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뉴스앤조이>는 이번 기획 취재의 일환으로 목회자 성폭력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개신교인 성인 남녀 1000명(남성 431명, 여성 569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 목회자 성폭력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목회자 성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교단이나 반성 없는 가해 목회자들의 태도와 달리, 설문에 응한 개신교인들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고,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도 단호했다. 조사는 2022년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이다.

성범죄 목회자 영구 제명해야 85.4%
징계 없는 사임 안 돼 86.4%
처리 과정 모두 공개해야 81.4%

전체 응답자 중 89.1%는 한국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목회자 성폭력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들은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꼽은 교회 내 목회자 성폭력이 일어나는 원인(1순위+2순위)은 '목회자 개인의 성적 욕망'(75.7%), '목회자의 권위를 절대시하는 교회 분위기'(58%), '성폭력 목회자에 대한 적절한 처리 부재'(40.1%) 순이었다. 이는 응답자들이 대체로 목회자 성범죄를 가해 목회자 개인의 도덕성에 기인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목회자에게 권력이 집중된 교회 문화와 미비한 대처 시스템 등 구조적인 문제 또한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목회자에 대한 개인적 신뢰'(18.8%), '피해자의 언행 혹은 부주의'(5.5%) 등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성폭력 피해자에게 돌리는 시각도 있었다.

응답자 대다수는 성범죄 가해 목회자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가해자를 영구적으로 제명 조치해야 한다'는 응답은 85.4%에 달했다. 일정 기간 '정직' 혹은 '설교권 정지' 후 회개하면 복권할 수 있다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13.4%에 그쳤다. 이 경우, '자숙 기간은 최소 2년 이상이 지나야 한다'는 응답이 59.7%를 차지했다. '성범죄 당사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했다면 문제 될 것 없다'는 응답 비율은 0.7%로 미미했다.

가해 목회자 처벌에 관한 수치는 작년 11월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개신교인 800명과 목회자 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 인지 감수성 조사' 결과와 대동소이하다. 해당 조사에서 개신교인 86.5%는 목회자가 교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10.2%만이 '일정 기간 정직' 혹은 '설교권 정지 후 충분히 회개하면 복권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목회자들은 44.6%가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49%는 '일정 기간 후 복권할 수 있다'고 응답해, 일반 교인과 목회자 간 뚜렷한 인식 차를 보인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49.5%는 '목회자 성폭력을 경찰서에 알려 범죄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교단에 알려 징계받도록 해야 한다'는 응답은 26.6%였다. '목회자만 조용히 사임해야 한다'(7.7%)', '목회자와 피해자 모두 조용히 교회를 떠나야 한다'(7.1%), '성폭력 상담소 등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6.8%)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고 불문에 부쳐야 한다'(1.1%), '피해자가 조용히 교회를 떠나야 한다'(0.7%), '개인적인 일이므로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0.2%)는 의견은 미미했다.

'한국교회가 성범죄 목회자에게 적절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6%에 그쳤다. 응답자 중 44.4%가 '가벼운 징계를 내린다'고 응답했고, 28.4%가 '징계조차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응답자 중 72.8%는 한국교회가 목회자 성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뉴스앤조이>가 지난 10년간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목회자 259명을 취재한 결과, 신원이 파악된 목회자 133명 중 교단에서 징계를 받은 목회자는 26명으로 19.5%였다.

응답자들은 교회의 목회자 성폭력 처리 절차가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목회자 성범죄가 일어날 경우 해당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은 81.4%에 달했다. 공개 범위와 절차에 있어서도, '전 교인에게 공개해야 한다'(84%), '결과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75.4%)는 응답이 우세했다. '비공개해야 한다'고 응답한 9%의 응답자들의 경우에도, '교회 내 분란 야기'(17.8%)나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 실추'(10%)에 대한 염려보다는, '피해자의 신상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70%)를 이유로 꼽았다. '교회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89%에 달해, 대다수 응답자가 목회자 성폭력 발생 및 처리 과정에 교회 공동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성폭력을 저지른 목회자가 교단 징계를 받지 않고 사임하는 것에 대해 86.4%의 응답자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목회자 성범죄가 드러날 경우 교단이 해당 목회자의 자진 사임을 수리하지 않고 징계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사임은 근본적인 징계가 아니기 때문에'(48%), '징계를 해야 다른 교회 청빙이나 개척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31.8%), '징계가 피해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이기 때문에'(11.1%), '교단 내 질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8.6%)를 꼽았다.

응답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문항도 있었다. 목회자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사회 법 확정판결과 상관없이 교단에서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한다'(54.6%)는 응답과, '사회 법 확정판결 이후에 처리해야 한다'(45.4%)는 응답으로 의견이 나뉜 것이다.

