목회자 임직·이명·청빙 시 해당 교회와 노회·연회·지방회에 '서약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것입니다. 만일 성범죄 등 관련 범죄가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면, 당연 퇴직 등의 징계를 감수하겠다는 취지로 서약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현행법과 저촉되지 않고 시행도 가장 간편하지만, 당사자의 진술만을 믿어야 하고 교단이 성범죄 경력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서 완전한 예방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와 예장합동은 관련 서약서를 내도록 하고 있지만, 일선 목회 현장에서는 이를 확인하는 절차나 관리 감독이 부실한 상황입니다.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적지 않습니다. 규정만 있다고 될 게 아니라, 실제로 시행하고, 모든 목회자에게 적용하고, 임직·청빙 시에 문제를 걸러 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침이 총회 규약에 "필요한 경우 요청할 수 있다"는 표현이 담긴 조항을 신설했지만, 사회의 아동·청소년 기관들이 하는 것처럼 의무성과 강제성을 가지고 각 교단·노회·연회·지방회·교회가 목회자의 이력을 관리하려면 더욱 세밀하고 적극적인 규정이 필요합니다.       

당장 기장은 오는 11월 총회 실행위원회 보고를 목표로 '성범죄자 경력 조회' 제도 세부 시행안을 마련 중입니다.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총무 안수경 목사는 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회 양성평등위원회와 헌법위원회 등 유관 부서들이 위 선택지들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 시행안을 만들어 보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습니다. 

예장통합은 범교단 차원의 협력을 제안했습니다. 고시위원회는 108회 총회에 "목사 고시 응시자 및 목사 임직자는 앞으로 교계를 이끌어 갈 지도자이기에 기본적인 자질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성범죄 경력 조회 및 범죄 경력 회보서를 제출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을 범교단적으로 법제화할 수 있도록 총회에 청원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지난해 몇몇 교단장도 이 문제를 한국교회총연합 차원에서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몇몇 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성폭력으로 안전한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 줬지만, 마냥 박수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 분위기를 조성한 만큼, 함께 머리를 맞대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으면 좋겠습니다.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도입은 한국교회를 안전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대사회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에 대한 교인들의 여론은 압도적입니다. 교단이 이 문제에 의지를 갖고 지혜를 모아, 안전한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묘안을 만들어 내면 좋겠습니다.
이미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에 대한 교인들의 여론은 압도적입니다. 교단이 이 문제에 의지를 갖고 지혜를 모아, 안전한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묘안을 만들어 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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