교단 차원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의 이유(1순위+2순위)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66.1%), '확정판결 전까지 가해자가 사역하는 것을 막기 위해'(52.7%), '교회에서는 사회 법보다 교회법과 성경적 판단이 우선하기 때문에'(32.4%), '공소시효, 증거 불충분, 고소 취하 등 사회 법으로 다룰 수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21.8%),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15.9%), '확정판결이 나는 기간 동안 교회가 분열될 수 있기 때문에'(10.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 법 확정판결 이후 처리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유(1순위+2순위)는, '사회 법으로 죄의 유무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69.2%), '교회도 사회에 속한 기관이므로 사회 법이 최우선시되기 때문에'(61.7%), '확정판결 이후에 처리해도 시간적으로 충분하기 때문에'(38.5%), '교단의 처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29.1%) 순으로 나타났다.

교인들은 잘 모르는
교단 성폭력 처리 규정·시스템
'매우 잘 갖추고 있다' 1.4%

교단의 목회자 성폭력 처리 규정·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불신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목회자가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교단법에 따라 처벌받게 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50.1%가 '모른다'고 답했다.

교단이 목회자 성폭력 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응답자 중 65.4%가 부정적인 응답을 내놓았다.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15.9%, '별로 갖추지 못한 편이다'라는 응답은 49.5%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8.5%로,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14.7%)와 '매우 잘 갖추고 있다'(1.4%)를 더한 응답 비율보다 높았다.

목회자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교단 내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 중 단 6%만이 '있다'고 답했다. '없다'(44.8%)와 '잘 모르겠다'(49.2%)를 합한 비율이 94%에 달했다.

교단의 목회자 성폭력 처리의 문제점(중복 응답)으로는, '사건을 덮는 데만 급급하다'는 응답이 70.3%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약하다'(59.9%), '피해자의 신상 노출 및 2차 피해에 대한 보호가 소홀하다'(54.2%),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공적 기구가 없다'(49.2%), '피해자가 상담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 없다'(35.7%),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24.7%)가 뒤를 이었다.

"성폭력처벌법, 피해자 회복 시스템,
예방 교육 등 광범위한 보완책 필요"

응답자들은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중복 응답)으로, '성폭력 목회자 처벌을 위한 교단 내 법 제정'(75.3%),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회복을 위한 시스템 구축'(59.6%), '성폭력 사건 전담 처리 기구 마련'(47.9%), '교단 목회자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44%)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교회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29.7%가 동의했다.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도입에는 97.9%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찬성 이유(1순위+2순위)로는, '성범죄 경력자의 사역을 막기 위해'(64.2%), '목회자도 아동·청소년을 상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57.3%)가 높은 응답을 차지했다. 사회 주요 시설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와 마찬가지로 교회도 성범죄자의 유입과 사역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교단 자체 시스템으로는 성범죄자를 걸러 내기 어렵기 때문에'(35.9%), '교회의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22.6%),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교인들의 신뢰 증가를 위해'(19.7%)라는 응답이 뒤를 이어, 교단 시스템과 교회·성직자에 대한 불신도 성범죄 경력 조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를 시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77.3%가 '현행법 개정을 통해 교회를 성범죄자 취업 제한 시설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20.8%는 '당사자가 직접 범죄 경력 기록을 발급해 제출하게 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이 역시도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교단·교회에 법적 권한이 없어 시행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응답자 중 41.2%는 목회자뿐만 아니라 '봉사직(교회학교 교사, 차량 봉사자, 성가대 등)에도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목회자를 포함한 교회 내 근무자(사무직, 경비원, 사찰)까지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36.8%였다. 목회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조회 시기에 대한 응답은 '1·5·10년 등 일정 주기마다 조회'(65.2%), '교회 청빙 시 조회'(15.2%), '목사·강도사 고시 때 한 번만 조회'(12.1%), '교단 주요 임원 입후보 시 조회'(7.1%) 순이었다.

'거룩한 범죄자들' 기사 리스트

① '가해 목회자 259명' 성범죄 판결 10년 치 분석
② 10·20대 여성 교인에 집중된 피해
③ 성범죄 목회자 감싸고돈 교단들
④ '징계 불가'한 목사들…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⑤ 성범죄 저지르고도 강단에 서는 목사들
⑥ 해외 교단 사례로 본 목회자 성폭력 예방 및 대응
⑦ 매년 53만 기관 성범죄 경력 조회…교회는 '예외'
⑧ 주요 교단장들 "성범죄 경력 조회 도입해야"
⑨ 신고부터 징계까지, 피해자의 자리는 없었다
⑩ 징계하면 끝? '피해 회복' 없는 교단 시스템
⑪ 교인 97.9%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찬성
[다큐] 거룩한 범죄자들: 2013~2022년 목회자 성범죄 10년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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